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의 복병, 100W짜리 '전구'를 조심하세요
최근 중국 소설을 읽다가 재미있는 표현을 발견했습니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기대한 연인들 사이에 눈치 없이 끼어드는 제3자.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지칭하는 단어가 없는 것 같은데
중국에서는 이런 사람을 ‘电灯泡(디앤덩파오, 전구)’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커플 사이에 낀 전구 电灯泡(디앤덩파오)에 대해 알아봅니다.
电灯泡(diàn dēng pào, 디앤덩파오)는 원래 중국어로 백열등이나 전구를 뜻합니다.
전구가 켜지면, 주변을 밝혀 주목을 끌게 마련이죠. 이처럼 커플 사이에 지나치게 존재감을 방해하는 사람을 가리켜 중국 광둥성 등지에서 电灯泡(디앤덩파오)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SNS를 중심으로 넓게 퍼지며 지금은 중국 전역에서 자주 사용하는 신조어가 되었답니다.
연인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자꾸 같이 밥 먹자고 하거나,
대화에 끼어드는 친구나 동료가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전구 100W짜리 电灯泡(디앤덩파오)인 거죠!
재미있는 건, 이 ‘전구’가 꼭 눈치 없는 사람만 뜻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의도적으로 커플 사이에 끼는 사람도 电灯泡(디앤덩파오)에 해당합니다.
짝사랑 중인 상대의 데이트에 “그냥 친구로서” 껴보는 경우
커플 사이를 살짝 방해하려는 질투심이 담긴 행동
또는, 정말 모른 채(?) 끼어드는 순수한 경우까지…
전구의 밝기는 상황과 감정선에 따라 달라지죠.
최근에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SNS에서도 ‘디지털 전구’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커플 사진 댓글마다 ‘나도 껴줘~’라고 쓰는 친구
데이트 인증샷에 “나 없어서 심심했지?” 댓글 다는 사람
심지어 영상통화 중에 끼어드는 친구까지!
모든 시대엔 ‘전구’가 존재합니다.
그 전구가 귀엽고 따뜻한 조명이 될지,
눈부시고 방해되는 서치라이트가 될지는
당신의 센스와 눈치에 달려 있겠죠.
· 我不想当电灯泡(wǒ bù xiǎng dāng diàn dēng pào)。
: 나는 들러리(방해꾼) 되고 싶지 않아.
· 他们让我做电灯泡, 真尴尬(tā men ràng wǒ zuò diàn dēng pào, zhēn gān gà)。"
: 그들이 나를 들러리로 끼워줬는데 정말 어색해.
· 今天的约会, 有个电灯泡在场,气氛都没了(jīn tiān de yuē huì, yǒu gè diàn dēng pào zài chǎng, qì fēn dōu méi le)。"
: 오늘 데이트에 들러리(전구)가 있어서 분위기가 다 깨졌어
· 不速之客(bù sù zhī kè, 부 스 쯔 커) : 갑자기 찾아온 손님, 즉 '불청객'으로 커플 사이뿐 아니라 원치 않는 제3자를 표현할 때 사용
· 第三者(dì sān zhě, 디 산 쪄) : '제3자'라는 의미로, 커플 관계 또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인물을 중립적으로 표현
· 搅局者(jiǎo jú zhě, 지아오 쥐 쪄) : '판을 흩뜨리는 사람', 즉 분위기나 상황을 방해하는 '훼방꾼'
· 场外人员(chǎng wài rén yuán, 창 와이 런 위엔) : 무대 밖의 인물, 관계없는 사람으로 일상에서 눈치 없는 사람을 뜻함
우리나라는 이런 제3자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들러리’ ‘꼽사리 꼈다’ ‘낄끼빠빠 못 한다’ 등이 비교적 가까운 표현이 되겠네요.
중국에서는 이제 “电灯泡 짓 하지 마!”라는 표현이 밈(meme)처럼 일상에 퍼졌습니다.
소설은 물론, 드라마, 예능에서도 이런 캐릭터들은 재미를 주는 존재로 자주 등장하지요.
사람 사이의 거리감, 관계의 경계, 그리고 눈치.
어쩌면 ‘전구’는 시대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을 사회적 관계 속의 상징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전구’였나요?
혹은, 당신 곁에 자꾸 켜지는 전구가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