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평시대를 살아가는 중국과 한국
혹시 중국식 성형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성형 방식인데요,
마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처럼 커다란 눈, 살짝 솟은 콧대, 뾰족한 턱선이 특징이라고 하지요.
한때는 한국식 성형이 유행하며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원정 성형’을 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한국에서도 중국식 성형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외모지상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건
한국이나 중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네요.
중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颜值(yánzhí)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颜值 = 얼굴(颜) + 수치(值),
직역하면 ‘얼굴 점수’ 혹은 ‘외모 값’쯤 되는 말인데요,
우리나라의 얼평(얼굴평가)와 유사한 위치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단어는 원래 아이돌의 외모를 평가하던 팬 커뮤니티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的颜值逆天了(**de yánzhí nìtiān le)!”
~~의 외모는 하늘을 뚫었다! → 얼굴이 천상계다!
요즘은 사람뿐 아니라 제품 디자인이나 카페 분위기까지
모두 颜值로 평가합니다.
· “这款手机颜值爆表(Zhè kuǎn shǒujī yánzhí bàobiǎo.)。”
이 휴대폰 완전 비주얼 터진다!
· “这家咖啡厅不仅好喝,颜值也超高(Zhè jiā kāfēitīng bù jǐn hǎohē, yánzhí yě chāo gāo.)。”
이 카페는 커피도 맛있고, 분위기도 끝내줘!
물론 외적 평가를 나타내는 말이다 보니, 가장 자주 쓰이는 대상은 ‘외모’입니다.
특히 팬들 사이에선 다음과 같은 말도 자주 오갑니다.
· “**颜值不行,演技来凑(**Yánzhí bù xíng, yǎnjì lái còu.)。”
~는 외모는 부족하지만, 연기로 커버한다.
※잘생김을 연기하는 어떤 배우가 생각나는 대목이지요?
여기서 재미있는 건,
颜值(옌즈, 외모 점수)와 演技(옌지, 연기력)의 발음이 비슷해서
팬덤 간 디스전용 표현으로도 쓰인다는 점입니다.
· “**颜值与演技都不行,为什么总当主角呀
(**Yánzhí yǔ yǎnjì dōu bù xíng, wèishénme zǒng dāng zhǔjué ya?)?”
~는 외모도 연기도 안 되는데 왜 늘 주연이야?
· “颜值低但心地善良(Yánzhí dī dàn xīndì shànliáng.)。”
(얼굴은 좀 그렇지만 마음은 착해요)
이처럼 외모를 수치화하고 평가하는 '颜值' 문화는
단순한 미의 기준을 넘어서
돋보여야 살아남는 사회의 불안과 자기관리 압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눈을 감을 수 없을 정도로 절개해 만든 커다란 눈,
어디서 본 듯한 똑같은 얼굴들이 거리와 인터넷을 가득 채우는 현실은
단지 ‘예뻐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경쟁력으로서의 외모를 갖추기 위한 생존 전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