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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Nov 12. 2019

나의 첫사랑 여행지, 바르셀로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9일 여행

내 첫사랑 여행지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사랑이다. 눈길 두는 곳마다 발걸음 닿는 곳마다 아름다웠고 완벽했다. 나에게 바르셀로나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 국민 첫사랑 수지와 같은 레벨이다. 나는 스페인을 모르고 스페인어도 모르지만 가기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고 여행 가자마자 푹 빠져버린 그런 운명적 느낌의 여행지가 바르셀로나이다. 


라 람블라 거리를 걸을 때 보이는 가로수도, 노점상도, 그 거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행위예술가들 까지 그 모든 게 다 바르셀로나 그 자체였다. 빛깔도 곱고 예쁜 모양에 사실은 그렇지 않았지만, 공기마저도 싱그러운 느낌이지만 그 누구나 완벽하지 않듯, 완벽한 여행지일 수 없었던 이유는 현지에 체류하는 친구가 있었다면 좀 더 깊이감 있는, 현지인의 시선으로도 바르셀로나를 알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그래도 완벽히 아름다웠던 첫사랑(바르셀로나)을 잊지 못하고 있다.





해변의 연인이 아니고 해변의 싱글
Barceloneta Beach

바르셀로나는 해양도시다. 나는 태닝을 즐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닷가 근처 바로셀로네타에 숙소를 잡았다. 전반적으로 그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는 생각한다. 일반적인 모래 해변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가로수길을 매일같이 걷거나 누드비치는 아니었지만 상의 탈의를 하고 자유롭게 태닝을 하는 여자들의 뒷모습도 바라보았다. 때론 해변 주위에 많이 있었던 전통적이거나 현대적인 설치물과 조형물도 내가 보고 싶은 만큼 맘껏 걸어 다니며 보았기 때문이다. 또 동네 구석구석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Barceloneta Portbell

그러나 나는 솔로 배낭여행자였기에 여행 첫날은 바다 주변의 펍에서 호스텔 주인과 함께 맥주 한잔을 곁들이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해변에서 납작 복숭아와 치킨 그리고 빠에야를 테이크아웃하여 먹기도 했지만, 더 많은 날들을 같은 장소에서 보내며 혼자 여행하는 사람의 감정처럼 밤이 되면 이 아름답던 해변은 환락의 도시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굉장히 고요해졌다. 아마 내 바르셀로나 여행의 이미지가 딱 낮에는 활기차고 밤에는 잔잔한 바르셀로나 해변처럼 흘러갔다.


바르셀로네타 블로그 1 2 





가우디 유산국에서의 빈약한 가우디 관광
Sagrada Familia / Casa Mila / Casa Batllo

바르셀로나 하면 가우디를 언급 안 할 수가 없다. 바르셀로나 안에서 가장 유명한 성가족 성당(Sagrada Familia), 까사바뜨요(Casa Batllo), 까사밀라(Casa Mila), 구엘공원(Park Guell) 등이 그의 대표 건축물이다. 그런데 나는 성가족 성당은 내부는 별거 없을 거라 생각해서 입장료 없는 외관 구경만 하고 둘 다 들어가 봐도 되는데 입장료가 10유로가 넘는 까사 바뜨요와 카사밀라는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해서 결국 까사밀라만 보고 온 뒤 나중에 까사바뜨요 외관을 보며 탄식을 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가우디 건축물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곳 까사비센스(Casa Viecens)나 구엘 파빌리온(Pavellons Guell)을 방문하였다. 


Casa Viecens / Pavellons Guell

외관도 훌륭하지만 빛으로 마술을 부리고 있는 내부 구조가 특징인 성가족성당 내부를 둘러보거나, 화려함의 극치인 까사 바뜨요를 방문하는 것을 하지 않았던 점이 이렇게 아쉬운 것은 여행 전 공부를 안 한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궁핍스럽게 여행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한다고 칭찬받거나 상주는 것도 아닌데 그때는 나름 없던 포르투갈 여행을 끼워 넣은 상태였고 원래 뚜벅뚜벅 걸으며 알뜰살뜰 여행을 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런지 나름의 룰을 정해서 지키려 했던 것 같다. 이건 마치 연인끼리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거나, 포용력이 없어 큰 그림을 못 보는 것과 비슷했다고 본다. 그래도 그랬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그곳에서 이것저것 많이 해볼 수 있기도 했다. 매 순간의 선택이 최상의 결과일 수는 없지만 어둠이 있으면 밝음이 있는 법이었다. 

'그래, 난 바르셀로나에 다시 또 가야 할 이유를 남긴 거야!'


가우디 건축물 블로그 1 2 3





바르셀로나 공원 투어
Park Guell

그래도 가우디의 숨결을 대자연과 함께 느낄 수 있는 구엘공원은 맘껏 구경했다. 거의 혼자서 3시간 정도를 있었던 것 같다. 공원 꼭대기까지 올라가 도시 전경을 구경하고 준비한 도시락도 까먹고 공원 내에 식물들들과 관람대, 가로수길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구엘공원의 하이라이트인 공원 테라스 벤치와 기이하고 재미있는 모양의 건물들도 실컷 보았다. 가우디 특유의 건축양식과 데코 스타일은 대중화되기는 어렵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고 이로 인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바르셀로나로 모이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가장 유명한 구엘공원 이외에도 바르셀로나 내에 공원을 많이 방문했는데 그건 맥도널드에서 받은 바르셀로나 시내 지도 덕분이었다. 지도에는 수많은 바르셀로나의 공원이 표시되어 있었고 시간이 많았던 나는 가족단위로 휴양하기 좋은 호수가 있는 씨 우타 델라 공원(Parc de Ciutadella), 미래적이고 우주적인 느낌의 조형물이 자연과 조화롭게 배치된 포블레뉴 중앙공원(Parc del centre de Poblenou), 모던하고 특이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 디아고날-마 공원(Parc de Diagonal-Mar), 수영이나 뱃놀이가 가능한 작은 풀이 있는 라크루에타 델 콜 공원(Parc de la Creueta del Coll), 팔라우 국왕 궁전(Palau Reial de Pedralbes) 내 공원 등 바르셀로나 동서남북에 있는 크고 작은 곳을 한 번씩 방문했다.


Parc de Ciutadella

책은 별로 안 좋아해서 벤치에 누워서 책 읽는 그림은 그릴 수 없었고 이미 많이 탄 상태라 태닝 하며 멍한 것도 안 하고 그냥 무작정 걷기만 했다. 내가 갔던 공원의 반은 싱그럽고 푸릇푸릇하며 아이들의 꺄르륵 웃는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곳이었고 반은 너무 모던하고 약간은 삭막해 보이기도 했다. 그중에 내가 현지에 체류한다면 주기적으로 가고 싶은 공원을 이제는 알고 있는데, 씨우타델라 공원이 단연 으뜸이다.

공원을 찾아 헤매면서 바르셀로나 도시의 특징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내가 본 그 어느 도시보다 열이 딱딱 맞으면서도 아름다움도 잃지 않은 도시 기획을 한 곳이다. 건물의 모양과 색 그리고 연식을 통해 현지인들의 모습을 예상해 보고 지상으로 다니는 전동차가 지나가는 곳도 파악하고 엉뚱한 곳에 놓인 푸드트럭을 보며 관광객 상대가 아닌 현지인들이 먹는 먹거리도 예상해볼 수 있었다.


구엘공원 블로그

바르셀로나 내 공원 블로그 1 2 3 4 5





바르셀로나에서 10유로 코스 밀 맛보기

여행을 가기 전 훑어본 타인의 블로그에서는 보케리아 시장 같은 곳에 가서 즉석 해산물 요리를 먹는 것을 추천하기도 했지만, 스페인 점심 코스요리(전체요리-메인 요리-디저트)가 10유로 안팎의 가격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배낭여행객들이 만족감이 높은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써놓은 것을 보았다. 그래서 호텔 레스토랑에서 한 번, 일반 길거리 음식점에서 한 번, 이렇게 2번 시도해보았다. 


Fondaespana(호텔 레스토랑) / La Crema Canela(거리 레스토랑)

두 가지 경우를 비교해보니 확실히 호텔 레스토랑이 그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수 셰프 수준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테리어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노천 레스토랑도 나름의 개성을 뽐내는 테이블 센터피스부터 남달랐고 광장 풍경을 감상하면서 먹는 코스요리는 그냥 그런 맛이더라도 낭만 한 스푼이 더해져 더 맛이 좋게 느껴졌다. (음식 사진은 잘 못 찍는다;;;)

여담으로 이렇게 코스 밀 먹는 것에 집중한 덕분에 정작 스페인에서 유명한 타파스나 빠에야 등의 요리는 등한시했던 것 같다. 타파스는 내가 맥주 맛도 잘 모르고 취미가 없던 때라 한 끼라고 생각되지 않는 스낵 정도였고 타파스는 1인 타파스가 서브되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이래서 현지인 친구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생각이 든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먹방인데 말이지...


코스 밀 도전 블로그 1 2





너무나 건전한 바르셀로나의 밤 

바르셀로나에는 음악분수로 유명한 몬주익 분수가 있다. 여행의 중 후반부에 그곳에 갔다. 이제 정말 여정의 70%를 완료하고 나니 혼자 다니는 여행은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아마 지금 봐도 충분히 아름다웠을법한 몬주익 분수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분수쇼 하기 전에 먹은 저녁도 그저 그랬고 채울 수 없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카탈루냐 경기장을 리뉴얼한 쇼핑몰에서 머플러 하나를 사기도 하고 옥상에 올라가 노을 구경도 했다. 분수쇼는 아름답긴 했지만 낭만적이지 않았고 혼자서 보는 내 모습이 초라한 것 같아서 쇼가 끝날 것 같은 시점에 재빠르게 이동하여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앉으니 피곤함과 허함이 함께 밀려왔다. 그나마 아름다웠던 바르셀로나 시내 야경이 나의 이런 마음을 달래주었던 것 같다.


카탈루냐 경기장과 몬주익 분수쇼 블로그





그곳에 친구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여행을 혼자 하긴 했지만 아예 친구가 없진 않았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첫날. 호스텔 주인장이 참 살갑게 나를 맞이해주었다. 그리고는 루프탑에서 와인을 마실 것이니 시간 있으면 올라오라고 해서 올라갔다. 

이미 많은 호스텔 투숙객들이 옥상에 있었고 하하 호호 하면서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알아 듣는 이야기에 나름 낄 수 있었다. 얘기를 나누다가 각자 나라별 유행가에 맞춰 춤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때는 2012년이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엄청 유명했는데, 나는 그 노래를 잘 몰라서 쭈뼛거리기만 하고 춤을 제대로 선보일 수 없었다. 약간은 shy 한 나에 비해 유럽 쪽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들 철판 깔고 잘 놀았다. 지금 같았으면 대박 폭소시킬 수 있었는데 말이다(정말 자신 있다). 


또 어떤 날은 다리가 부서지도록 관광을 하고 돌아와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잠들기 아쉬운 저녁시간에는 여행자들과 함께 다시 보드게임을 하기도 했다. 

특히 그 당시 묵었던 호스텔의 주인장과 좀 친하게 돼서 현지인처럼 작은 창가 건조대에 빨래를 같이 너는 것을 돕기도 했고 이런 기회가 없을 거라며 스쿠터에 나를 싣고 거리를 가로지르며 시내 구경을 시켜주고 구엘공원까지 데려다주며 공원 관람 꿀팁도 알려주었다. 또 그 친구 덕에 꽤 트렌디한 풀파티에 초대받아서 수영도 하고 처음 마셔본 예거밤 한잔에 헤롱 거리던 기억도 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 잠시 포르투갈에 갔을 때에도 캐나다에서부터 끌고 다니던 큰 짐 하나를 무상으로 안전하게 맡아주던 참 고맙고 순수한 친절한 친구였다.

 

여행 거의 막바지에는 다국적(폴란드인, 독일인, 러시아인, 베네수엘라인, 한국인)으로 구성된 그룹이 만들어져 같이 펍에 가서 맥주와 함께 수다도 떨고 서로 안마도 하고 살사도 추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중에 특히 성숙해 보이던 19 짤 독일 꼬맹이가 기억이 남는다. 

혼자 돈 벌어서 바르셀로나 여행도 왔고 그 후엔 대학 안 가고 기술로 돈을 벌겠다고 당당히 포부를 말했다. 그 당시 한국인들의 삶의 방식과 비교했을 때 진짜 획기적인 인생계획이랄까? 학력을 필수 스펙으로 생각하는 한국에 비해 원래 독일이 기술고등학교 출신 전문직, 숙련공들을 존중하는 문화인 걸 몰라서 더 놀라웠다.

물론 다들 낯선 사람들이고 오래도록 알던 친구들은 아니지만, 내 인생에 유해한 환경에 놓인 적이 없어서 인지 운이 좋았던 건지 내가 마주친 친구들은 다들 건강한 마인드에 친절하고 다정한 편이었다. 아마 여행을 하는 중에 다들 마음이 열리고 친절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인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 덕분에 여행의 의미가 풍부해지고 그 기억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들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겠지 싶다. 다들 행운을 빌어!


바르셀로나의 인연 블로그




바르셀로나는 나의 끝사랑 여행지일까?

그렇지 않다. 첫사랑이 꼭 마지막 사랑이라는 법이 없듯이 사실 바르셀로나는 다시 안 가봐도 크게 상관은 없다. 그렇지만 누군가 나에게 나의 최애 도시를 물어보면 난 항상 바르셀로나라고 답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내가 가본 여행지 중 가장 최고였기 때문이다. 그 기준은 아마 얼마나 내 눈에 아름답고 만족스러웠나 인데, 지금 기준에서 다시 고려해 본다 하면 사실 바르셀로나가 베스트는 여행지는 아니다. 

여러 번 글에서도 말했지만 이제 좋은 여행은 짧은 경험이 아닌 최소한 몇 주 이상 한 곳에 천천히 머물며 살아보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같은 질문을 누군가가 했을 때 나올 내 대답은 전과 다르고 그건 아직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입이 간질거려 곧 말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다시 사비로 바르셀로나에 가보라고 한다면 갈 수 있다. 왜냐하면 가야 할 수많은 이유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가봤던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할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정말 그곳에 다시 발을 디딜 수 있다면 '혼자가 아닌 나'로써 라는 전제조건이 붙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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