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할머니의 완두콩 빵과 판소리
"할머니의 완두콩 빵과 판소리"
아침 5시, 시골 편의점 문이 삐걱 열리며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지난가을에도 뵈었던, 위암 수술 후 단것을 피하신다는 할머니.
빵 매대 를 훑어보신 후
"다른 빵은 없어?" 하시길래 완두콩 앙금 빵을 권했다.
"우유는 어딨 어?"
하시며 쿨러를 보시더니,
"다른 거 섞인 거 싫어" 하셨다.
"흰 우유 하나 남았네요, 이걸로 드릴까요?"
하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비닐봉지에 빵을 담고 테이블에 털썩 앉으시며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나 오늘 판소리 하러 백합미용실 가는 길이야. 머리 올려야지."
단정한 머리와 반짝이는 남색셔츠는 설렘을 말해주었다. 카운터에 내려놓으셨던 짐을 옮겨드리며 물었다.
"판소리 잘하시나 봐요?"
"그럼, 선생님 다섯 명한테 배웠어. 상도 받았지!" 하시며 웃으셨다.
그러다 손주 이야기가 나왔다. "아들 마누라가 바람나 집 나가버렸어. 손주를 10년 키웠지. 밥상 보자기로 덮어놓고 밭일 갔었는데......
이젠 아들이 잘 키우고 있어."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 내 눈에 들어왔다.
"자네도 판소리 배워. 북 치는 거부터 배워봐!"
하시며 눈을 반짝이셨다.
내가 음치라 손사래 치자,
"음치도 내가 가르치면 다 해!"
하시며 웃으셨다. 할머니 휴대폰에 간직되었던
판소리 행사들을 보여주셨다
백합미용실 문이 열리는 게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할머니는 다음에 노래책을 가져다주시겠다며 부리나케 가셨다.
할머니가 계셨던 테이블엔 빈 우유 팩만 남았다. 누룽지를 굽던 내 손끝이 할머니의 강인함을 닮고 싶었다.
당신이 기억하는 편의점 추억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