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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Jun 23. 2024

잠만 잘 자더라

기말고사가 코 앞인데,  엄마 눈이  뒤통수에 있는데

기말고사가 코 앞인 딸의 요청으로 도서관에 갔다.

딸은 5시간 체류에 4시간을 잤다.

숨소리가 제법 컸다

망신은 괜찮지만, 내신은 불안하다.





잠만 잘 자더라

-기말고사가 코앞인데, 엄마 눈이 뒤통수에 있는데


차에 타자마자 자더라

내 차 승차감이 벤츠 S-클래스급인 줄 알았다.


차창이 부서져라 자더라

니 머리통 안 깨진 거보니 뼈는 단단한 줄 알았다.


책 펴자마자 자더라

그래도 명색이 도서관인데, 30분은 공부하고 잘  줄 알았다.


점심 먹고 와서도 자더라

짜장면에 커피에 초콜릿까지 사주면 미안해서 못 잘 줄 알았다.


깨워도 자더라

졸면 깨워달라기에 깨우면 세수라도 하고 올 줄 알았다.


안 잤다고 하면서 자더라

방금 코 고는 숨소리 들렸는데,  물증 들이대면 인정할 줄 알았다.


긴 머리카락, 암막 커튼처럼 쳐놓고 자더라

내가 묶은 고무줄까지 빼서 주면, 머리 묶고 마음 묶고 공부할 줄 알았다.


차라리 자라 했더니 아예 대놓고 자더라

청개구리인 니 성격, 자라고 하면 말 안 듣고 잘 줄 알았다.


학원 갈 시간 돼도  자더라

숙제 다 못한 거 같은데 학원 가기 전에는 불안해서 깰 줄 알았다.


진짜, 나랑 똑같이 자더라

도서관에서 자는 네 모습, 34년 전 내 모습과 너무 똑 닮아서

그때 엄마도 나처럼 속 터졌겠지 이제야  알았다.



                                                                               by  기말고사 앞두잠만 자는 딸에 속 터지는 엄마






아기 때는 잘 때가 제일 예뻤는데,  시험 앞두고 자는 딸은 왜 안 이쁠까요?

시가 구구절절하게 써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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