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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Jun 28. 2024

여기는 혜화, 엄마는 영화, 자매처럼 지하철을 탔다.

혜화역까지, 엄마와 자매처럼 손을 잡고, 연극을 보러 갔다.

쓰고 보니 망했다. 몇 번을 고쳐도 아쉽다.

그럼에도 브런치에 발행하는 이유는

오늘이 아니라면, 내 손에 남은 엄마 손의 체온이 사라질 것 같아서임을 밝힌다.


2024년 6월 27일, 엄마와 난생처음 대학로에 갔다.



연극 초대권 2장을 받았다. '봄날의 춘애'
제목만 봐도, 부모님에게 효도할 찬스다 싶은 연극이었다.
아빠는 집에서 바둑이나 두련다 하시니, 어쩔 수 없이 엄마와 둘이

대학로에 갔다. 혜화역 4번 출구 얼마만인가

그런데 하필 열 번쯤  신은 중국산 신발의 밑창은 낱장분리되어 신발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엄마는 씹던 껌이라도 붙여보자고, 코흘리개 같은 임기응변을 발휘하셨다.

혜화역 4번 출구 건너편

다이소에 가서 순간접착제도 사고, 엄마 발톱에 바를 천 원짜리 매니큐어도 샀다.

연남동 스타일의 함박스테이크를 먹고, 날계란과 간장을 흰밥에 비벼먹으며
이런 밥은 난생처음이라고 마주 보고 웃었다.

엄마는 오줌이 무섭다며, 커피는 생략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엄마는 2시간 동안 3번이나 화장실을 갔다.
엄마는 오늘따라 더 아이 같아서, 덩치보다 작은 배낭을 메고
뒤우뚱 뒤우뚱 잘도 걸으시며, 내 손을 꼭 붙잡고 다니셨다.

연극이 끝나니 10시.

대학로의 밤은 여전히 공연 중인 무대같다.

웬 사람이 이리 많냐며 휘둥그레하는 엄마에게

30년 전 대학로에서 놀다가도 11시쯤이면 집에 들어갔으니,

그때의 나는 정말 착한 딸이었다며 지금이라도 칭찬받기를 원했다.

젊은 사람들로 가득 붐비는 혜화역 4번 출구
엄마는 길을 잃기라도 할까 봐 내 손을 꼭 잡는다.
마치 붐비는 시장통에서 엄마 손을 꼭 잡던 5살의 나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여기는 혜화역, 우리 엄마 이름은 김영화
혜화, 영화 자매 같은 이름이라 생각했다.

자매처럼 손을 잡고 나란히 지하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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