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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빛찬란 Sep 28. 2021

모두의 집을 꿈꾸다

우리 동네, 어느 공부방 이야기 7.

공부방 행정 업무를 맡으면서 부부에게 부동산과 예금이 상당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는 공부방에서 일하지 않고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그렇지만 꼬박꼬박 공부방에서 남자와 함께 급여를 가져갔다.


300만 원의 교육운영비 대부분이 남자와 여자의 인건비로 지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은, 지인들에게 후원해달라고 부탁할 순 있지만 조금 더 지켜본 후, 신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자고 했다. 그리고 그 부부에게도 일정 부분 부담을 지우게 하자고 했다.


나는 옥상 녹화사업에서 절반은 자비 부담이니 100만 원 정도라도 사비를 내실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다.


남자는 줄 수 있는 돈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남자는 돌연 말을 바뀠다.

자기는 옥상공원 사업을 하자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남자는 몇 달간 진행되었던 일을 하루아침에 뒤집었다. 조목조목 따지고 묻는 내게 그는 "누가 멀쩡한 옥탑방을 없애고, 매달 30만 원씩 들어오는 월세를 포기하고 밭을 만들자고 하겠냐?"며 내게 뒤집어 씌웠다. 남자와 나의 대화를 지켜보던 두 명의 외부강사들도 모두 남자가 몇 달간 추진해오던 일을 그런 식으로 뒤엎는 걸 보며 어이없어했다.


평가와 옥상공원화 사업으로 나는 남자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남자는 다섯 가지 반찬을 꼬박꼬박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던 할머니도 해고하려고 했다. 전에 공부방에서 일한 적 있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이 한 달에 20만 원만 주면 일하고 싶다 했다. 나는 완강히 반대했지만 남자는 일방적으로 할머니를 해고하고 우울증 있는 여자분을 급식사로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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