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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웹진 성혼 Sep 05. 2019

자우림, 청춘예찬

#playlist

글·선곡 정원



다음 글은 성혼 집회에서 사용했던 대본을 알맞게 편집·수정한 글입니다.

(집회 날짜 : 2019년 5월 16일)




전체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FIMvVqe83Z11274nKUMhq6gTTxxkQq9h




시작하기 전에


♪ 애인 발견! / 1집 <Purple Heart> (1997)

https://youtu.be/h_Mw50bQz48

자우림 1집이 나온 게 1997년 11월이고 이때가 1998년 1월, 정말로 메이저 데뷔한 지 얼마 안된 풋풋한 시절 자우림 무대를 들고와 보았다. 곡들을 고르다보니까 무대 영상이 많이 없고 다 칙칙한 편이라 양심상 유명하고 밝은 곡을 하나 넣어보았다. 가사가 귀여워서 좋아하는 노래이고 제 노래방 18번이라는 tmi도 알려드립니다.




디스코그래피


실제 집회 때 사용한 ppt

자우림 디스코그래피를 대충 초기-중기-최근으로 나눠보았다. 물론 내가 임의로 나눈 것이므로 역사적으로 신빙성 있는 분류는 전혀 아니다. 각 앨범 아래에 적힌 곡들은 그 앨범의 타이틀곡이거나 유명한 곡들.


중기 ~ 최근

중기는 흔히 자우림은 홀수 앨범은 밝고 짝수 앨범은 어둡다고 하던 그 공식이 지켜지던 시기이다. (물론 타이틀곡만으로 하는 간편한 분류이기는 하다.) 본인들도 그 점을 의도해서 정규 앨범들을 만들었던 것 같다.

8집 이후부터는 그 공식이 깨진다. (8집 IDOL이 밝은 편이니 굳이 끼워맞추자면 9집까지도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굳이 그렇게 분류하고 싶지는 않다.) 단순히 그 공식이 깨졌다는 점만으로 두 시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선 후반에 더 설명할 것이다.


10집의 자우림

10집은 앨범 타이틀부터 '자우림'이다. 2017년에 20주년이기도 했고, 딱 10번째 정규앨범이니 꽤 의미가 있는 음반이다. 앨범 타이틀에서 선언하듯이 이 앨범에서는 의도적으로 자우림의 여러가지 색들을 재현하고자 했다.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쭉 듣다보면 자우림의 여러 시기가 연상된다. 한 예로 'Psycho heaven'에서는 1집의 '일탈'에서도 등장한 '신도림역'이 가사에 등장한다. '광견시대'처럼 사회비판적인 메세지를 담는 자우림을 재현하기도 하고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강하게 떠오르는 타이틀곡인 '영원히 영원히'처럼 최근의 자우림을 재현하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각 시기의 풍을 재현하려고 하는데, 더 말끔해지고 정교해졌다는 점이 다르다.


플레이리스트 선정의 방향

13개의 앨범 중에서 한 곡씩 뽑아서 틀기보다는, 최근의 자우림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제가 마음대로 묶어서 틀어보려고 한다. 제가 앨범 발매와 함께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자란 건 8~10집이다 보니, 이 시기에 대해 특히 할 말이 많아서 그렇다.

유명한 곡들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그래서 오늘 플레이리스트는 라이브 영상이 적은 편이다. 자우림은 여러모로 라이브 영상이 재밌는 밴드라 그 점이 아쉽다.




자우림이 그리는 청춘에 대하여


그 방식은 시기마다 다를 수 있어도, 자우림은 늘 청춘을 노래했다고 생각한다. 5.5집의 '청춘예찬'의 가사따라 '일월의 태양처럼 늘 무기력한 청춘'을 노래한다. 자우림의 청춘은 우울하고, 불안하고, 무기력하고, 서툴고, 솔직하고 무엇보다 조울적이다.  

오늘 플레이리스트를 1부에서 4부로 나눠보았는데 각각 9집의 트랙명에서 따와 제목을 붙였다.




1부 : 템페스트


초기의 자우림은 청춘의 한중간에서 그 추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여과없이 드러낸다.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파애), '너에게 죽은 새를 선물할게'(새), '비오는 밤은 광기에 차 제물을 기다려 다락에 갇혀 비명을 지르는 작은 몸을'(Violent Violet) 같은 가사들. 요새는 이런 거 잘 안 한다. 1부에서는 7집까지의 곡들 중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몇 모았다.


♪ 이틀 전에 죽은 그녀와의 채팅은 / 1집 <Purple Heart> (1997)

https://youtu.be/2Any0m97OTs

제목부터 1997년의 PC통신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 곡 뿐만 아니라 웹 주소(Www.사이버디지탈.Com)나 이메일 형식(from:me@iwaswrong.com to:you@aremy.net)으로 된 제목을 가지고 있는, 사이버펑크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 다른 앨범에도 몇몇 있다. 새벽에 들어야 하는 곡.



♪ 연인 3/3 (Angel) / 2집 <戀人>(1999)

https://youtu.be/krsSf7ETLVg

2집 <연인> 앨범에 '연인 3부작'이 있다. 정규 앨범 단위의 스토리텔링에 능한 자우림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 3부작 중 한 곡은 꼭 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3'에서는 날 원하라고 계속 말하고 '2/3'에서는 날 원하지마라고 계속 말한다. '3/3'에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거에요'라고 말한다. 첫번째 트랙과 마지막 트랙 모두 편곡만 다른 '연인 3/3'으로 앨범이 수미상관을 이룬다. 마지막 트랙 3/3은 하늘하늘한 느낌의 편곡이고 1번 트랙 3/3은 좀 더 락킹한 편곡이다. 연인 3부작 곡들 중에 마지막 트랙 혼자 한자와 한글 표기가 반대로 배치되어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의도하기는 한건지 잘 모르겠다.

이 곡은 제가 연인 네 곡 중에서는 물론이고 자우림 모든 음반을 통틀어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들 중 하나라 골라보았다. 지금 해질녘과 어울린다. (* 성혼 집회는 매주 목요일 6시에 열립니다!)



♪ Social Life / 5집 <All You Need is Love> (2004)

https://youtu.be/VslHQ8F_Lew

앞에서 말한 '밑바닥 감정을 뒤집어 내보이는 곡' 중 하나. '군중 속의 고독'스러운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곡들은 많이 봤어도 이렇게나 솔직해서 소소한 충격을 받을 정도의 가사는 개인적으로 처음이었다. 말 그대로 사회생활에 대한 곡이다. 5.5집에 재편곡되어서 실리는데 이 버전보다도 더 우중충한 편곡이다. '어설픈 말 한마디 왠지 거슬려'.



♪ 템페스트 / 9집 <Goodbye, grief> (2013)

https://youtu.be/0O1KJk2vRX0

1부의 제목이 된 곡이다. 폭풍우처럼 넘쳐나고 폭발할 것 같아서 '차라리 날 부숴버리고 싶은' 격정의 감정을 노래한다.




쉬는 시간


♪ 가시나무 (2011)

https://youtu.be/0Ek2BYkUWVM

<나는 가수다>에서 불렀던 곡. 자우림의 곡은 아니지만, 편곡이나 가사나 자우림과 너무나 잘 어울려서 선곡해보았다. 몇 년 동안 공연 셋리스트에 계속 있었던 것을 보면 자우림 본인들도 꽤나 애정을 가진 나가수 곡이었던 것 같다.



♪ 청춘예찬 / 5.5집 <靑春禮讚> (2005)

https://youtu.be/y0c-TfpTp18

집회 제목이 '청춘예찬'인데 이 곡을 뺄 수는 없다. 4집의 '#1'을 재편곡하고 새로 가사를 붙인 곡이다.

5.5집은 자우림 멤버들이 즐겨들었었던 곡들을 리메이크한 앨범이다. 자우림의 곡도 세 곡 실려있는데 모두 신곡은 아니고, 기존에 있던 곡들을 더 우중충하게 재편곡한 것들이다. (Social Life, 새, 청춘예찬) 리메이크한 원곡들은 데이빗 보위, 마돈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펄잼 등등 장르가 굉장히 다양하다. 14년 전 자우림의 라이브 영상.


(* 실제 집회 때 시간 관계로 둘 중 하나를 골라 틀었었는데요, 집회 참가자들의 다수결로 '가시나무'를 틀었었습니다.)
 
 


2부 : 스물다섯, 스물하나


2부 제목은 '스물다섯, 스물하나'이다. 이 곡은 너무 유명한 곡이니까 안 트는 대신 클립 하나를 틀 것이다. 김윤아가 설명하는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곡들을 함께 묶었다. 봄에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들어야 한다.

https://youtu.be/1mX2ZNSHYv0



♪ 무지개 / 9집 <Goodbye, grief> (2013)

https://youtu.be/B2CZiLoJJMI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 밝은 톤으로 노래하는 아이러니함.



♪ 꿈에 / 8집 <陰謀論> (2011)

https://youtu.be/WbyJLgmzrgY

8집 '음모론'은 앨범 타이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비판적인 곡들이 많은 음반이다. 예시로 마지막 트랙 ‘Snowdrop’의 가사를 가져와보자면 '오른쪽이건 왼쪽이건, 빨갛던 파랗던 여기서 바라보면 모두 똑같아.'라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자우림의 사회비판적 곡들을 보면 그 시기의 시대정신이 보인다. 2011년이 어떤 시기였는지 생각해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저는 8-9-10집 중에서 8집을 가장 덜 좋아하는데, '꿈에'는 8집에서 튀는 편에 속하는 곡이고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사운드 좋은 곳에서 듣고 싶었던 곡 1.

변하지 말고, 말하지 말고, 사라지지 말고, 버리지 마라고 하지만 이미 사라질 것을 또는 사라진 것을 알기 때문에 꿈에서라도 사라지지 말아달라고 한다.


이 세 곡들은 모두 지나가버린 것들, 상실을 노래한다. (10집의 타이틀곡 ‘영원히 영원히’도 이 이야기를 한다.)




3부 : 이카루스


♪ 피터의 노래 / 8집 <陰謀論> (2011)

https://youtu.be/AObOtgctzVg

어느 뮤지션이나 해야하는 이야기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기가 있고, 8집 '피터의 노래'는 자우림의 그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서 7집 이전과 8집 이후의 자우림을 구분했다. (이 라이브 영상 중간에도 자막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자우림이 8집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새로이 하게 될 이야기에 대해서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물이 이 곡이었다고 한다. 이제 자우림은 지나간 청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1부에서의 자우림은 청춘의 한중간에서 그 날것을 노래했다면, 현재의 자우림은 뒤로 돌아보고 목격한 청춘을 노래한다. 자우림은 지나간 청춘을 아름답고 밝은 것이라고 미화하지 않는다. 자우림이 그리는 청춘은 여전히 불안하고 우울하고 절망적이고 조울적이고 서툴고 날서있다. 전혀 아름답지 않은 청춘을 직시한다.



♪ 이카루스 / 9집 <Goodbye, grief> (2013)

https://youtu.be/0XooZzVs8Iw

새롭게 해야하는 이야기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피터의 노래'였다면, '피터의 노래'가 하고자 했던 말을 9집 <Goodbye, grief> 한 앨범을 통해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우림이 그리는 청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 이번 집회의 각 부분은 9집 앨범의 트랙들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9집에서 가장 중요한 곡은 10번 트랙 '이카루스'다.

“자우림은 이 음반에서 긍정주의라는 복음을 빌려 ‘넌 할 수 있어’라는 선(善)해석으로 듣는 이들을 마취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강장제 정도로 소비되고 사라져버릴 미래완료형의 깨달음 따위 이 앨범에는 없다. 그보다는 차가운 현실을 먼저 마주하라고 말한 뒤 ‘이카루스’의 가사처럼 슬며시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마취제가 아닌 각성제로서의 음악이다. 좋은 음악들이 대개 이렇다.” ㅡ 배순탁 (9집 앨범 소개글을 배순탁이 썼는데 전체 글을 찾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첫 소절부터 강력해서 이 곡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인지 끝까지 들어보게 되는 곡이다.




4부 : 슬픔이여 이젠 안녕


모든 것이 지나간 후, 앨범의 마지막쯤에 있는 트랙들. 두 곡 모두 앞에서 들었던 '무지개'를 생각하면서 들으면 더 좋을 곡들이다.


♪ Over the Rainbow / 10집 <자우림> (2018)

https://youtu.be/UOMFeafkh88

사운드 좋은 곳에서 듣고 싶었던 곡 2. 10집 발매됐던 저녁 6시에 트랙 통째로 돌려보다가 이 곡 나오자마자 너무 좋아서 하던 거 다 멈추고 들었던 곡이다.



♪ 전하고 싶은 말 / 9집 <Goodbye, grief> (2013)

https://youtu.be/Zw7LNTgtVvA

9집 마지막 트랙 '슬픔이여 이제 안녕'과 둘 중 뭘 틀지 고민하다가 그냥 제가 더 좋아해서 이 곡을 골랐다. 사실 9집의 스토리텔링에서 더 중요한 트랙은 '슬픔이여 이제 안녕'이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곡이기도 하고.





 꿈은 하늘에 닿아 사라진대도 쥐어왔던 날들은 놓치지 말래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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