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대신, 나를 배우는 수업을 듣습니다
오늘의 증상: 새벽 4시 기상. 아침 운동 1시간. 계속되는 불면 증상으로 의사 선생님과 상담.
졸려도 낮잠은 참기로. 규칙적인 생활 다시 다짐.
병가 3일 차.
아직 마음은 어지럽고, 밤에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가능한 규칙적인 생활을 하세요. 마음은 차츰 가라앉을 거예요.”
그 조언을 따라, 오늘은 낮잠 대신 오랜만에 친한 동생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만난 곳은 송도 해변의 조개구이집. 10여 년 전, 인근 회사에 다니다 퇴사한 후 ‘다시는 근처에도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곳이죠.
그땐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쳤던 동네였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늘의 송도는 그저 고요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 동생은 제 일에 저보다 더 마음 아파해주는, 열 살 어린 친구입니다.
“언니는 일은 열심히 하면서 자기 자신은 너무 후려치고 사는 것 같아요. 그따위 회사 진작에 그만뒀어야죠! 언니가 얼마나 예쁜 사람인데요.”
물론 여기서 ‘예쁘다’는 건, 얼굴 말고 사람이 예쁘다는 뜻입니다.
제 일에 저보다 더 마음 아파해주는 동생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나는 너무 오래 나를 아끼지 않았구나.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을 통해 위로받고, 그렇게 온기를 되찾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읽은 양순자 선생님의 책 『어른 공부』 속 구절이 떠오릅니다.
“남을 미워하는 것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때 미워해.”
그래요. 회사에 대한 원망도, 이상한 팀장에 대한 분노도,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이제는 조금씩 놓아보려 합니다.
송도 해수욕장에 대한 기억처럼, 그 감정들도 언젠가 담담해지고 다시 아름다운 기억으로 덮이겠지요.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단단히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나를 배우는 중입니다.
늦었지만 꼭 필요한 — 진짜 어른공부를 시작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