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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밍블 Dec 01. 2021

직장에서 힘빼기의 기술이 필요할 때

동료가 경쟁자로만 보일 때 괴롭다.

 너 시험접수했어?”

다른 팀 언니가 내게 다가와 다짜고짜 시험에 대해 물었다.“무슨 시험? 아, 자격증...난 11월에 보려고. 지금 당장은 공부하기 싫어서^^; 가볍게 대답하는 내게 언니는 그럴 때가 아니란 듯이 놀라며 말했다.

정말? 난 7월에 보려고 접수했는데. 너도 그냥 7월에 얼른 봐”    

 

아니, 저 언니는 담당업무도 아니면서 자격시험을 왜 본다는 거야, 그것도 이렇게 르게. 따봤자 바로 이 업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하는 샐쭉한 마음이 들었다. 정작 업무를 위해 자격증을 따야 하는 나는 접수를 최대한 미루고 있는데 다른 팀 언니가 자격증 취득에 욕심을 냈다. 여유를 부리고 싶었는데 갑자기 초조해졌다. 이러다 자리 뺏기는 거 아냐? 준비가 안 된 사람의 자리는 보장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7월 시험을 접수했다. 생각보다 공부를 많이 해야됐고 어려웠던 시험이었다. 솔직히 포기했을 줄 알았는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언니는 매일같이 다 찍었네, 어쩌네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을 했다. 말은 저렇게해도 시험 얘길 계속 하는 걸 보면 기대를 하는 것도 같았다.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냥 미소지을 뿐이었다. 내게도 시험이 어려웠고 합격할 지 어떨지 알 수 없었는데 언니 앞에선 어려웠다 말하기 싫었다. 난 언니보다 경력자니까. 내가 담당이니까. 담당이 아닌 언니가 자격증을 따지 못하는 것은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내가 따지 못하면 창피한 일이었다.

     

합격자 발표날, 언니는 근무시간이었는데도 환호를 질렀다. 딱 컷트라인 70점으로 합격했다고. 자기 좀 대단한 것 같다고. 언니가 점수 확인을 하는 그 시간, 사실 나도 해당 홈페이지에서 새로고침을 무한 반복하며 점수가 뜨길 기다렸다. 다행히 합격이었다. 점수는 79점. 70점이나 79점이나 도토리 키재기였는데 나는 굉장히 고고한 얼굴로 언니의 합격을 축하했다. 속으론 그만 좀 얘기하라고 자격증 다고 지금 당장 우리 팀으로 올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을 삼키면서 말이다. 호시탐탐 내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나의 모난 마음이었다. 예상했듯이 나의 자격증 취득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고 언니의 자격증 취득은 칭찬받을 만한 것이었다. 이렇게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하면 더 좋은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결론적으로 언니는 우리 팀에 오게 됐다. 그렇게 우리 팀에 오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과 징하다는 생각 그리고 동시에 언니가 일찍 접수하는 바람에 덩달아 따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낙동강 오리알 될 뻔했는데.  


나의 열심에 취해 살던 때였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내가 늘 뭐든 열심히 했기에 복이 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거기까지만 생각했다면 좋았을 걸, 다른 사람의 열심에 대해서는 욕심이라 생각하며 왜 저러는 거냐며 나무랐다. 내 것, 내 자리에 집착했다. 그것이 전부였기에 더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초조한 마음은 나를 늘 괴롭게 했다. 경쟁하고 비교하며 나를 더 갈아 넣었다. 더 열심히, 더 빠르게.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나는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은 왜일까?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상대보다 우월해서 얻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노력, 나의 애씀 덕에 성취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도 비슷한 무엇을 얻었다면 내가 더이상 우월하지 않다는 뜻이 되니까. 뺏고 뺏기는 관계. 끝없는 비교와 자기위안을 멈추고 함께 성장한다는 의식을 가지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를 생각했다. 언제까지 지금의 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할 수는 없는데. 시간이 흐르는 만큼 나의 역량도, 요구되는 능력도 달라질 터이다.  내가 그 자리를 떠나도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이고 기회는 돌고 돌아 또 다른 몫이 생길 수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잘했어!”

“정말 축하해!”

이 마음이 어려운 거야? 내게 묻는다. 언니가 시험 접수했다고 했을 때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준비하는 마음에 대해 물으며 함께 공부하자고 했으면 됐을 일이었다. 커트라인 70점으로 합격했다고 했을 때 정말 축하한다고. 합격이면 어차피 점수는 필요 없다고 서로 맑게 웃으면 됐을 일이었다. 휴직을 하고서야 나는 경쟁을 멈춰 나를 돌아봤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좁았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직위에 따른 업무 능력 말고 본래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노력들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직급과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었고 복직 후 자연스럽게 다른 업무를 하는 것에 두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동료는 곧잘 경쟁자가 된다. 여전히 마음을 먹지 않으면 전투에 불타오르기도 하고 질투 어린 눈으로 동료를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안다. 내가 하는 일들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란 것. 내게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누구보다 뛰어난 리더십이 있어서가 아닌 맡겨지면 다 하게 되는 일들이라는 것을. 이런 마인드를 가지면 크게 연연하는 마음은 사라지면서 도리어 나를 긍정하는 힘이 된다. 일이 너무 버겁게 느껴질 때, 내 능력이 한없이 부족하다 생각될 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 그냥 해보자~ 라고 힘을 빼는 순간 괴물같은 일이 담백해진다. 동시에 내 자리가 아등바등 지켜야 하는 자리가 되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되 서로 협력하는 자리로 여겨지는 것이다.


힘을 빼는 일은 필연적으로 힘을 줘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무조건 욕심을 버리고 초연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힘을 줬다 뺐다 갈피를 못잡을 때가 많다. 하지만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을 알아차린다. 그럴 때 중요한 가치를 다시 한번 떠올리며 내가 힘줘야 하는 부분과 내려놓아야 하는 것의 경계를 그어본다. 힘을 빼는 것은 한정된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술이지 도인처럼 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현재 그런 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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