여행을 좋아한다. 인생도 여행이라지만, 늘 지내던 곳에서 잠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이 작업을 반복하기 위해 내가 돈도 벌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연차라 해봤자 고작 19일. 20일도 채 안 되는 이 날을 위해 1년 300일(공휴일 제외)을 뼈 빠지게 일한다.
아름다운 풍경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사진도 많이 찍고.. 일상의 풍경이 달라지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다.
여행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곳에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만큼유명인도 절대 아니지만^^;;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해외여행을 가면 내가 뭐라 떠들든, 아무도 내가 뭐라 하는지 못 알아듣지 않나.뭘 입든, 뭘하든, 그저 one of 관광객일 뿐이다. 거리에서 미친 듯 춤을 춰도 그저 웃어 넘어가 줄 수 있는 (그 나라에 돈 쓰러 온) 여행객이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 등 대표적인 여행지를 가더라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은 곳들을 많이 찾아 떠난다.
(정말 아무도 모를 만한 곳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반가운 것도 안 비밀!)
결국 '남이 보는 시선에서 완전히~자유로워질 수 있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동료가 들고 온 명품백이나 훨씬 연봉 센 곳에 취업한 후배, 조건 좋은 배우자 만나 최고급 아파트 산다는 그 언니 얘기가 조금도 내 마음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이렇게 좋은 곳에 있는데 그게 내 행복에 무슨 영향을 끼치나.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의 나를 계획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다'는 게 내가 결론 내린, 여행의 가장 큰 기쁨이다.
요즘처럼 각종 탈 것과 잘 곳이 많은 시대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각광받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왜 그 고생을 사서 할까. 걷는 것도 자는 것도 먹는 것도 힘들 텐데, 비싼 비행기 타고 긴 시간 날아가 왜 그 길을 그것도 혼자서 걷고 올까. 외롭기도 무섭기도 할 텐데..
내가 새로워지려 해도 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이 매일 똑같다면새로운 사고를 하긴 사실상 힘들다.
내가 집 안에 잘 붙어있지 않는 이유. 해야 할 일이 눈에 계속 밟힌다. ㅠㅠ특히 올해 코로나 19로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엔, 평소 잘하지도 않는 집안일이 그렇게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출근했으면 생전 보지도 않았을 냉동실 저 안쪽 두껍게 낀 성에와냉장고 안쪽에 흘러내린 김칫국물과
옷걸이에 켜켜이 쌓인 내 옷장과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아이방.. 거실...
일상에선 워낙 할 것도 많고, 내가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좀처럼 날 가만두지 않는다.분명히 나를 돌아볼 시간은 있는데, 정작 나 자신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래서 일부러 돈과 시간에 노력까지 들여가며,
인위적으로 나를 낯선 곳에 던져버리는 건 아닐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밖에서 안으로 돌리기 위함이다.
'낯설어지기'
길도 음식도 언어도 낯선 곳에선진짜 나 자신과 마주하기 쉽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할 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혼자라고 느껴지면,마음이 우울하다면, 지금 당장 여행 가방을 싸진 못하더라도(더구나 코로나 때문에ㅠㅠ) 하루 24시간 중 적어도 10분~15분이라도 나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나만의 장소와 시간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사랑해야 한다.그러다 보면 내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가만 둬도, 붙잡고 싶어도 야속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 방법을 찾게 된다.
일상에서 낯설어지고, 자신과 마주해보면 본인은 알게 된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삶. 주어진 시간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며 진짜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들러리로 살 것인지한 번뿐인 인생, 나답게 제대로 한번 살아볼 것인지결심이 섰다면, 당장 펜을 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