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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화 - 회사의 가축으로 몰린 사람들 … 社畜(사축)

단어에 담긴 일하는 자의 슬픔

by 강호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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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출근하셨나요? 아니면 출근할 회사를 찾기 위해 이력서를 쓰고 계신가요?

몇 년 전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선시대에서 온 인물이 직장인에게 신분을 묻자,

그는 “노비요. 주인님에게 돌아가는 길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유쾌한 이 장면은 ‘직장의 노예’라는 현실을 풍자하며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신분제가 없지만, 우리는 여전히 ‘직장의 노예’, ‘월급의 노예’라는 표현을 씁니다.

중국에도 비슷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社畜(shèchù)'입니다.


'社畜(사축)’은 일본에서 유래한 용어로 ‘회사(社)’와 ‘가축(畜)’의 합성어입니다.

'회사의 가축', 즉 회사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는 뜻입니다.


2010년대 이후 중국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확산되어,

자신을 회사의 노예나 기계적으로 일하는 존재로 느끼는 상황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답니다.

오늘날 중국 직장인, 특히 청년 세대가 겪는 극심한 노동 강도와

일 중심의 삶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사회문화적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만 중국도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몇 년 전 뉴스에서는 석사 이상만 참여 가능한 대형 취업박람회가 열렸는데,

체육관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었다고 하지요.


운 좋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현실은 냉혹합니다.

중국은 나라가 큰 만큼 다른 지역으로 취업하는 것이 일상적입니다.


특히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 취업에 성공했다면

한편으론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고민입니다.

월급의 대부분을 높은 월세로 내야 할 테니까요.

게다가 회사에서는 또 어떤가요. 무한경쟁과 과잉노동,

그리고 턱없이 낮은 월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국 대학 졸업생의 평균 월급은 한화로 100만 원 남짓.

명문대 졸업생이 고급 가정부를 선택하거나,

우리나라의 쿠팡맨처럼 배달업에 종사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닙니다.


대도시의 높은 물가와 월세, 과도한 야근, 낮은 급여는

청년층에게 ‘사축’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강요합니다.


社畜을 활용한 자조적 표현들

· 我只是个社畜罢了,每天加班到深夜(Wǒ zhǐ shì gè shèchù bà le, měitiān jiābān dào shēnyè)。

→ 나는 그저 회사의 노예일 뿐이야.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해.

· 社畜日常:咖啡续命,开会过活(Shèchù rìcháng: kāfēi xùmìng, kāihuì guòhuó)。

→ 사축의 일상: 커피로 연명하고, 회의로 생존한다.

· 不是在加班,就是在准备加班的路上,社畜实锤了(Bù shì zài jiābān, jiù shì zài zhǔnbèi jiābān de lùshàng, shèchù shíchuí le)。

→ 야근 중이거나 야근 준비 중이거나, 이건 진짜 사축이야.


社畜과 비슷한 표현들

'社畜(사축)’이 이렇게 대중화되다 보니 비슷한 표현들도 많아졌습니다.

1. 打工人(dǎgōngrén, 다궁런, 노동자)

원래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최근에는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자조적 직장인’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 “大家都是打工人(Dàjiā dōu shì dǎgōngrén)”

→ 우리 모두,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야.


2. 加班狗(jiābāngǒu, 지아반거우, 야근개)

야근(加班)에 시달리는 직장인 스스로 ‘개’에 빗대어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3. 搬砖( bānzhuān, 반주안, 벽돌 나르기)

‘벽돌을 나른다’는 의미로, 단순 반복적인 고된 노동을 빗대어 자신을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 “上班就是搬砖(Shàngbān jiù shì bānzhuān)。”

→ 출근은 곧 벽돌 나르기다.


4. 螺蛳壳里做道场(luósī ké lǐ zuò dàochǎng, 나선껍질에서 수행하다)

좁고 답답한 환경에서 자신을 갈아 넣는 직장인의 현실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社畜(사축)’이라는 단어에는 자기 비하와 자조, 그리고 사회에 대한 냉소가 담겨 있습니다.

중국 청년들은 왜 스스로를 가축에 비유해야 했을까요?

열심히 일해도 바뀌지 않는 미래, 좁아진 기회의 문, 불균형한 사회 구조 때문 아닐까요.


오늘도 출근하는, 그리고 취업을 위해 하루하루 애쓰는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社畜(사축)’에 반하는 개념으로 생겨난 '躺平(탕핑)'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직장인의 삶이 버거우신가요?

병가 중의 저 역시 이런 현실 속에서 잠시 멈추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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