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잡담(醉中雜談) - 술김에 적는 솔직한 이야기들
※ ‘취중잡담(醉中雜談) - 술김에 적는 솔직한 이야기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지인들이 익명으로 참여해, 술자리에서나 나눌 법한 솔직한 생각과 이야기를 가볍지만 진지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2025년을 돌아보면 여러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청년 고용은 얼어붙고, 장년층 재취업 문제는 반복되며, 기업들은 전 산업에서 비용 최적화에 몰두했다. 뉴스와 정책 담론은 늘 “청년·장년”이라는 양끝단에 초점을 맞추며 두 세대의 어려움을 사회적 화두로 올려놓았지만, 정작 그 사이에 서 있는 40대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다. 정부 발표에서도 40대는 ‘고용 대책’의 대상에서 빠졌고, 여론도 40대 문제는 크게 다루지 않았다. 마치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깊이 무너지는 세대가 40대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듯한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가장 빠르고 조용하게 균열이 발생한 지점은 바로 40대였다. 청년층은 기회가 부족하고 장년층은 복귀가 막혔다고 말하지만,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축소한 라인은 중간관리자 계층, 즉 40대가 서 있는 영역이었다. 특히 2025년은 성과 중심 재편이 급격하게 이뤄진 해였고, 그 과정에서 리더십·관리·조율 역할을 맡아온 40대의 위치는 비용 대비 효율이 낮다는 이유로 빠르게 약화되었다. 실무자 중심 구조와 자동화가 새로운 운영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이들의 역할은 조직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이 현상을 더 깊게 들여다보면, 40대는 단순한 한 세대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가정·조직·경제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구조적 허리라는 점이 본질적이다. 가정에서는 교육비와 생활비가 정점을 찍고, 회사에서는 가장 많은 책임과 성과를 요구받으며, 사회적으로는 윗세대와 아랫세대의 부담이 동시에 몰리는 시기다. 이 중요한 시기에 40대가 충격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붕괴의 시작점이다. 그래서 2025년의 균열을 돌아보면, 40대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붕괴해 나가는 흐름이 가장 선명하게 남는다.
① 대기업의 중간 라인이 급속히 붕괴되며 40대가 구조조정의 정면에 섰다
2025년 대기업의 인사 구조 변화는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됐다. 임원 연령은 내려가고 희망퇴직 연령은 앞당겨졌으며, 40대 초반 임원이 등장하는 한편 45세 전후 인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는 상황이 공존했다. 즉 위는 가벼워지고 아래는 좁아지는 구조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핵심은 관리 중심 구조의 약화였다. 그동안 조직 안정성을 책임지던 “경험 많은 중간관리자”가 더 이상 비용 대비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되었고, 기업들은 “실무자 + 자동화” 조합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채용시장에도 즉시 반영되었다. 3~5년차 주니어 공고에 중견·중소기업 40대 팀장·부장급 지원자가 대거 몰렸고, 이는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다.
리드·팀장급 경력 기준도 대폭 낮아져 기존의 15~20년차 역할을 7~10년차가 담당하기 시작했다. 경력 15년 이상 인력에게는 실무자 포지션이나 축소된 역할이 제안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즉, 2025년 대기업의 인사 혁신은 40대의 대규모 역할 축소를 공식화한 해였고, 구조적 충격은 매우 깊었다.
② 스타트업의 냉정함은 더 노골적이었다 – 40대 리더라인이 사라지고 30대 실무 중심 구조로 이동
스타트업 생태계는 2025년에 더욱 냉정해졌다. 투자 위축과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조직은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만 생존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삭제된 층이 40대 리더라인이었다.
대표들은 실무까지 직접 끌어오며 실행력을 확보했고, 조직은 경력은 많지 않아도 속도가 빠른 30대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특히 기술 기반 기업일수록 이러한 “속도형 구조”가 더 강하게 강화되었다. AI·자동화 도입은 이 흐름을 가속했다. 미국 기업들이 AI 도입 이후 오히려 구조 설계 능력을 가진 시니어를 더 확보하려는 반면, 한국 스타트업은 “실무자 + AI” 조합을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스타트업에서 40대 리더는 빠르게 사라졌다. 겉보기에는 민첩한 구조처럼 보였지만, 실제 내부에서는 의사결정 부담이 대표에게 집중되고 조율 역할이 사라지며 혼란이 누적되었다. 즉 2025년 스타트업 생태계의 변화는 40대 역할 자체를 구조에서 삭제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이것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세대적 기능의 소멸에 가까웠다.
③ 40대를 떠받치던 ‘중소·중견기업’의 몰락 – 마지막 안전지대가 무너졌다
2025년 변화 중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치명적이었던 흐름은 중소·중견기업 생태계의 붕괴다. 그동안 40대에게 이 영역은 ‘현실적인 재도약의 공간’이었다. 대기업에서 밀려나거나 스타트업에서 적응이 어려워도, 이곳에서는 관리 경험을 인정받고 실무·운영을 함께 맡으며 역할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수 침체, 제조업 부진, 금리 상승, 인건비 부담이라는 네 가지 구조적 압력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 생태계는 심각하게 흔들렸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관리자 포지션을 축소했고, 그 중심에 40대가 있었다. 관리직 채용은 급격히 줄었고, 필요한 경우에도 주니어 위주 충원이 정답으로 굳어졌다.
그 결과 대기업 → 중견 → 중소 → 재도약이라는 40대의 커리어 경로 전체가 한 번에 끊어졌다. 2025년은 단순히 특정 기업군의 위기가 아니라, 40대를 지탱하던 전체 생태계가 붕괴된 해였다.
④ 40대가 마지막으로 택하던 ‘퇴로의 창업·자영업’까지 무너진 2025년
2025년 40대 몰락의 핵심은 마지막 퇴로였던 창업·자영업마저 붕괴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프랜차이즈, 외식업, 소형 매장 운영,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 같은 ‘기술 없이도 재도전 가능한 영역’이 존재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이 경로가 사실상 막혔다.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며 청년층이 먼저 창업시장으로 유입됐고, 외식업·프랜차이즈는 이미 포화 상태였다.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은 커졌고, 소비는 줄었으며, 대부분의 창업 모델이 저수익 구조가 되었다. 그 결과 40대가 선택할 수 있는 창업 옵션은 거의 사라졌다.
퇴로가 소멸하자 단기 투자·코인·단타 등이 마지막 대안처럼 부각되었고, 2025년 유튜브에서 투자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출구가 사라진 세대의 마지막 기대 심리였다. 즉 2025년은 일자리뿐 아니라 마지막 대안까지 붕괴한, 출구 없는 위기의 해였다.
⑤ 40대 리더의 부재는 조직 체력 전체를 약화시키고 있다
40대는 실무를 알고 전략도 이해하며 팀의 감정·속도·분위기를 조율하는 중요한 연령대다. 구성원 간 갈등을 중재하고 상하 커뮤니케이션을 연결하며 장기 전략과 단기 실행을 이어주는 허리 역할을 한다. 이 역할은 단순한 관리 스킬로 대체되지 않는다.
하지만 2025년, 많은 조직에서 이 층이 사라지자 내부 균열은 빠르게 드러났다. 팀장 없는 팀이 늘어나며 방향성이 흐려지고, 대표와 C레벨에게 실행까지 몰리면서 의사결정 속도는 오히려 느려졌다. 프로젝트 간 우선순위 조율이 무너지고 조직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허리 역할’이 사라지면서 작은 갈등도 쉽게 증폭되었다.
특히 조직은 경험이 시간을 단축시키는 구조로 움직인다는 특성이 있다. 바로 그 ‘시간을 단축시키는 층’이 사라진 것이 40대 부재의 본질적인 위험이다. 경험·실행력·문화적 연속성을 동시에 갖춘 40대가 비어버린 조직은 단기적으로 인건비를 절감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판단력, 실행력, 조직 안정성을 모두 잃게 된다. 즉, 40대의 부재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조직 체질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리스크이다.
⑥ 40대의 시기가 흔들린다는 건 사회 전체의 리스크다
2025년의 40대는 대부분 자녀가 중·고등학생이며, 주거비·교육비·생활비·부모 돌봄까지 생애 최고 지출이 동시에 몰리는 시기다. 이 시점에 직업과 역할이 흔들리면 가정 경제는 즉시 타격을 받는다. 소비 감소는 지역 상권을 위축시키고, 교육비 지출 구조의 변화는 사교육·교육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준다. 금융 부채 관리는 더 어려워지고, 가계 건전성 악화는 금융 시스템에도 부담을 준다.
이 세대는 한국 사회에서 생산·소비·부양이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담당한다. 즉, 40대가 흔들리면 노동시장, 교육시장, 내수시장, 복지시스템—all 영역에서 균열이 시작된다. 사회의 중력점을 담당하는 세대가 불안정해지면 그 파장은 특정 세대를 넘어 사회 전체에 확산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40대의 위기는 10년 뒤 한국 전체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흔들리는 40대는 10년 후 50대가 되고, 그 시기에는 노동시장 탄력성도 떨어지며 재도전 가능성도 급격히 줄어든다. 즉, 2025년의 40대 위기는 단일 시점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위험의 시작점’이다.
2025년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청년과 장년을 이야기하는 동안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깊게 무너지고 있던 세대는 40대였다. 산업 구조 변화, AI 도입 방식, 비용 최적화, 경기 침체, 교육비 부담, 고령화, 그리고 마지막 완충지대였던 중소·중견기업의 붕괴까지 여러 요인이 겹치며 40대의 기반은 구조적으로 흔들렸다.
이 세대는 가정에서는 두 세대를 떠받치는 중심축이고, 조직에서는 전략과 실행을 잇는 허리이며, 사회적으로는 소비·생산·부양을 통해 경제 전체의 순환을 유지시키는 핵심 연령대다. 따라서 이 세대가 흔들리면 가정, 기업, 시장, 지역경제, 금융시스템—모든 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5년은 단순히 ‘40대의 몰락’이라는 현상을 기록하는 해가 아니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취약성이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를 드러낸 본질적 신호였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대응을 하느냐는 이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5년은, 우리가 40대가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다시 세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는 가장 강력한 질문의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