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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A Oct 28. 2024

Not my circus, not my monkeys

내 일 아냐.

고작 10년 되었다. 그전까지는 'Not my circus, not my monkeys' 였다.


수학여행을 갔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세찬 바람이 바닥을 일으켜 누렇게  바다가 모든 것을 다 집어 삼킨 , 반나절이 지나 나라의 수장이 단정히 손질된 머리를 하고 뉴스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침몰한 배에는 구명조끼가 없었냐고 물었다.


생애 처음 용돈털어 음악잡지를 사게 만든 내 첫 가수, 신해철이 같은 해에 어이없이 떠나갔고, 정치혐오라는 말이 난무했고, 이후 2016년 겨우내 광화문 아스팔트길 위에 적잖은 촛농을 떨구고서 이루어진 조기 대선에서 나는 생애 첫 투표를 했다. 


2009년 5월, 장례 행렬을 따라 노란 종이비행기들이 날았다. 그때  나이는 뭘 알만한 나이라고도 했지만 또 뭘 모르는 나이라고도 했다. 내가 통장을 스치는 지나가는 급여에 낙망하고, 그와중에 전세대출 터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월급협상을 위해 거울을 보고 비장한 표정을 연습하고, 아이 학습 상담하러가는 날 신을 구두가 없어 고민하는 동안, 나랏일은 나랏님들이 바쁜 우리 대신 알아서 잘하는 건 줄 알았다.


정치 경제 수업시간에, 나랏일하라고 앉혀놨는데, 지 잇속만 챙기는 자들이 제법 있으니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한다고 좀 해주셨으면 넋놓았던 시간이 좀 짧았을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때문에 그렇게나 수업들이 지루하고 따분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국민학교때, 영화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이 배역을 맡았던, 머리 벗겨진 대통령이 물러났다. 지금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코딱지만한 나라에서 한뼘아래 광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꽁꽁 숨기는게 가능했던 긴 임기를 끝내고, 자신을 보통사람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 처진 눈으로 웃는 얼굴이 인상이 괜찮았다. 고백컨데 나는 사람보는 눈이 없다. 여하튼 그 보통사람의 임기 중엔 나는 잠실 올림픽 경기장을 굴렁쇠를 굴리며 뛰어가는 아이들을 뽑는 기준이 뭐였을까만 궁금했다.


손가락으로 OK자를 만들고 다니던 분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이웃들이 금니를 뽑아내 여기저기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뉴스에서 보았다. 생각보다 금니가진 사람들이 많구나. 아말감으로 떼운턱에 뽑아내 내어줄 것도 없는데...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그때 가세가 훌쩍 기울어진 형편에 학원비를 마련하기 힘든 부모님을 위해서 학원선생님은 했던 말이나 자꾸 또 하니까 안가도 된다고 그랬다. 손가락으로 OK자 만들기 좋아한 그 대통령과 사교육없이 자율학습 가득했던 내 입시는 결과적으로는 좋은 관계?


대학에 가니, 민주화 투쟁이 필요없어진 캠퍼스에는 등록금 투쟁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나는 관심이 없었다. 첫 손주 특혜로 조부모님께서 학비를 대주셨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내 주머니를 털어야했다면 두어차례정도는 집회에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경사가 있었고, 그 수상자는 당시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존경과 경외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많이 받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원숭이 엉덩이와 사과처럼 빨갛다 불리는 사람들...아무리 봐도 모를 일이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계단을 정신없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사이, 현재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라고 여겨지는 대통령이 명을 달리 하셨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못한다는 속담을 고스란히 실천한 대통령의 임기 중이었다. 후에 만난 미국인 남편이 했던 말이 있다. 세계가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하면, 정작 당사자인 한국 국민들은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고, 돌아가시고 속이 시원해할 줄 알았더니 가슴을 치고 통곡하는거, 그거 왜 그런거냐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수많은 아이들을 태운 채 침몰한 배를 몰았던 선장이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방송하고 혼자 구명선을 타고 부랴부랴 나오는 모습이 잡혔다. 그러니까 고백하건데 정치가 무엇인지 들여다본 것이 그때, 고작 10여년쯤부터였다. 자라는 동안 심어진 생각들, 팩트체크할 도리가 없어 무턱대고 믿게 된 이야기들, 단어들을 다시 찬찬히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미국은 대선 유세가 한창이고, 한국은 또 광화문 광장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니 서커스냐 내 서커스냐가 아니라 우리의 서커스이고 내 원숭이이고, 또 내가 그 원숭이다.

'My Circus, my monkeys'이다.

올해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투표하는 아들에게 내가 당부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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