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차 - 빽 없는 게 죄가 되는 세상에서

고래들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작은 존재 이야기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협력업체와의 카톡 후 수면의 질 급하강. 새벽 3시부터 깨어 있다가 7시 산책 후 탈진. 헬스클럽은 저녁으로 미뤄야겠다고 결심.


저는 빽이 없습니다.

여자라면 보통 하나쯤 있다는 명품 백은 고사하고, 소위 말하는 인맥의 빽도 없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요.


가방은 가볍고 짐이 많이 들어가는 실용적인 것을 들었고,

내 능력이 맞는 자리를 찾아

내 능력을 다하여 일해 왔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결국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 믿었습니다.

누구 사장님 라인이네, 누구 상무님 라인이네,

말들이 돌아도 저는 늘 제 자신에게 떳떳했습니다


어젯밤, 정확히 저의 병가 휴직 1일 차,

협력업체를 통해 들려온 회사 소식은

저의 모든 신념과 자부심을 다시 한번 갈갈이 부수었습니다.


여러 번 민원으로 저를 괴롭혔던 학부형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국민신문고를 넣었었다고 했던가요?


국민신문고 답변에 불복한 그는

이번에는 윗선의 '빽'을 이용해 압력을 가해 왔다고 합니다.

팀장님과 저의 대직자가 시의원에게 불려 갔다 왔다고 하네요.


저는 어쩌면 기뻐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병가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 일은 제 손을 떠났으니까요.


그렇지만, 빽이 있다고 불공정과 억지가 정의가 될 순 없지 않나요?


새 집을 지었습니다.

창문도 만들고, 발코니도 만들고

넓은 거실과 침실도 만들었습니다.

뒷문에 잠금장치가 없는 것을 틈타 도둑들이 드나들었습니다.


도둑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이 문은 앞으로 잠급니다~라고

게시를 하고

잘못은 덮어두고 문을 잠갔더니

도둑이 문을 부실하게 했던 제 탓이라며

적반하장을 시연하더니

마을 촌장을 불러와 집주인이 문을 잘 못 달아

자기가 피해를 입었다 하는 격입니다.


중국의 한 유명 여자 연예인에 관한 일화가 있습니다.

"재벌과 결혼할 생각은 없나요?"

그녀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바로 그 재벌인걸요."


저도 그녀처럼 박력 있는 여성이 되고 싶었습니다.

불공정과 억지가 만연해도 정도를 지켜가고 싶었습니다.


첫 사업이라 소소한 곳 하나하나까지 정성을 기울였고

심지어 불법 클릭이 발견된 후에도

제 영혼의 친절함과 다정함을 모두 긁어보아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게시글을 썼습니다.


이제 저는 병가로 나와 있으니

모든 책임은 제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겠지요.


"예예, 앞 담당자가 잘 못했어요."


어쩌면 저를 잘라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조율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빽이 없고 크릴새우처럼 작고 힘없는 저는

고래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오늘도 꿈을 잃고 희미해져 갑니다.




병가 중 겪는 감정과 회복기를 기록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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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로 읽는 중국 사회》 2화도 발행됐습니다. 매주 월수금 연재 중!

02화 외모지상주의시대 … 당신의 颜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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