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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Dec 03. 2022

나이 들어도 매력 있는 여자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연예인들을 볼 때면 종종 생각해 본다. 나도 저 나이쯤, 저런 온화한 미소를 가질 수 있을까? 여전히 괜찮은 몸매나 외모를 가지고 있을까? 이십 대나 삼십 대만큼 마구 쏟아지는 아름다움은 아니더라도, 은근하게 매력적인 나만의 향기를 내는 사람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십 대는 그 자체로 빛난다. 가만히 있어도 '청춘'이 주는 마력이 그 자체로 매력이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그 나이만의 ‘예쁨’이 있다. 삼십 대는 또 어떠한가. 그간의 노하우들이 쌓인,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장착한 그들에게선, 그 나이 때에 돋보이는 여성의 ‘어떤’ 자신감이 뿜-뿜 풍겨진다. 물 오른 성숙한 젊음이 그냥 아우라다. 그렇다면, 사십 대나 오십 대 혹은 그 이후의 여자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나이가 들어서도 매력적인 여자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마흔이 넘어 주변을 둘러보니 대다수의 여자들에게선 각자 삶의 흔적들이 나타난다. 외모의 동안 여부를 떠나 같은 나이임에도 누군가는 나이가 더 들어 보이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데, 그녀들에게 어떤 삶의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지점들은 사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들인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그간의 경험이 배어든 삶의 태도. 

첫마디만 꺼내도 금세 드러나는 말의 어투.

타인에게도 친절한 사람인지, 

타인을 한번 보고 안 볼 사람으로 대하는지, 

등의 인간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


그런 것들을 목격할 때면, 그들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가치관마저 알 것만 같다. 삶의 이미지가 얼굴에 여실하게 드러나, 누군가는 빛나고 누군가는 피하고 싶은 인상이 되기도 한다. 이것들은 현실적인 나이를 지나 각자의 모습을 형성하고, 얼굴 나이에까지 엄청난 차이를 주는 것 같다. 고 싶은 사람들도 많지만, 저런 모습만은 절대 피하자... 싶은 사람들도 여럿이다. 겉모습이나 몇몇 가지를 두고 함부로 사람을 재단하고 규정지어버리는 일은 정말 지양해야 하지만, 이는 나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나는 어떤 유형으로 나이 들고 있는가를 가끔 반추한다. 매력적으로, 멋지게 나이 든다, 그 광범위한 문장에 포함된 여러 가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가히 침범할 수 없는 고유의 가치관이나 삶을 바라보는 품위 있는 태도, 정감 있는 말투나 여전히 좋은 목소리, 나이를 더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터득한 지혜와 정보로 좀 더 명석해진 뇌, 여기에 나이를 떠나 단정하게 정돈된 외모, 녹슬지 않는 패션 센스나 인테리어 감각 등에 대해서.         

  

확실히 '마흔'이라는 숫자는 여자들에게 기념비적인 나이임에는 틀림없다. 마흔 이후의 여자들에겐 자의든 타의든 많은 변화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앞으로의 삶의 모습도 완전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나는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다만, 종종 생각해본다. 나이가 들어도 젊고 예쁜 여자가 되기보단, 매력적인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많은 이들이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이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내적인 아름다움 못지않게 외적인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외모는 그냥 껍데기일 뿐만은 아니다. 남들보다 외모에 자신이 있는 이들은, 그들이 가진 선천적인 혜택 덕분에 조금 더 여유로운 눈으로 세상을 관찰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는 굉장한 어드밴티지임에 틀림없다. 면접이나 소개팅 같이 사람들을 처음 접하는 자리에서 '외모 자신감'은 그 첫 관계를 맺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외모는 상당 부분 성격이나 내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나이가 들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깊게 쌓은 인성이 외면의 모습을 얼마든지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과도 같다. 두고두고 곱씹어도 지나치지 않은, 내면의 중요성이다.      


외모가 모든 걸 결정한다고 믿는 '외모지상주의'는 아니지만, 무조건 외면보단 내면이 중요하다고 단언하는데도 좀 더 조심성을 두자고 생각한다. 내면을 갈고닦듯 외면 역시 정갈하고 단정하게 갈고닦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지런해야 하며, 자기 자신을 늘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때문에 나는 외면이든 내면이든 가능하면 잘 가꾸면서 살아가자고, 어느 정도의 외적 ·내적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가자고 다짐한다. 뭐든 좋은 방향으로 가꾸려는 노력들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도 매력적인 여자가 되고 싶다.     

‘이제, 내 인생의 젊음은 끝났어.’라고 자포자기하기보단, ‘내 인생의 오후는 여전히 따스하게 지나가고 있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싶다. 집안일을 끝낸 오후나 휴일 아침에 내려먹는 향긋한 커피 한잔의 참맛에 감사하고, 꽃이 주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살아있는 감성. 오직 나만을 위한, 꽃 한 송이를 집 안에 들여놓는 정성, 자연이 주는 위대함에 경외감을 표시할 수 있는 겸허한 자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자각하고, 내 곁의 사람들을 살뜰히 챙길 줄 아는 배려심. 아주 사소하지만, 자주 잊고 놓치고 사는 것들을 잃지 않으며, 조금씩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작은 것들을 챙길 수 있다면 더 큰 것들을 볼 아량도 있다는 뜻이고, 그렇게 우리는 하루하루 더더욱 감사하는 삶을 살아수 있지 않을까. 멋지게 산다는 건, 그리 거창한 데 있는 것만은 아닌 거 같다. 나이 들어도 예쁜 여자들은 여자가 봐도 부럽지만, 지금 다시 태어날 순 없으므로...;;


나는 그저 나만의 매력을 지닌 한 여자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진 인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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