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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A Oct 24. 2024

She is Karen.

Karen이 왜 웃긴건데?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오랫만에 동해다. 

미리 예약해둔 숙박지를 찍고 출발했다.

휴게소에 들려 버터구이 감자도 먹고, 호도과자도 먹자. 그리고 바다에 도착하면, 하염없이 수평선도 보자. 그렇게 이번 주말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지난주 우리 참 다사다난했잖아. 


간밤을 불꽃놀이 셋트로 하얗게 태운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부시시 일어나는데 전화가 한통 온다. 받지 않을거라고 다짐했지만 전화기를 보니 다음주 주말, 상담 예약을 하고 갔던 학부모다.


여보세요?

아 네 선생님, 지금 학원 앞인데 문이 잠겨있어서요.

네? 다음주 주말에 뵙기로 한 걸로 메모가 되어있는데 저는.

뭐라고 하시는거에요. 아니에요. 이번주에요. 아니 바쁜 시간 쪼개서 여기 와있는데, 어디 계신데요 지금?

저는 지금 동해에요. 가족끼리 주말여행 와있습니다.

아니 바쁜 사람오라해 놓고... 참...
돈 받고 애들 가르치는 사람이 약속을 이따위로 해도 되는거에요?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을 했나봐요.


그런데 분명히 다음주 주말이라고 몇번확인했다. 나에게 약속은 금이고 한번 한 약속은 절대 내가 먼저 어기는 법은 없었다.


한 공간에 있던 아이가 놀라지 않게 조용히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눈물이 핑 돌았다.  관리가 잘 안 된 뿌연 창문 밖으로 수평선 위로 높이 뜬 해가 보인다. 주말, 동해에서조차도 울상인 엄마를 보는 아이도 보인다. 아차했다.

구겨지고 젖어서 찢어지기 직전의 마음을 허리를 세워 펼쳐본다. 젖은 마음의 귀퉁이는 얼른 나가서 말려보자.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루종일 바빴다며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다는 그 엄마, 당신도 기록을 확인해보니 다음주가 맞다며 문자가 왔다.


제가 착각했어요. 다음주에 뵈어요.


사과는 끝내없었다.



She is Karen,

 미국에선  무례하고 권위적이고 '내가 누군지 몰라?' 식의 여자를 속어로 'Karen'이라고 부른다는걸 알게 되었다.

 

수퍼볼 경기, 미국생활 5년이어도 아직도 규칙도 잘 모르겠고 격한 경기방식에 찔끔 찔끔 놀라는 미식축구지만, 수퍼볼 경기가 있는 날엔 누가 불러주면 쪼르르 가서 TV 앞에 모두 둘러 앉는다. 그러면 이내 온갖 종류의 광고에 취한다. 눈을 사로잡고 이어지는 광고중에 하나가 M&M 초콜렛 광고였다.  


두 여자가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 이런 대화를 나눈다.


Sorry I called you Karen.

That's my name.

Oh, I am so sorry that your name is Karen.

다들 웃는데, 나는 영문을 모르고 두리번 두리번.

친절한 동네 언니가 설명을 해준다. 'Karen'이 우리의 '이태리타올'처럼 보통명사가 된 고유명사라는 걸. 안하무인, 불평불만에, 아무데서나 큰소리내는 '갑질녀'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Karen이던 갑질녀이던,

만국 공통의 캐릭터님,

미안하다 말하면,

눈사람처럼 녹아내리나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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