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 J와 만나기로 해 그녀를 통해 알게 된 해방촌의 토스트집으로 향했다. J가 아주 맛있다고 칭찬한 토스집이라 매번 궁금했는데 드디어 함께 방문할 날짜가 맞춰진 것이다.
J와 나는 전 직장에서 만났다. 내가 카페를 그만두고 일 년 정도를 다른 곳에서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쉬는 와중에 친구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알려주었다. 그곳이 마침 좋아하던 편집숍이기에 망설임 없이 지원을 했고 그곳에서 J와 나는 만났다. 매니저 직급인 J와 숍스텝이었던 나. 근무 중에는 이름에 ~님을 붙여 호칭을 했기에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고 내가 일주일에 두어 번 출근을 했던지라 자주 마주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볼 때마다 상냥하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J가 좋았다. 내가 갖지 못한 상냥하고 다정한 말투, 매사에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 등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자주 부딪히진 못했지만 나이가 같다는 것을 알았고 비슷한 결을 갖고 있기에 처음의 서먹함은 금방 사라졌다. 내가 입사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J는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였고 우리의 인연은 거기까지인가보다 싶었다. 그렇지만 그 짧은 시기에 무척이나 진하게 정이 들어 인연을 놓아버리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J의 퇴사 후 함께 근무했던 D와 모여 따로 우리끼리 송별회를 했다. 그날 유독 함께 일할 때보다 더 가깝고 즐거웠던 시간을 보냈고 계획에는 없었던 1박까지 하며 셋이 기억에 남을 송별회를 하였다. 그 후 서로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았고 틈틈이 카톡을 주고받기도 하고, 일 년에 한두 번씩 만나며 계속 인연을 이어나갔다.
이번 만남은 지난여름 함께 도서전에 다녀온 후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다. 관심사가 같은 J와 나는 도서전 때에도 많은 영감과 의견을 나누었고 이번 만남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쩐지 그날의 연장선 같은 만남이었다. 최근 나는 쓰는 일에 있어 스스로 자신이 없어지고 생각이 많았다. 대단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님에도 스스로 검열이 심해져 오히려 쓰다마는 날들이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계속 쓰는 일이 힘들어지기도 했다. 쓰는 게 업이 아니다 보니 이런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도 좀 부끄러웠고 계속 써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미 독립서적물을 세권이나 낸 J에게 지난 도서전에서 이런 나의 마음을 살짝 털어놓았고 내 고민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은 J는 그때와 여전한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만나기 전날 카톡으로 내 글이 좋았다는 말과 만나서 글에 대해 나누고픈 말들에 관해 먼저 짧은 말을 건넸다. 그 짧은 몇 마디 말에서 여전한 그녀의 다정함이 느껴졌고 그녀의 말들로 우리가 나눌 대화에 나는 살짝 설레기 시작했다.
약속한 날이 되어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나보다 멀리 살고 있는 J에게 버스가 밀려 조금 늦게 도착한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곳에 입장하니 생각보다 더 아늑하고 포근해 가져온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20여분 늦는다는 J의 카톡이 오히려 반갑기까지 했다. 먼저 커피와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하고 토스트는 일행이 도착하면 준비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리고 가져온 책을 꺼내 읽다 보니 내가 주문한 따뜻한 카페오레가 준비되었다. 받아 들은 커피의 우유폼에는 마치 나와 비슷한 모양의 캐리커쳐가 에칭기법으로 그려져 있어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 보니 J가 도착했다. 이미 카페 주인 분들과 안면이 있는 J는 그분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나와 그동안의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은 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쓰는 주제로 넘어왔다. 매번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던 고민을 입 밖으로 꺼내어 J와 나누다 보니 명확한 답을 얻지 않더라도 흐릿했던 것들이 더욱 또렷해지는 걸 느꼈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에게 잘하고 있다고, 그렇게 계속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비슷한 고민과 생각들을 나누고 나누다 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우리는 카페를 나와 근처 독립서점을 방문해 책을 구경하고 한참을 걸어 또 다른 카페에 가고 마지막으로 저녁밥을 먹고 헤어졌다. 헤어질 때 가벼운 포옹과 함께 서로를 응원하며 든든한 마음을 챙겼다.
우리는 또 인스타그램으로,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가까운 시일 아니면 해가 지나고 몇 계절을 건너 만나게 되겠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언제 어디에서건 나를 응원하는 사람, 내 글을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면 충분하다.
참치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쓰기 시작하면서도 왜 써야 하는지, 내가 왜 쓰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를 나도 알지 못했다. 단순히 기억의 휘발을 막고 싶어서일지도, 또 반려견을 키우는 수많은 친구들과 아픔뿐 아니라 상실 후의 그리움이 그저 슬픔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나누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왜, 에 대해 딱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이날의 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답을 알기에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유독 감정이 휘몰아치고 가라앉았던 시기들이 이렇게 주변의 도움, 그리고 나 스스로 빠져나오려는 안간힘으로 가까스로 지나간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