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2018. 7. 2.)

by 김현희

1. ‘평균적인 한국인’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과 공부했던 시기, ‘평균’이라는 말은 자주 폭력적으로 다가왔다. 당시 함께 공부했던 미국, 영국, 캐나다인들은 한국인들이 집단주의적이고, 모이면 술을 죽도록 마시고, 정보통신 관련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유독 강조되던 시기였다) 또 한국 여성들이 유난히 외모를 가꾸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의존적이며, 소비 지향적이라 여겼다. 그들은 처음에는 나도 그러려니 생각했다가 내가 개인주의 성향에, 쇼핑을 싫어하고, 백인 남성인 본인들보다 사상이 거칠고 저항적인데다, 정보통신 관련 지식에 무지하다는 걸 알고 놀라며 매우 재미있어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싫지 않았다.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터질 것처럼 갑갑했다. “너는 평균적인 한국인이 아니다” 도대체 평균적인 한국인이 뭔가? 평균적인 한국인은 평균적인 영국인과 무엇이 다른가? 한국인이 어떻고, 미국인이 어떻고 하는 관념들이 ‘너와 나의 만남’에 도대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 한 번은 진지하게 화를 낸 적도 있었다.


“평균적인 한국인이 아니라는 말이 도대체 칭찬이냐 욕이냐. 또 한국인들이 똑똑하고, 한국 여성들이 아름답다는 말을 칭찬인 줄 알고 하나 본데 조심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게 흑인들은 게으르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린다. 한국인들도 너희 나라 사람들만큼이나 다 제각각이다.”


내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술을 못 마시는 건 내가 모성애가 강한 아시아 여성이기 때문인가? 내게 저항적인 면모가 있다면 그건 내가 평균에서 벗어난 특이한 한국인이기 때문인가? 한 개인으로서의 ‘나’로부터 출발하지 않은 각종 평균과 데이터들, 문화적인 고정관념들은 나로서는 그야말로 숨 막히는 정신적 폭력에 다름 아니었다.



2. ‘개에게도 성격이 있을까?’


‘성격’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한참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맥락성을 강조하며 인간의 본질적인 성격을 특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입장이었고, 다른 이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편이었다. 토론이 마무리 될 무렵 누군가 기습적으로 물었다. “현희, 그럼 개에게는 성격이 있을까?” 그때 나도 모르게, 무방비 상태로 “응!”이라고 대답했다. (마침 태국 여행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그때 태국 개들이 걷는 방식이 한국 개들과 다르고, 걸핏하면 거리에 드러눕는 걸 보면서 한국 개와 태국 개들의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어쨌든 그때 내 반응을 보고 그 친구는 “하하하! 그거 봐!”라며 웃었다. 그 때 일을 가끔 반추한다. 어째서 나는 사람에게도 없다고 주장했던 ‘성격’이 개에게는 있다고 말했을까? '무지'와 '개개인성에 대한 상상력 부족', 그리고 '폭력'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때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내 가장 약한 고리를 가격당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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