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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Jun 17. 2024

후렴구로 노래찾기, 기억나는 건 '우우우우우'  뿐.

후렴구로 노래찾기, 기억나는 건 '우우우우우'  뿐,

운전할 때, 주로 나는 라디오를 듣는다. 그날도 그랬다. 너무 좋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노래가 끝나고 제목을 들어야겠다 싶었는데, 앗 광고로 바로 넘어간다.


제목을 알고 싶다. 이럴 때는 '네이버 음악 찾기'가 있다.

그런데  기억나는 가사는 후렴구 '우우우 ~' 하나뿐이다.

목청을 가다듬고, 음정을 잡아본다.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우"

  

"음악을 듣고 있어요"

"소리를 분석 중이에요"

소리를 분석한다니 더 크게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우우우우" 불러본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음악을 찾지 못했어요"

"주변의 소음이 너무 심하지 않은지 확인해 주세요"


주변 소음은 없다. 그냥 내 노래뿐이다.

'우우우'가 아니었나? '오오오'였나 음이 이게 아닌가? 다시 도전해 본다.

역시 마찬가지 음악을 찾지 못했고 주변 소음이 너무 심하지 않은 지 확인해 달란다.

'으으으' '어어어' '아아아'

혀로 낼 수 있는 온갖 비슷한 소리는 다 내봤지만, 결국 운전 중에는 노래의 제목을 찾지 못했다.


결국 남은 건, 내 마음의 상처 네이버, AI도 찾지 못한 노래 실력.

서글펐다. 음치 박치, 이제는 가사치까지 되어버린 나는

이제 좋아하는 노래도 찾아보지 못하는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것 같았다.


모든 오기가 발동한 나는 목적지까지 도착한 후에

겨우 겨우 생각난 '젊은 우리 나~ 어쩌구'를 기억해  '노래 찾기'가 아닌 '검색엔진'을 돌렸다.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었나 보다. 지식in에 나랑 비슷한 질문을 한 사람이 있었고, 답변을 해 준 더 놀라운 사람이 있었다.


겨우겨우 알아낸 노래 제목은 혁오의 '톰보이'였다.


톰보이? 톰보이는 청바지 아냐? 노래 가사 어디에도 톰보이는 없었다. 밀려오는 배신감.

고등학교 시절, '얄리얄리얄라셩'은 기억해도 '청산별곡'이라는 작품명은 까먹었던 나는

딱 꽂히는 노래 제목이 아니면,  좋아하는 노래도 노래방에서 부르지 못하는 노래방어린이였다.


왜 그 있잖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그 노래

아, 데이브레이크, '들었다 놨다'

왜 그거 있잖아, 비도 오고 그래서 니 생각이 났어

아,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


노래 제목이 이 정도는 되어야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톰보이'의 노래 제목을 ' 아아아아아'로 지을 수는 없지 않으니, 내가 기억할 수밖에.

그 후에도 '톰보이'를 듣고 싶은 날에는 당당히 검색해서 듣곤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남편과 운동 중에 나의 '톰보이 노래 찾기'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 브런치스토리 쓰려고 하는데 어떨까 물었다. 남편이 매우 공감한다는 듯한 이심전심 미소를 짓는다. 합격이다.


근데 그 노래 진짜 좋아, 같이 들어볼래?

지금 벅스에서 찾아봐

오혁의 톰보이

없다고?

탐보이 아니라 톰보이

오혁의 톰보이 못찾겠으면 그냥 톰보이로 쳐도 돼


몇 초 뒤 말한다.


'오혁'이 아니라 '혁오'잖아

앗, 오 씨라 오혁인 줄


'혁오의 톰보이' 5번을 중얼거려 본다. 이제 다시는 틀리지 않으리라 돌 같은 좌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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