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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A Nov 10. 2024

We are in a rut.   

권태로구나, 너.

어느날이었다. 이부자리펴고 자려는 차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시간을 좀 갖자.

찬바람이 불면 문득문득 생각나 이불킥을 하게 하는 그 통화.

시간을 갖자고 하는 말이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순수의 막차를 타고 있던 때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흘렀고, 그에게 전화를 했다.

시간... 더 필요해?

그의 마음이 전과 같지 않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닥달에 채근을 하던 나.

아놔...쫌...누가 말려주지...


당뇨에 조심할 것은 과당,

번잡한 지하철 역은 사당,

내가 진짜 소질 없는 것은 밀당.




We are in a rut.


영어에는 '권태기'라는 한 단어로 똑 떨어지는 말이 없다. 대신 쳇바퀴도는 느낌, 뭘해도 재미가 없는 느낌이라고 서술하는 표현들이 있다. 예를 들면, 'We are in a rut.'같은. 'rut'은 길 위에 움푹 패인 부분을 말하고,  in a rut이면 그 곳에 빠져서 나가지 못하고  바퀴만 계속 헛돌아가는 상태를 상상하면 된다.


방금 보글보글 끓여낸 김치찌게와 같은 날 저녁, 낮에 먹고 남겨진 김치찌게를 보는 마음이 같지 아니하듯, 사람을 보는 마음도 낮과 밤이 같지 않고 여름과 겨울이 같지 않는게 당연하겠지만, 누군가는 그 두마음이 같게 유지되도록 애써야한다고 한다. 나는 그게 억지스럽다고 여긴다.


통화하다 자꾸 잠이 드는 아들이 그 이유로 여자친구와 헤어질 뻔 했다고 했다. 통화 중에 잠이 든다는 것은 권태의 의미라며. 아들은 정말 피곤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럴수도, 아닐수도. 아들은 어쩌면 그날의 나처럼 권태가 무엇인지 아직 모를 수도 있다.


수시로 찾아오던 연애의 그날들, 너의 권태든, 나의 권태든 누구에게 먼저 오던 상관없이 관계의 마지막을 의미했다. 권태를 극복해본 것은 현재의 결혼 생활이 처음이자 마지막, 유일하다. 그러하기에 나에게는 권태가 극복해야할 무엇이다라고 하는 조언의 씨앗도 없고 자격도없다.

하지만, 행여 조언을 구하다면...

아들에게,
때론 권태를 굳이 부정하거나 넘어서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야. 권태가 찾아온 그 자리에서 관계를 잠시 돌아보고, 함께한 시간을 되짚어봐. 그걸 꼭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그냥 그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관계가 더 편안해질 수도 있어.

그리고, 구덩이에 빠져 헛도는 바퀴를 빼어내어 다시 달릴지, 그대로 두고 나올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야.


나 지금하면 잘 할 수 있을것 같은데...

그 연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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