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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커플 감성에 중독된 시대 – CP感(씨피감)

커플 덕질에 진심인 사람들, 'CP감'이 뭐길래?

by 강호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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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드라마를 좋아하시나요?

요즘 중국드라마의 흥행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CP感(씨피감)입니다.


CP感(씨피감은 ‘커플 케미’를 말하는데요, 즉 남녀 주인공이나 조연들 간의 조합이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인기도가 좌우되곤 하죠.


그래서일까요? 요즘은 드라마 제작 초기부터 CP感(씨피감) 마케팅이 시작됩니다. 주연 배우들은 마치 연애하듯 홍보에 나서고, 팬들은 “진짜 사귀는 거 아냐?”라며 열광합니다.


오늘은 이 CP感(씨피감)이라는 신조어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문화적 배경 속에서 소비되고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CP感(씨피감)이란?

요즘 중국 SNS나 팬덤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 중 하나가 바로 CP感(CP gǎn, 씨피감)입니다.


여기서 CP는 영어 Couple(커플)의 약자이고, 感(gǎn)은 감각, 느낌을 뜻합니다. 즉, CP感(씨피감)은 두 사람이 실제 연인이 아님에도 마치 커플처럼 잘 어울리는 조합이나 느낌을 말합니다. 이 용어는 원래 중국과 일본의 드라마나 소설, 게임 팬덤을 중심으로 발전해 지금은 널리 쓰이는 신조어가 됐습니다.


드라마나 예능 속 가상의 캐릭터, 아이돌 무대 위 조합, 심지어 라이브 방송에서의 우연한 눈빛 교환까지.

팬들은 “CP感 미쳤다!”, “진짜 사귀는 줄!”이라며 열광합니다.


CP感(씨피감)은 왜 생겼을까?

CP感(씨피감) 열풍은 중국 팬덤 문화의 적극적인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팬들은 단지 ‘좋아하는 배우’를 응원하는 것을 넘어, ‘엮이는 관계’ 자체를 소비하고 가상의 케미를 즐깁니다. 단순한 팬에서 CP 팬, 그리고 커플 서사까지 창작하는 팬픽 팬덤으로 나아가기도 하죠.


드라마에서 호흡이 좋았던 두 배우, 예능에서 티키타카가 좋았던 두 아이돌 등.

팬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CP를 끝없이 소비하며 SNS, 커뮤니티, 팬아트, 팬픽까지 이어지는 ‘커플 놀이’의 세계를 펼칩니다. 때론 실제 제작사나 연예기획사도 이에 편승해 ‘영업 CP(마케팅용 커플)’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드라마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평생 CP로 묶여있을 수는 없죠. 다음 드라마에서 새로운 CP가 생기면, 기존의 CP 팬들은 남녀 주인공을 따라 나뉘거나 등을 돌리기도 쉽습니다. 이에 따라 원래 관계가 좋았던 남녀 주인공이 오히려 원수 사이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때로는 주인공보다 조연들과의 CP가 더 인기를 얻으면, 조연의 촬영분을 일부러 줄이는 등 일반인들은 모르는 연예계의 알 수 없는 비즈니스가 성사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현실과의 혼란

문제는 CP感(씨피감)이 때때로 ‘진짜 감정’처럼 착각된다는 점입니다.

“이 둘 진짜 사귀는 줄 알았어…”

“현실 연애설? CP감 무너졌어ㅠㅠ”

와 같은 반응이 대표적입니다.


현실과 허구, 배우와 캐릭터, 팬심과 연애 감정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팬들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CP塌房(CP tā fáng, CP 붕괴)’라는 말로 설명되는데, 실제 연애 사실 등으로 인해 가상의 CP 환상이 무너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팬들은 자신이 몰입했던 이야기가 한순간에 깨지자 때로는 배우의 실제 관계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무리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팬심’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스타와 팬 사이의 긴장감, 마케팅과 진정성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사랑 서사’를 향한 집착이 얽힌 복잡한 관계라 할 수 있지요.


CP感(CP감) 관련 표현

· 嗑CP(kē CP) : CP를 씹는다 → 커플에 열광하며 소비하는 팬심

· 营业CP(yíng yè CP) : 영업CP → 마케팅용으로 연출된 가짜 커플

· CP塌房(CP tā fáng) : CP가 무너지다 → 실제 연애 사실 등으로 CP 환상이 무너지는 현상

· 真CP / 假CP : 실제 커플 vs 가상 커플


한국에도 있을까?

우리나라에도 ‘케미 커플’, ‘찐친 조합’, ‘서브 커플 신드롬’ 같은 비슷한 문화가 있습니다.

드라마가 끝나도 두 배우의 커플 화보가 이어지고, 예능 속 케미를 모은 짤이 화제를 모으기도 하죠.


하지만 중국처럼 팬덤과 마케팅이 조직적으로 결합된 CP 문화는 아직까지는 덜 보편적입니다.

중국은 팬이 ‘창작자’가 되는 구조 속에서 CP感(씨피감)을 하나의 소비 콘텐츠로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대중은 사랑 이야기를 사랑합니다.


진짜 사랑이 아니라, 사랑 ‘같은 감정’을 소비하는 시대.

CP感(CP감)은 결국 ‘사랑’이 아닌 ‘사랑 서사’에 대한 열광입니다.


사랑을 보고 싶고, 느끼고 싶고, 때론 엮고 싶은 팬심의 다른 이름.

그 감정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기도 하니까요.


당신은 어떤 CP를 응원했던 적이 있나요?

그것은 진짜 감정이었나요, 아니면 나만의 CP스토리를 원하는 꿈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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