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름날의 10일간 뉴욕 여행
감히 내가 뉴욕 여행기를 써도 될까?
너무나 국제적인 도시라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도시중 손꼽히는 곳이라서, 뉴욕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수와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그들의 역량과 가능성들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 여행 이야기를 쓰고자 할 때 10위권 밖에 있던 곳이었다.
이미 뉴욕 생활에 통달한 이들의 수를 가늠해볼 수 있을까? 나이 연령 성별을 다 고려해봐도 상상할 수도 없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이 보기에 내 글이 겉핥기 식의 가볍고 풋내기 같은 글이라고 여길 것 같았다. 그리고 여행자로서 경험했었던 뉴욕은 생각보다 나의 성향과는 완벽하게 들어맞는 곳은 아니었으며 원래부터 미국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인 편이기 때문에 온전히 마음을 다 담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살아볼 수 있었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뉴욕에서 느꼈던 강렬했던 외로움 그리고 나의 소박하고 얕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뉴욕에서의 사랑스럽던 순간들을 떠올리니 다시 글 쓸 용기가 났다.
콘크리트 정글 같은 도시 뷰와 예술을 사랑한다면 뉴욕으로
미드타운과 월스트리트 빌딩 숲
역시 천조국을 대표할 수 있는 도시답게 쭉쭉 뻗어져 있는 월가의 빌딩 숲 사이를 걸으며 철저히 내가 이방인임을 느낄 수 있었다. 미학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그 규모에 압도당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보며 가끔 유럽영국의 향기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타임스퀘어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높은 빌딩에 앞다투어 도배된 전광판과 간판의 브랜드, 회사 광고들이 휘양 찬란하고 그 속에서 한국 브랜드를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명물이라 알려진 기타 치는 카우보이는 볼 수 없었지만 관광객들의 지갑을 털으려는 캐릭터들은 어디에나 널려있었고 빠르게 움직여 돈을 챙기는 거리의 화가들도 있어 반짝이는 건물만큼이나 사람들로 정신없이 붐비는 카오스였다.
널려있는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맷부루어(The Met Breuer)
맨해튼에는 많은 미술관들이 있지만 난 그냥 딱 위 네 군데만 방문해보았다. 모두 매력적이었지만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뉴욕 현대 미술관이 나에겐 가장 인상 깊었다. 건물 구조도 그렇고 원래 마티즈 작품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곳의 커다란 마티즈의 작품을 보고 단번에 사랑에 빠졌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이 노력하지 않아도 전 세계적으로 핫한 뉴욕 맨해튼에 머물면 주목받는 왕성히 활동 중인 아티스트의 전시도 인연이 닿으면 만날 수 있어 좋은 점인 것 같다.
맨해튼에서 무료 음악 감상하기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에서도 꼭 길거리나 지하철이 아니더라도 무료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종종 링컨센터에서 주관하는 무상 공연을 하는데, 물론 유료만큼 퀄리티가 높은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했던 공연은 맨해튼 밤공기를 느끼며 듣는 음악이었기 때문에 못해도 본전은 찾을 수 있는 정도였다. 공연을 본 후 바로 코 옆인 링컨센터의 분수대에 앉아 공공 설치미술을 감상하는 것도 한 낭만 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 도시에서는 낯선 사람을 구경하기도 좋고 이들은 내 프레임 안에 자발적으로 피사체가 되기도 했다.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블로그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타임스퀘어 블로그
루벤스틴 아트리움과 링컨센터 블로그
내 마음에 드는 맨해튼의 보석 같은 곳들
첼시 지역
첼시에는 첼시마켓이 유명하지만 나는 첼시 지역 자체가 좋다. 깔끔하면서도 개성 있는 편집샵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빌딩 숲을 조금 벗어나서 여유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라인 파크도 무척 가까우니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해면 좋은 코스인 것 같다.
뉴욕 공립도서관과 브라이언트 공원
맨해튼은 돌아다니면서 섹스 앤 더 시티 드라마 또는 영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경험도 여러 차례 할 수 있다.
그중 뉴욕 국립도서관과 은 섹스 앤 더 시티 영화에서 나온 캐리의 결혼식 예정지였다. 캐리가 그곳에 반했던 것처럼 나도 그곳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도서관이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외부는 물론 엄청난 양의 도서가 적재된 서재와 내부에 있는 독서실은 정말 환상적인 미모를 뽐냈다.
도서관을 둘러보고 나오면 건물 뒤편에 있는 브라이언트 공원과 그 공원 안에 머무는 사람들이 도서관 주변의 시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이벤트나, 공연 또는 작은 모임 활동들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생동감이 있어 이곳도 사람 구경하기 좋고 쉬어가기도 좋은 곳이었다.
피어 17(Pire 17)
세계적으로 유명한 증권가 바로 옆에 어울리지 않은 대형 쇼핑 단지가 있다. 그곳의 이름은 피어 17이라는 지역이다. 단순하게 쇼핑몰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사람이 즐기기 좋은 곳이다. 저층으로 이루어진 쇼핑몰 건물들이 차례차례 늘어서 있고 그 안에는 작은 편집샵과 브랜드샵들이 섞여 있다.
쇼핑센터를 지나 물이 보이는 쪽으로 걸으면 공중그네 학교도 보인다. 그리고 여객선과 수상택시들이 왔다 갔다 하는 항구가 바로 옆에 있어 내가 맨해튼에 있는지 다른 지역 어느 휴양지의 바닷가 마을에 있는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유니온스퀘어 그린마켓
매주 월, 수, 금, 토요일 아침 8시~ 저녁 6시까지 유니온 스퀘어 역에서는 장이 열린다. 주로 식자재를 파는데 종로 공원에 연세 있으신 분들이 모이듯 여기서도 비슷했다. 여긴 장기 대신 체스 두시는 분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뉴욕 맨해튼에는 젊은 사람들만 사는 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장터에 판매하는 것들을 쭉 둘러보았는데 워낙 요리의 세계에 급 눈을 떴던 시절이라 식자재 구경으로도 참 신나고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신선재료부터 바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식품들도 많이 판매하고 있고 꽃이나 모종 그리고 다른 잡다한 것도 팔고 있어서 구경해도 좋은 곳인 것 같다.
그리니치와 워싱톤 광장
여기도 첼시 지역처럼 작은 가게들이 많이 있는데 이곳 상점들은 인테리어에 대단히 신경 쓰고 판매하는 제품도 퀄리티도 높아 보였다. 특히 크고 작은 카페들이 많은데 서로 누가 더 예쁘고 트렌디 한가 경쟁하는 느낌이었다. 어딜 들어가도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걷다 보니 그리니치와 멀지 않은 곳인 워싱톤 광장에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람들도 많이 모이고 거리의 예술가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분수대와 큰 아치가 있는데 너무 멋있어서 사진으로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많이 남기고 싶어 했다. 맨해튼 중심에 위치한 뉴욕대 앞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니, 이 캠퍼스에서 학교를 다닌다면 영원히 늙지 않고 여기에 학생으로 또는 교육자로 있고 싶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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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숨 쉬게 하는 곳들
센트럴파크
역시 사람이라면 응당 푸릇푸릇한 풀잎을 보고 살아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대도시에도 센트럴파크가 있다. 호수를 품고 있는 이 어마어마한 공원은 너무 넓어서 하루에 다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차근차근 도장깨기 하듯 그날의 목적지와 가까운 공원 내 구역을 슬슬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하이라인파크
하이라인파크는 첼시 지역, 웨스트 10번가와 30번가 사이에 위치해 있다. 오래된 철로를 공원으로 조성한 곳으로 빌딩 숲과 바다를 같이 볼 수 있는 오묘한 산책로인데 길게 늘어진 산책로마다 다른 구성으로 꾸며져 있어서 신선했고 그 길이가 짧지도 않다. 산책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차들이 빵빵거리며 달리는데 산책로로 다시 시선을 돌리면 그와 대조적으로 느긋하고 평화로웠다.
칼 슈르츠 공원
칼 슈르츠 공원은 맨해튼섬 동쪽에 있는 강아지 놀이터도 있는 공원이다. 이 공원의 묘미는 산책을 하면서 루즈벨트 섬과 퀸즈보로 다리를 볼 수 있다는 점이며 또한 붐비는 느낌이 없고 관광객들은 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뉴요커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던 곳이다. 야경을 보러 와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루즈벨트 섬으로 넘나드는 트램(케이블카)으로 야경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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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매력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에 도착하면 맨해튼과는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좀 더 인간미 넘치는 풍경과 여유가 그곳에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여행 당시에는 오래된 건물을 이용한 스튜디오나 상점, 카페 등등이 많이 생기는 추세였던 것 같다. 그래서 굉장히 힙한느낌이었다. 단지 혼자 있어서 맨해튼 다리가 보이는 덤보 지역에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게 아쉬울 뿐.
그리고 브루클린은 빈티지한 매력이 상당한 곳이다. 거리를 걸으면 상점 구경만 해도 하루 또는 반나절은 최소한 써야 할 만큼 분위기가 좋다. 그 당시 혼자 여행이고 정보도 많이 없어서 그냥 피자로 끼니를 때웠지만 지금은 맛집도 워낙 많기로 유명해서 맨해튼과 함께 꼭 가봐야 할 곳인 것 같다.
브루클린에서 석양으로 물드는 시간과 해가 완전히 지는 시간을 보내면 브루클린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시간에 바라보는 맨해튼 도시의 석양과 야경이 그렇게 예쁠 수 없다. 완전히 어두워진 밤에 보는 회전목마와 그 뒤에 보이는 브루클린 다리의 콜라보도 너무 낭만적이었다.
맨해튼에서 가십걸은 만나지 못했다.
아주 추운 겨울날 뉴욕. 코트와 털모자 그리고 장갑으로 무장하고 선글라스로 패션의 마무리를 한 뒤, 한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빌딩 숲을 걸어가는 모습. 나의 제부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는 뉴욕 여행과 그곳에서 그리는 자신의 모습은 이러하다. 내가 (경험도 없으면서) 뉴욕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아느냐고, 사악하게 춥기로 유명하다고. 엄청 웃으며 완전 허세각이라고 장난으로 놀려도 본인은 매우 진지했다.
미디어에서 설명하고 보여주는 환상 속 세계인 뉴욕 또는 맨해튼에 사는 뉴요커들은 다 멋지고 스타일리시하고 세상의 돈과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일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진 않았다. 의외로 보통사람들이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더 많이 본 것 같다. 아마 그건 내가 발길을 옮겼던 곳이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곳이었기 때문이겠지만...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인종) 차별이 존재하고 너무 경쟁적으로 살 수밖에 없어 한국 커뮤니티 외에는 냉철함을 유지하는 한국인 뉴요거 친구도 있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하길 원하기에 일과는 별개로 연극 활동도 하고 다양한 것들을 배우는 긍정적인 한국계 미국인 뉴요커 친구도 있다.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의 뉴욕 살이 모습을 듣고 "왜 그렇게 거기가 좋아? 혹은 그렇게 힘든데 왜 거기에서 살아?"라고 물어보기 전에 입을 닫고 생각해볼 수 있다. 아마 우리가 서울에 기어코 올라와서 아등바등 살고 싶어 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이지 않나 싶다. 뉴욕은 삶의 무게와 고통, 성공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이 공존하는 화려한 도시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