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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닥이 Jan 05. 2022

도시의 끝에서 찾은 케틀벨 체육관

스트롱퍼스트 운동 입문기

케틀벨 체육관에 등록했다. 스트롱퍼스트(StrongFirst)라는 운동 프로그램이다. 케틀벨을 이용해서 다양한 동작을 수행한다. 어쩌다보니 새해에 어울리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첫 수업이 끝나고, 오늘은 편히 가겠지만 머지않아 걸어서 체육관 문을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인사를 들었다.


첫 수업에서는 케틀벨 데드리프트와 두 손 스윙을 배웠다. 케틀벨 데드리프트는 바닥에 놓인 케틀벨을 허리까지 들어올리는 동작이고, 두 손 스윙은 케틀벨을 잡고 어깨 높이까지 그네 태우듯 올리는 동작이다. 둘 다 크로스핏에서 해본 적 있었다. 나쁜 자세를 고치는 데 집중했다. 기본 자세에서 무릎이 완전히 벌어지지 않았고 스윙할 때 어깨가 위로 움츠러든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릎 각도는 스쾃 할 때도 지적받은 적 있었다. 크로스핏하던 때도 자꾸 안으로 굽다가 부상으로 쉰 적도 있었다. 사무직 어깨야 말할 것도 없다. 아는 자세지만 의식하고 고치려니 신경이 많이 쓰였다.


새해라서 새 운동을 하게 된 것은 아니다. 작년 운동 생활은 퍽 만족스러웠다. 상황이 바뀌지만 않았어도 유지했을 것이다. 집 앞에는 언제 가도 환영받는 크로스핏 박스가 있었다. 동네 암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벽이 바뀌었다. 토요일에는 역도를 하고 일요일에는 필라테스 강습을 들었다. 회사 일에도 익숙해지고 생활에 안정이 생기니 몸 쓰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한 시간 동안 어려운 책을 읽지는 못해도, 한 시간 바벨 운동은 꽉 채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지난 12월에 이사를 가면서 삶이 변했다. 이전에 살던 곳은 서울에서 2030 인구 비중이 제일 높다는 관악구였다. 옮긴 곳은 4인 가족이 표준인 전형적인 신도시다. 상가에는 아이들 학원뿐이다. 지도에 보이는 크로스핏 박스는 직접 가보면 스크린골프장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아파트 헬스장은 만들었다는데 열 생각을 안 한다. 약수터 운동기구는 있어도 그 흔한 철봉은 하나도 없다. 태권도장 다니는 어린이들을 빼면 아무도 운동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운동을 할 수 없으니 답답했다. 홈트 영상만으로 운동 욕구를 채우기는 힘들었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며 전에 없던 스트레스까지 새로 생겼다. 여전히 퇴근길에 암장을 들르고 주말에는 역도를 하러 갔지만 그럴수록 동네 체육관이 간절했다. 그러나 내가 사는 곳은 체육관 따위 없는 신도시였다.


케틀벨 체육관을 발견한 건 행운이었다. 팔꿈치에 혹이 생겨서 병원을 가려는데 신도시답게 집 주변에 외과가 없었다. 자전거 10분 거리의 이웃 동네를 찾아 갔다. 간단한 수술이라 시간이 아쉬워 새로운 동네를 구경하기로 했다. 밖을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였다. 가장 큰 건물에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돌아다녔다. 건물 4층에 케틀벨 체육관이 있었다. 게다가 일주일 후부터 입문반을 연다고 했다. 자리가 비었다고 해서 냉큼 등록했다. 알고보니 아무도 등록하지 않은 상태였다. 체육관이라고는 없는 신도시에서 케틀벨 피티를 받게 되었다. 


어른이 될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 신입사원 때 낯설었던 업무조차 해가 지나면 익숙해진다. 운동을 시작하는 계기는 더욱 드물다.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일지언정 운동 종목을 새로 추가하기는 시간도, 마음도 부담스럽다. 환경이 변한 덕분에 계획에 없던 새로운 운동을 한다. 관악구에 계속 살았다면 하던 운동을 그대로 했을 것이다. 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기회를 잡았으니 재미있게 즐기려고 한다.


스트롱퍼스트에는 태권도 승급하듯 통과하는 레벨이 있는 것 같다. 동작도 잘 모르지만 벌써 기대가 된다. 취미 운동이라도 레벨업은 짜릿하다. 삶에는 더 많은 대회와 승급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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