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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Nov 12. 2019

나의 두 번째 사랑, 포르투갈

코임브라, 파티마, 리스본 그리고 포르토 5일 여행

포르투갈은 왜 나의 두 번째 사랑인가?

왜냐하면 첫사랑 여행지는 따로 있으니까. 그건 다음에 나올 글로 소개할 예정이다.

포르투갈은 첫사랑 여행지만큼 강력하지 않았어도 평생 추억할만한 힘이 있고, 그렇게 말할 만큼 짧지만 열심히 즐기고 온 곳이기 때문이다. 

요새는 공중파에서 그리고 인터넷으로도 많이 소개되는 곳이라 이제는 익숙할 수 있겠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한국 사람들에게는 많이 대중화된 여행지는 아니었다. 기대감 없이, 단지 스페인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파리에서 머물렀던 호스텔 멤버들의 추천으로 급 여행을 결정했다. 포르투갈을 가지 않고 바르셀로나에서 혼자 2주를 지냈더라면 정말 후회할 뻔했던 정말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여행이었다. 





기차로 시간이 정지된 듯한 도시로 떠나는 여행

포르투갈에서 여행하는 내내 기차를 이용했다. 처음에 맞닥뜨린 기차역은 캄파나(Campanha) 역이었다. 내가 지금 21세기가 아니라 20세기에 있나 착각하게 만드는 기차역 풍경이었다. 

기차 시간이 남아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는데 마치 20세기 초로 시간여행을 간 것 같았다. 역 주변인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부서지고 무너진 건물들과 연식이 꽤 된 집들 그리고 대표적인 포르투갈의 데코 양식인 타일마저 다 떨어지고 깨어져 버린 그런 풍경들... 버려지기 일보직전의 마을에서 그럼에도 제과점에 진열되어있던 디저트들과 색이 좀 바랬지만 여전히 고운 빛깔을 보이던 타일 무늬로 장식된 성당이 있어 그래도 이 마을에 사람의 온기가 남아있구나 하고 일깨워 주었다.



드디어 코임브라행 기차에 올라탔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내 눈앞에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기찻길을 빼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그런 평안하고 따뜻한 바닷가 풍경. 해안가를 지나 인적이 드문 곳에 몇몇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기도 하고 농경지도 보이고 모든 집은 흰색 벽에 붉은빛 기왓장을 덮은 지붕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마치 아련함 필터를 끼워놓은 듯 그렇게 자연스럽고 전원적인 풍경에 이미 매료되었다. 


포르토 캄파나 역 블로그

코임브라 가는 길 블로그





학구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코임브라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 코임브라 역에 도착한 뒤 택시를 타고 달려 호스텔에 짐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니 조용하고 평범한 동네 분위기였다. 인구밀도가 정말 낮은 그런 곳. 주변의 건물은 고채도의 색상은 많이 없고 주로 하얀색과 명도가 낮은 깊이감 있는 색 또는 저채도의 야리야리한 파스텔톤의 컬러가 주를 이뤘다. 내가 본 도시의 색채는 매우 절재 된 경향이 있던 것 같다. 뚜벅뚜벅 발길을 옮겨 공원으로 향했을 때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분수를 볼 수 있었다. 지난날의 영광은 사라지고 빛바랜 과거로 남겨진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포르투갈 데코 양식의 대표적인 스타일은 흰색 타일 위에 그려진 푸른 물감으로 그린 그림 또는 패턴들이다. 그 누가 이 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말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전달해주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내라고 해도 작고 소박한 시골 느낌이다.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가면 골목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무엇보다도 자주 볼 수 없는 동양 이방인의 등장에도 주민들은 평정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현지인들 사이에서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여행 내내 먹게 될 샐러드+생선+감자요리도 올리브유와 곁들여 먹어보았다. 포르투갈을 닮아 단순하지만 담백하고 맛있었다.



강을 끼고 있는 산지 지형에 도시가 세워져서 그런지 가파른 계단도 꽤 많았는데 그 높은 곳 위에 코임브라 대학이 있다. 너무 느긋하게 이동해 거의 저녁 무렵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많지는 않았지만 검은색 망토와 교복을 입은 코임브라 대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외부인이라 교내 깊숙이 볼 수는 없었지만, 굉장히 진지하고 연구하는 분위기의 조용한 캠퍼스를 둘러보며 이 곳 사람들의 정서까지 유추해볼 수 있었다.(공부 잘 될 만한 도시환경)



우연히 학교를 떠나오며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코임브라 남학생 무리(+여학생 한 명)를 만날 수 있었다. 보기 드문 동양인 외국인이 많이 신기했는지 말을 걸기도 하고 짓궂은 농담 같은걸 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나를 계단 맨 위에 앉혀놓고 악기와 함께 포르투갈 전통 세레나데를 떼창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환대하는 듯한 노래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신선한 추억거리를 선물해 주었기에 고맙기도 했다. 


코임브라 여행 블로그 1 2 3






천주교인들의 성지 파티마

다음날 파티마 행 기차를 차고 부지런이 움직였다. 나는 열성적인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포르투갈에 온 이상 '세계 3대 성지'라고 하는 이곳에 방문할 수 있는 평생 한번 있을법한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파티마 성지로 향하는 버스는 없었고 다행히 주변 상인의 도움으로 택시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성지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성지에 들어섰을 때 그 광장의 광활함에 넋을 잃었다. 그리고 모든 건물과 바닥 색이 흰색과 밝은 회색 대리석들로 꾸며져 있어 눈이 부셨다. 성전과 성모 발현 소성지를 둘러보니 대체적으로 모던한 건축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상상했던 그림과는 좀 달랐지만, 건물에 그려진 벽화를 보며 눈물지을 수밖에 없었다. 

가톨릭 신자라면, 포르투갈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분명 와볼 만한 곳이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성지에 가게 되면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분명 있다. 시기가 맞게 방문한다면 성전을 가득 채울 만큼의 신자들과 함께 미사도 드릴 수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성지를 둘러보고 나와서 기념으로 작은 묵주팔찌(엄마에게 드렸다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를 구매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역으로 돌아왔다. 


파티마 성지 여행 블로그






햇살 부자도시 리스본

산과 바다를 가진 도시 리스본. 덕분에 캐리어를 끌고 다니던 나는 캐리어에 많이 치였다. 전반적으로 보도도 돌로 되어있고 언덕도 많으니 배낭을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호스텔에 짐을 풀고 한숨 돌리다가 시내 구경을 하러 나갔다. 걸어 다닐 거리는 아니지만 난 뚜벅이 여행 자니까 열심히 걸었고 마지막 날엔 길을 외울 정도였다. 

광장에 도착했을 때 딱 느꼈다. 이 도시는 신이 사랑한 곳이 아니었을까? 단순히 사람에게 완벽한 환경이라 서라기보다는 광장에 있던 밝은 톤의 대리석들과 흰색 또는 페일톤의 건물들이 강렬히 내리쬐는 햇빛을 반사하여 빛이 가득 머무는 곳, 마치 요즘 시청하는 드라마 '굿 플레이스'에서 나오는 개념의 '좋은 곳(천국)'과 같은 도시라고 느꼈다. 덕분에 나는 까맣게 그을려졌지만...



지금 생각하면 리스본의 그 유명한 노란 전차를 타보지 않아 아쉬움이 남지만, 구석구석 오르다 쉬 다하며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녔고 작은 타일 무늬 디자인부터 푸른 하늘과 건물 그리고 꽃이 어우러진 작은 정원, 광활한 바다 풍경까지 마음껏 만끽할 수 있어서 시각적으로 배부른 여행이었던 것 같다.

또 밤에는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내가 방문한 기간에 아마 패션 위크였던 것 같다. 그래서 명품거리에는 저마다 프로모션으로 퍼포먼스와 케이터링, 이벤트로 사람들이 마구 붐볐다. 이 기간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리스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리스본 여행 블로그 1 2 3 4 5 6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트라와 페나 궁전

세계문화유산의 의미를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지금 그 의미를 생각해본다. 그 유산에 의미를 부여하는 키워드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기차를 타고 도착해 보게 된 신트라의 모습은 시간이 멈춘듯한, 절대적인 시간이 동일하게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내는 현실보다 몇 배는 느리게 가는 느낌이었다. 도시 전체가 세상과의 차단을 하는 요새와 같았고 예전 찬란했던 시간에 머물러 있어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착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같이 다녀왔던 페나 궁전도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규모와 장식들이 눈에 뜨였는데, 지난날의 영광을 뒤로한 색 바랜 궁전마저도 자연의 일부가 된 듯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산 위 궁전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과거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래서 신트라가 세계문화유산이 되었구나 싶었다.


신트라&페나 궁전 블로그





유럽의 바다가 처음 시작되는 곳 카보다로카곶

유럽 대륙의 끝, 유럽 바다가 처음 시작되는 된다는 곳을 보러 신트라에서 카보다 로카 곶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신트라에서 왕복 2시간이면 해안절벽으로 이루어진 절경과 함께 바람으로 풍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도착하니 내 눈앞에는 제주도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솔직히는 명성만큼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풍경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신트라&카보다로카곶 블로그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나보낸 사랑 같은 포르토

여행지 체류일 안배를 잘못해서 아쉬운 포르토 여행. 하루살이보다도 훨씬 더 짧은 시간 동안 머무른 포르토가 결국은 내 포르투갈 여행에 미련을 남기는 평생 풀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숙제가 되었다. 원래 계획은 포르토에 약 4시간을 머무를 계획이었는데 간발의 차로 기차를 놓쳐 생인 일이었다. 그런데 사실 포르토에 단지 4시간만 머무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체류시간이었다. 

그래도 제일 유명한 지어진 루이스 다리를 볼 수는 있었다. 다리 자체도 멋있고 유명하긴 하지만 도루 강변과 다리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었다. 지금 그 감동을 잊긴 했지만 지난날에 적은 포스팅에 쓴 말을 빌리자면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햇살이 물결에 반사되어 한낮에도 별을 보는 듯한 풍경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우리나라 한강시민공원은 단지 사람들이 그곳을 채우고 있어서 아름다울 뿐 이곳과는 확실히 운치부터 넘사벽 수준이다. 



근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이런 풍경을 두고두고 보며 시간을 보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후회하고 다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지금까지도 희망하게 되는 그런 아름다운 곳이었다. 햇빛이 가득했던 리스본도 좋긴 했지만, 진작 알았다면 거기를 하루 줄여서 포르토에서 1박을 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결혼이 아닌, 연애하듯 좋았던 포르투갈

나에게는 포르투갈이 막돼먹은 연애가 아니라 결혼 전에 좋은 연애경험을 하는 것처럼 한번 알아가 볼 만한, 경험하기 좋은 여행지였다. 또는 그곳의 느낌은 꿈같이 뽀샤시하니 환하고 어릴 적 비눗방울을 터뜨리며 노는듯한 아련함이 있지만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곳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이 나라에서 반 평생 살기는 못할 것 같고 딱 '한 달 살기'를 한다면 하루하루가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신날것 같다. 그런데 살아보고 싶은 곳도 포르토 정도로만 한정하고 싶다. '딱 한 달만? 왜 평생 못 살 곳이라고 말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누군가는 내가 이곳에 대해 평가절하한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오래도록 체류하기에는 약간은 비현실적이고 현대화가 덜되었고 또한 문화적 차이가 있는 나라였다.(특히 식문화의 다양성이 내 기준에서는 적은 편) 포르투갈어도 은근이 어렵다고 듣기도 했고...

그렇지만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추억하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며 포르투갈만의 특이한 분위기가 확실히 있는 개성이 뚜렷한 나라이다. 요새 포르투갈 여행기에서는 힙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도 많이 소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워낙에 오래된 건축물과 느릿느릿하게 살아가는 분위기 때문인지 신/구 세대의 토론이나 교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특이한 나라이다. 

그래서 혹시 스페인 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포르토에 단 며칠만이라도 머무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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