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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A Oct 23. 2024

I need reading glasses.

노안이 왔어.

“야야, 이것 좀 읽어줄래?”

엄마가 어느 날부터 그러셨다.

그때 나는 눈앞에 것들이 보인다 하실까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아들에게,

“야야, 이것 좀 읽어줄래?” 하고 있다.


20여 년 전에 했던 라식 수술이 수명이 다한 건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 둘 다겠지. 매일 먹는 유산균 통을 멀리 떨어뜨려야 겨우 보인다. 각도를 바꾸고, 눈을 찡그려도 그러하다. 잘보려고 더 멀리 떨어뜨려보려고 해도 팔이 더 길어질 리가 없으니 난감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불안해서 뜨개질에 지나치게 몰두한 탓에 시기가 당겨진 것도 같다. 미국에 왔던 첫 해, 크리스마스 즈음, 산타얼굴 오너먼트를 코바늘로 떠서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 올려봤다. 처음엔 주문이 세 개, 그다음엔 여섯 개, 그리고 열 개... 그들의 주목에 신이 났다. 한꺼번에 16개를 주문받았던 날은 밤을 꼬박 새웠다. 그렇게 약 2주 동안 100여 개를 팔았다. 그해 연말 그 돈으로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이름난 뷔페에서 한턱 쏠 때까지도 긴가 민가 했었다.


그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라면을 먹는데, 입안으로 들어가는 면발이 입으로 다가올수록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 떨구면 보이고, 입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엔 흐릿하고.

그리하여 '돋보기안경 aka Reading Glasses'을 한 세트 구입했다.

그런데 한동안은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다치지 않았지만 사 둔 한 상자의 반창고 옆에 고이. 젊음이 낡아가는 신호에 한동안 우울했다.


I need reading glasses.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요즘엔 총 5개의 'Reading Glasses'가 손 닿는 곳마다 놓여있다. 라식수술을 한번 했던 눈이라 노안교정수술이 될지 어떨지도 모를 일이고, 이 불편을 외면하려니 미간에 내천자가 깊어질 판이 되어서였다. 그러면서 이걸 굳이 3개들이 세트로 팔았는지 알게 되었다. 손 닿는 곳마다 발 닿는 곳마다 필요하다.

가끔 스치듯 지나간 쌩쌩했던 쌩눈의 시간이 그리워 우울져지려고 하면 얼른 고개를 들어 창밖에 구름 갯수를 세어본다. 그러면 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숲을 보는게 나무를 보는것보다 자연스러워졌다. 나무만 보지말고 숲을 보라며 안타까워하던 주변 어른들이여, 드디어 제가 말을 듣습니다. 그려.


"Yeah, I need reading glasses."


오랜만에 안경이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사용했던 안경을 라식수술로 벗어던지고 자유를 찾았던 그날 이후로. 

콧구멍을 짓누를 만큼 내리 낀 내 모습은 이걸 끼고 신문 사설을 꾹꾹 눌러 읽던 우리 엄마랑 영락없이 같은 모습이다.

나는 저거 절대 안 할 거라는 말에 승복하는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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