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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Jun 03. 2024

햇반 예찬, 햇빛 예찬

햇반 예찬

엄마가 인터넷 주문을 요청한다. 햇반이 달랑달랑 하단다.

일흔 일곱, 울 엄마가 햇반을 예찬한 것은 무릎 연골판 수술 직후 부터다.  

햇빛을 보지 못하고 집콕하는 엄마를 위해 12개짜리 햇반 한박스를 주문했다.

갓지은 밥만을 고집하던 엄마에게 과연 맛이 있을까 싶었는데, 대단히 큰 오산이었다.

둘이 먹는 저녁에 밥 한공기가 모자랄 때면 햇반이 너무 간편하고, 찬 밥보다 맛있다며

햇반예찬론자가 되었다.


어쩌다 우리 엄마가 인스턴트 쌀밥에 빠지셨을까?

고모 삼촌이 시집 장가가도,  핏덩이 베이비들이 머릿 수를 채워 우리집 식구는 늘 여덟을 유지했다. 내가 11살까지 엄마는 밥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어느 날은 흰 쌀밥, 보리밥, 현미밥, 팥밥, 콩밥, 조밥, 등등 하루 세끼를 차리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쌀알처럼 콕 박혀있다.

햇 백미쌀처럼 매끈매끈했던 엄마의 얼굴이 정부미처럼 희끄무레 지더니 이제는 좁쌀처럼 작아졌다.


무릎 수술의 상처도 많이 아물고, 이제는 제법 잘 움직이실 시기가  되셨는데도

여전히 인스턴트 쌀밥을 비상상비약처럼 쟁겨놓으시는 우리 엄마.

그래, 그래 밥짓는 게 지긋지긋해 질 때도 되었다. 아니 한참 지났다.

밥지을 시간에 햇빛을 보는 게 건강에도 좋을테니,


엄마, 우리 내일도 햇반 후딱 먹고 햇빛보러 나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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