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대한 중국판 해답 - 집도 연애도 야근도 없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무한경쟁과 사회적 불공정 속에서 생겨난 자조적 표현, ‘회사의 가축’을 뜻하는 社畜(사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계속되는 노력에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은 사람들의 울분을 넘어 체념을 낳았고,
그 체념을 담은 새로운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躺平(tǎngpíng, 탕핑)'입니다.
‘躺(tǎng, 탕)’은 ‘드러눕다’, ‘平(píng, 핑)’은 ‘평평하다’는 뜻으로
직역하면 ‘평평하게 드러눕기’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최소한만 하며 살겠다”는 태도이지요.
'躺平(탕핑)'은 2020년대 초,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해
지금은 중국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사회문화적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躺平(탕핑)'은 한국의 ‘N포 세대’와도 비슷한 맥락을 갖습니다.
다만, ‘N포 세대’가 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한 소극적 포기라면,
躺平(탕핑)'은 삶 전반에 대한 체념과 사회적 비협조, 조용한 저항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 悟り世代)’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연애나 출세를 바라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겠다는 깨달음의 세대죠.
사실 한·중·일 모두 ‘출세’라는 사회적 기준은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좋은 대학 → 좋은 직장 → 좋은 결혼 → 좋은 집 → 좋은 자녀교육.
이 일렬의 레일을 벗어나면 낙오로 여겨지는 구조 속에서,
이제는 그 '레일 자체를 거부하는 흐름’이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어딘가 씁쓸하네요.
· 我决定躺平,不买房,不结婚,不加班(Wǒ juédìng tǎngpíng, bù mǎi fáng, bù jiéhūn, bù jiābān.)。
→ 나는 탕핑하기로 했다. 집도 안 사고, 결혼도 안 하고, 야근도 안 한다.
· 躺平是一种生活态度(Tǎngpíng shì yì zhǒng shēnghuó tàidù)。
→ 탕핑은 하나의 삶의 태도다.
· 摆烂(bǎilàn, 바이란)
→ 망치는 걸 감수하며 그냥 다 포기하겠다는 심정. 탕핑보다 더 강한 방임·자포자기의 의미를 지닌다.
· 佛系(fóxì, 포시)
→ ‘불교 스타일’로, 집착을 버리고 자연에 맡기는 태도.
· 摸鱼(mōyú, 모위)
→ ‘물고기를 만진다’는 뜻. 업무 시간에 딴짓하거나 슬쩍 힘을 빼며 일하지 않는 행동을 의미.
· 葛优躺(Gě Yōu tǎng, 거요우탕)
1990년대 인기드라마에서 배우 ‘葛优(거요우)’가 소파에 늘어져 있는 모습이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 다시 회자되며 생긴 밈. 무기력과 체념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유행어.
탕핑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부정적입니다.
· “躺平不行!奋斗才行(Tǎngpíng bù xíng! Fèndòu cái xíng!)!”
→ 탕핑은 안 돼! 분투만이 답이다!
이처럼 관영 매체를 통해 ‘분투’가 강조되지만,
많은 청년은 여전히 조용한 저항의 방식으로 탕핑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삶을 선택하셨나요?
출세 경쟁 속 ‘社畜(사축)’으로 살고 있나요?
아니면 세상에 등을 돌리고 ‘躺平(탕핑)’을 선택했나요?
직장인의 삶이 버거우신가요?
병가 중의 저 역시 이런 현실 속에서 잠시 멈추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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