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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Dec 10. 2024

마법 같은 하루가 뿅뿅!


제목: 마법 같은 하루

연출: 미상

극본: 미상

장소: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

등장인물:포도송이, 포도송이 남편


기획의도:어차피 인생이 계획대로 되던가? 어린 시절, 계획 없이 들린 떡볶이 포차에서 인생 떡볶이를 만나고, 비 홀딱 맞고 들어와 혼날 줄 알았는데, 따뜻한 코코아나 마시라는 엄마의 다정함. 큰 기대 없던 하루가 마법으로 바뀌는 순간이 오십을 넘긴 오린이들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


줄거리 소개:결혼기념일 25주년을 맞아,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하지만 겨울과 함께 들이닥친 경제 한파로 모든 계획을 캔슬하고 장롱 속에 모셔둔 롯데타워 서울스카이 공짜 티켓을 들고 잠실로 나간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가는 곳마다 예기치 못한 행운이 팡팡 터지는데, 신이 난 오린이 부부의 마법 같은 하루가 펼쳐진다.

  

미리 보기




12월 5일은 내게 마법 같은 하루였다.


"뭐 한 끼에 25만 원?"

"취소해"

"그래도 25주년인데..."

"아냐 그래도 취소해"

옥신각신 하다. 결국 취소했다. 왜? 올해는 지출도 많았지만, 내년은 더 힘들 것. 두 월급쟁이가 모아봤자 얼마 된다고, 차 샀지, 애들은 비행기 한번 타고 싶다고 조르지. 결혼 25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여력이 없었다.


'아하~맞다.'

우리에겐 석 달 전에 선물 받은 롯데월드 무료 티켓 2장이 있지 않은가. 오린이 동심세계를 위해 절대 절대 딸에게 양보하지 않은 티켓. 어릴 때 그토록 타고 싶던 '리어카 목마' 대신 회전목마라도 실컷 타고 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거 만능 티켓이었네?

티켓 뒷면을 보니 롯데월드뿐 아니라 서울스카이, 아쿠아리움까지 선택할 수 있는 만능 티켓이었다. 그렇다면 서울스카이지. 언젠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롯데타워 123층 전망대에 꼭 가보고 싶었다. 하늘도 맑았다. 슝~ 117층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았다.


그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미니어처 같았다.

발아래 롯데월드는 레고 장난감처럼 오밀조밀했고

저, 남산타워는 동네 뒷산에 엉덩이 주사 하나 꽂아놓은 거 같고

아차산은 동네 앞산, 인왕산, 북한산도 30초만 날아가면 금세 도착할 듯 가까워 보였다.

63 빌딩은 꼬마 빌딩. 한강이 시냇물처럼 졸졸 흐른다. 저기 송도도 보이네. 

내 눈에 펼쳐진 풍경들이 마법 같았다.

마치 신이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꼭 이런 기분일?


123층에는 레스토랑이 있다. 그냥 한번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이런 곳은 밥값이 얼마나 하는지 입구에 있는 메뉴판을 펼쳐봤다. 런치 타임 2인 79000원! 동네 파스타집도 2만 원이 넘는데, 2인 풀코스에 가격이면 결혼기념일 식사로는 과하지 않아 보였다. '혹시 창가 자리 가능할까요?' 두근두근 직원이 우리를 안내한다. 대박! 마치 몇 달 전에 예약한 손님인양 가장 좋은 창가자리로 안내하는 것이다. 빵-샐러드-스파게티-피자- 커피까지 완벽한 풀코스였다. 우리는 그렇게 대한민국 가장 높은 곳에서  마법 같은 한 끼를 해결했다.


117층에서 내려오는 것은 순간이었다. 마치 온갖 부귀영화를 쥐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순간인 것처럼. 롯데월드몰 잔디마당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단다.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줄을 서서 입장했다. 사진도 찍고 먹거리도 있고 예쁜 크리스마스 용품도 파는구나 했는데, 어 저건~ 회전목마? 회전목마가 보였다. 회전목마 타러 롯데월드 가려고 했는데  이걸 공짜로 탈 수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평일 오후라 길지도 않은 줄. 가장 화려한 백마에 냉큼 올라탔다. 넘실 넘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회전목마가 파도를 탔다. 오늘 내가 경험하는 세 번째 마법이다. 기분도 파도를 타고 있다. 빙글빙글 돌고 있다.


자, 그럼 네 번째 마법은 뭐였을까? 이곳에 가면 꼭 먹고 싶은 케이크가 있었다. 한창 때는 오픈 런해도 못 산다는 딸기 케이크, 지금이 오후 4신데 설마 있을까? 아냐 오늘은 다 되는 날이니 있을 거야. 두 가지 맘이 왔다 갔다, 일단 갔다. 세상에 이럴 수가 4시 30분에 추가 판매를 한다고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잘리거나 말거나 나도 일단 섰다.  대기 스티커 25번을 받았다. 결혼 25주년 딸기 케이크도 성공이다.


"여보 오늘 이상해"

"그러게 다 되네"


의기양양 희희낙락

차를 몰고 지하출구를 빠져나오는데 비가 온다. 하늘이 컴컴하니 제법 쏟아진다. 1시간 전에도 말짱하던 하늘이었다.

만일 아침부터 비가 왔다면

123층에서 내려 본 세상은 흐린 구름 속.

123층  레스토랑뷰는 시멘트 같은 안개뷰.

공짜 회전목마도 딸기 케이크도 당연히 패스.


이건 진짜 마법이야~

오늘은 정말 마법 같은 날이야~



(에필로그)오린이의 결혼 생각


딴딴딴딴~ 딴 딴딴 따~

25년 전 모예식장에서 결혼행진곡이 울렸다

가끔은 스텝도 꼬이고 달달달, 덜덜덜, 짬뽕, 짜장 뒤범벅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기특하게 살았다는, 신의 선물인가?

어쩌면 25년 전에도 12월 5일은 마법 같은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결혼? 그거?

사랑이라는 마법에 걸렸으니 했지.

말짱했음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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