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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Sep 12. 2019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知의 윤리] 고바야시 야스오



사회진출을 앞둔 동경대 졸업생에게 그 대학교수들이 해주고 싶은 말을 묶은 책이다. 지식의 요람으로써의 대학과, 실제과 윤리 사이에서 시험받게 될 사회생활은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말 그대로 이론과 실제는 다른 것이고 옳고 그름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가치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이것은 많은 것들이 윤리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그리고 인류역사에 이런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핵분열 이론과 핵탄두를 둘러싸고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논란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해왔고 수많은 과학자들은 순수하게 학문을 한 것이었으나 그로 말미암아 핵탄두가 만들어졌다. 수많은 사람이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향후 핵전쟁이 일어나면 인류의 절멸도 예측가능한 것이 되었다. 그 뿐 아니라 환경문제, 유전공학, 생체실험 등등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애매하거나 누구를 꼭 찝어서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문제들이 현대에는 산적해 있다. 꼭 자연과학이나 공학이 아니더라도 사상, 종교, 사회학, 경제학 등으로 부터 촉발된 문제-인간소외, 빈부격차, 인종주의 등등-도 존재한다. 



상아탑은 이 모든 책임론으로 부터 유리된 채 홀로 고고한 것 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아는 위대한 과학자, 사상가들의 대부분이 대학에서 서식하면서 그들의 학설과 이론을 발표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윤리의 문제에서 결코 예외는 아닌것이다. 상아탑은 외부와 단절되어 그들만의 별세계에 있는 것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각각이 서로 유리되어 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은 캠퍼스 정원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계이며 서로에게 관심조차 없다. 심지어 순수과학과 공학도 건물벽을 사이에 두고 교류가 거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인문학과 사회과학도 그렇다. 



이 책의 저자들인 동경대 교수들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격벽에 갇힌채 知의 윤리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내리지 못한다. 知와 윤리는 앞으로도 대립하거나 긴장관계에 있을것이라는 한숨 섞인 전망과 함께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자고 이야기하면서 책을 끝맺게 된다. 



공자가 제자 자로에게 이르기를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知之爲知之不知爲不知是知也] 라고 하였다. 知의 윤리는 이 공자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은 공자의 知에 대한 정의에서 知에 대한 정직의 윤리를 읽어낸다. 하지만 공자의 이 짧은 말에는 더 심오한 것이 들어있다. 그것이 知의 윤리의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그것은 바로 '소통'이다. 공자가 자로에게 이야기한 知에 대한 정의에는 소통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다. 



먼저 상아탑에서 용감하게 나서야 한다. 학문사이의 보이지 않는 격벽을 무너뜨리고 소통에 나서야 한다. 이 소통을 방해해 온 것은 학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비밀주의, 연공서열, 학파에 따른 기득권의 논리였음을 직시해야한다. 인류가 격고 있는 세계적인 문제들은 어느 누구만의 책임이 아닌 것처럼 知의 윤리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면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고 소통해야 풀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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