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나에게 달리기는 트라이애슬론의 마지막 종목일 뿐이다. 트라이애슬론에 관심을 갖던 2년 전, 완주하기 위해서는 각 종목을 한 번에 두 배 거리로 완주해야 한다길래 22년에 손기정 하프마라톤을 뛰었다 (올림픽 트라이애슬론은 1.5km 수영, 40km 자전거, 10km 달리기이다. 80km 이상 자전거를 탄 적은 있지만 수영을 3km까지 해본 적은 없다). 올해 초에 경기하프마라톤과 인천 뉴발란스 하프마라톤을 신청했고, 5월 대구 철인3종, 설악 메디오폰도까지 무탈히 완주했다. 이후로도 달리기는 자전거나 수영보다는 우선순위가 떨어졌다. 자전거는 출퇴근 시간에 뽑고, 수영은 주중 두 번씩 강습을 다니는 덕분이다. 토요일에 철인 클래스를 다니는데, 그때도 실내 자전거와 수영만 주로 연습했다.
철인과 자전거 대회는 사진을 많이 받아서 좋다.
그러다 춘천마라톤을 등록하며 달리기 실력을 늘리자는 결심을 했다. 여기에 날이 더워지면서 달리기 양이 늘었다. 날이 더워지니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자전거 출퇴근을 줄인 시간에 달려서 그렇다. 아침 자전거 출근은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아침이라 요즘 같은 날씨라도 견딜 만 하다. 그러나 퇴근이 문제다. 33도 언저리의 쨍쨍한 날씨에 가방을 매고 집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덕분에 7월은 운동복을 입고 차로 출근했다. 회사 근처를 한바퀴 달리고 샤워를 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차로 퇴근하니 길은 막히지만 시원하게 집에 갈 수 있다. 7월 한달은 그렇게 달리기를 했다.
하프라마톤이 있던 3월에 제일 많이 달렸고, 부상이 심했던 5월은 철인대회 당일 외에는 거의 뛰지 못했다.
한번에 4km 뛰는 데에서 시작해 킬로수를 점점 늘렸다. 회사 근처에서 찾을만한 코스 중 제일 긴 7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그러다가 다쳤다. 기억에는 7월 중순에 있던 롯데 아쿠아슬론에서 다친 것 같다. 석촌호수 1.5km를 수영하고 롯데타워 계단을 오르는 행사였다. 아쿠아슬론 다으부터 다리의 느낌이 이상했다. 근육통이라기에는 아무리 지나도 낫지 않아 병원을 갔다. 내가 아픈 부분을 보더니 x-ray나 초음파도 없이 신스플린트 진단을 받았다. 나아졌다고 다시 뛰면 다시 도지는 부상이라기에(운동 부상 중 안 그런 건 없다) 달리고 싶은 마음을 참고 쉬고 있다. 원래 달리던 시간엔 다시 자전거를 탔다. 회사에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야간 라이딩을 한다. 항상 하던 수영도 약간 늘렸다.
롯데 아쿠아슬론 전에 이미 낌새가 있었다. 보통은 통증과 부상을 구별하지 않고 그냥 달리니까.
달리기 부상은 돌아가면서 온다는 말이 있다. 올해 초부터 달리기 때문에 부상이 끊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날이 더워지며 달리기 양이 늘어난 게 아니라, 날 좋을 때는 장경인대 부상으로 달리기를 쉴 수밖에 없었다. 내 기준으로 무릎이 아프면 장경인대 문제다. 장경인대 부상은 올해 1월엔 오른쪽 무릎이었고, 5월 철인 대회 때는 왼쪽 장경인대가 안 좋았지만 그냥 뛰고 한 달을 쉬었다. 이제는 장경인대는 문제가 없지만 신스플린트 때문에 일주일째 달리기를 쉬고 있다.
도대체 이렇게 몸을 망가뜨리고 피부 타는 것까지 감수하며 달리기를 하는가. 달리기가 기록 스포츠라 그렇다. 조금씩 기록이 좋아지는 것이 숫자로 보인다. 여기에 대회가 재미있다. 코로나 이후로 달리기 대회 등록은 하늘에 별따기가 되었다. 다행히 철인은 유행을 타지 않아 아직은 여유롭다. 10월 초에 시화호 철인을 등록했다. 대회 안에 10km 달리기가 있으니 가을 달리기 대회에 미련이 사라졌다. 시화호 대회 3주 후에는 운 좋게 등록한 춘천마라톤이다. 풀마라톤은 처음 도전한다. 길게 뛰는 연습도 해야 하니 다리가 빨리 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