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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2024. 10. 27.

by 김현희

난생처음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지구 평화를 위해 악의 무리를 쓸어버리겠다며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었던 20여 년 전 이후, 가장 진지한 자세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교대 다니던 시절 나는 내가 책 보고, 글 쓰며 한량으로 조용히 사는 평범한 교사가 될 줄 알았다. 시대적, 현실적 조건과 개인의 기질 덕분에 내 교직 인생은 고뇌와 작은 투쟁들로 점철됐다. 지금도 어쩌다 내가 여기까지 와버렸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같음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라는 말을 줄곧 했다. 나는 여전히 장난꾸러기다. 잘 웃고 잘 운다. 아이들과 주파수가 맞고 아이들과 있을 때 편하다. 하지만 그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교육인으로서 정체성이나 책임감은 강해졌다. 나는 변했고 그대로다. 20년 후 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비장하게 찍었지만 태양이 질 일은 없을 거다. 그동안 사람들이 '도대체 왜 태양이냐, 왜 프로필을 도통 바꾸지 않느냐'라고 물어도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 사실 7년 전 내가 처음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사진 올리기 귀찮네, 어떻게 해야 앞으로 사진 바꿀 일이 없을까?' 그 사고의 흐름에서 연상된 게 태양이었다. 변함없이 지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항성’. 학창시절 별명이 외계인이었던 나는 그렇게 태양신이 되고 말았다.


2024.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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