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파우더룸 바닥에. 그것도 아침부터 생애를 다한 거다.
제 역할을 다한 모낭세포에 잠시 인사를 한다. 슬픈 굿(?)모닝이다.
계절이 바뀌는 털갈이 시즌이면 혹은 탈모의 시기이면 유독 패잔병은 늘어난다.
치우는 건 언제나 엄마인 나의 몫. 청소용 부직포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일주일만 모으면 가발도 만들겠다 싶다. 머리카락 주인을 찾아본다. 검고 젤 굵은 건 큰 딸꺼, 갈색이지만 윤기나게 찰진 건 둘째 딸꺼다.
남편꺼는 제일 짧지만 그래도 내꺼보다는 굵다. 염색모에 제일 얇고 안쓰러운 건? 맞다 바로 내꺼다.
지금 당장 머리카락 싸움판을 벌인다면, 당연히 꼴찌는 나다.
왕년에 나도 머리카락 싸움계의 킹왕짱이었다.
그 시절 나는 머리는 가장 좋지 않았지만. 머리카락은 꽤 굵은 편이었다. 어떤 싸움도 자신없었던 내가 유일하게 즐기던 싸움이었다.
손끝으로 굵기를 가늠한다. 요거다 싶으면, 톡! 낚아챈다. 빨리 하나만 뽑아야 안아프다. 한 개를 뽑는건 아까워서가 아니다. 덜아프기 때문이다.
싸움은 지금부터다. 팽팽하게 두 머리카락을 십자로 맞댄다. 위쪽이라고 아랫쪽이라고 반드시 유리한 것만 아니다. 굵은 놈이 가장 유리하다. 가끔 굵지는 않지만 유독 윤기나고 질긴 복병들이 등장했지만, 내꺼는 굵기로 일단 압도했다.
그 시절 우리는 모두 머리카락 부자였고, 최고의 싸움꾼들었다.
40년이 지난 지금 머리카락은 감히 뽑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할 수만 있다면 떨어진 머리카락을 다시 붙이고 싶다. 패잔병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만 낼 수 있다면... 비싼 값의 샴푸를 치를 수도 있다 다시 부직포에 붙어있는 머리카락을 본다. 잠시 상상한다. 떨어진 머리카락 끼리 싸움을 하는. 저~ 찰지고 윤기나는 둘째딸 꺼랑 내꺼가 붙는다면 닿기만 해도, 두 동강! 어디 머리카락 뿐이랴? 머리로도 당할 제간도 없다. 사춘기를 거치더니 공부도, 말싸움도 나보다 더 잘한다.
머리 싸움도 안 되고, 머리카락 싸움도 안 되고
싸움이 끝나면 평화가 찾아온다고 했던가?
머리카락 청소가 끝났다. 파우더룸에 깨끗한 평화가 찾아왔다.
굿 모닝! 굿 모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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