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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Nov 06. 2019

여행은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준다.

여행은 인생의 비타민이라 결핍되면 마음이 망가진다.

총 20개국 30여 개 도시의 여행자
중국(청도/상해/홍콩), 일본(동경/교토), 태국(방콕), 영국(런던), 프랑스(파리), 벨기에(브뤼셀), 네덜란드(암스테르담), 독일(하이델베르크/만하임), 캐나다(밴쿠버/빅토리아/반프/화이트락/몬트리올), 미국(시애틀/뉴욕/아틀랜타), 스페인(바르셀로나), 포르투갈(포르토/코임브라/파티마/리스본), 이탈리아(밀라노/로마), 싱가포르(싱가포르), 말레이시아(쿠알라룸프르), 폴란드(바르샤바), 대만(타이베이), 필리핀(세부), 베트남(하노이/나짱), 그리스(아테네/산토리니/자킨토스) 

그냥 쭉 내가 여행했던 곳을 나열해보았다. 이렇게 적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이제 이런 타이틀은 좀 흔해진 그다지 특별한 이력은 아닌 것 같다. 항공사/크루즈 승무원이 아닌 일반인들도 요새는 많이 여행을 떠나니까... 그러나 여행을 통해 '나'라는 사람은 참 많이 발전하고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으며, 사람들이 내가 여행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빛이 난다고 했다. 여행은 나에게 그런 주제인 것 같다.



나의 첫 해외여행과 첫 배낭여행
@Pixabay

나의 첫 해외여행은 열아홉 살 고등학교 졸업여행으로 배를 타고 갔던 청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첫 시작이 여행사를 낀, 우리나라에서 엄청 가까웠던 중국 청도. 2년간 1만 원씩 모아서 떠난 그 여행에서 기억나는 건 맥주 맛 모르던 시절에 마셔봤던 칭다오 샘플 맥주와 내 입맛과 정말 동떨어진 중국 코스요리 그리고 인생 처음 경험한 뱃멀미였다.

두 번째는 나름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떠나는 첫 배낭여행이었지만, 내가 개입한 부분이 거의 없이 대학 친구가 기획했던 여행이었다. 일본 도쿄에 사시던 고모댁에 짐을 풀고 뚜벅이로 다니면서 어마어마한 전철비로 놀라고, 난생처음으로 홀터넥 카미를 입고 동경시내를 돌아다니고, 에끼벤을 먹으면서 일본은 달걀말이가 왜 달달할까? 하는 궁금증도 갖었지만 많은 놀라움이 없었던 여행이었다.



인생 첫 유럽여행
Amsterdam & London, 2007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진짜 여행의 시작인 2007년 유럽 배낭여행. 미술학원 강사 알바를 또 해서 자력으로 갔던 여행으로 약 2주 동안 영국-벨기에-네덜란드-독일-파리 5개국을 돌고 왔다. 영어도 거의 못하고 어리긴 했지만 모든 걸 내가 계획해서 다녀온 지 오래되었어도 최초의 여행보다 더 기억이 오래 남아있다. 2004년 파리의 연인, 2005년 프라하의 연인을 보고도 많이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내가 직접 다녀오니 너무 아련한 추억에 젖어, 20대 중반을 여행 앓이를 하며 드라마 재방송 시청으로 마음을 달래며 보냈던 것 같다. 

중요한 건 이때부터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자아가 제대로 생성되는 느낌을 받았다. 예술학부 생활도 나의 자아 생성에 도움을 주는 요소였지만 여행을 통해 이렇게 다른 세상이 있구나 싶어 궁금했고, 안주하는 인생을 사는 행태를 탈피할 수 있는 포텐이 생긴 계기가 되었다.



인생 첫 어학 여행

그렇게 학사과정을 끝내고 겨우겨우 취업을 했는데 생각보다 사회생활은 힘들었고 첫 직장에서 1년을 버틴 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2년 정도 했다. 그 당시 흔하지 않았던 직업인 '퍼스널 컬러 컨설턴트'였던 그 시절은 참 즐거웠고 아등바등 뭔가 새롭게 도전하려는 모습을 떠올리면 스스로 귀엽게 느껴진다. 그땐 20대라는 사실만으로도 빛났고 일을 통해 배운 것도 참 많았다. 그러나 시급 6천 원도 채 안 되는 한 달 월급 100만 원으로 비전이 보이지 않는 회사에서 일하는 건 더 이상 값진 시간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걸 파악하는데 2년이나 걸리다니 내가 봐도 참 애송이었다.

Remembrance day on W.pender st., 2011
English Bay in Vancouver, 2012

그래서 갑자기 영어로 말하고 싶다는 욕구를 핑계로 회사를 관두고 캐나다 밴쿠버에서 10개월간 어학연수를 했다. 이때도 알뜰살뜰 그 작은 월급을 모아서 부모님을 설득해 내 나이 27살에 떠났다. 그때도 늦었다고 생각했는데(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배우기에는 진작 글렀지만) 지금 보니 너무 좋을 때 떠났다. 거기서 언어능력이 드라마틱하게 향상하지는 못했지만 몇 달 살아보는 이 여행이 내 인생의 정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그곳에서 가방을 도둑맞아 여권이랑 새 아이폰 그리고 돈을 몽땅 잃어버리고, 겨우 구한 알바 자리에서도 일주일 만에 해고를 당하고, 인도계 캐네디언 사장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경미한 교통사고(타박상 정도였지만)를 당하는 등 인생에 안 겪어도 될 많은 일들을 밴쿠버에서 경험했다. 그렇지만 해결 안 되는 짐스러운 걱정을 하는 대신 내 허파에 캐나다의 세상 맑은 공기를 주입하듯 현지인처럼 살아보고 여러 곳을 여행하며 최고의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었다. 

My room on Bute st. in Vancouver, 2012

상황과 여력이 된다면 흔히 유행하는 "00에서 살아보기"는 꼭 해야 할 강추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디지털 노매드가 되는 것과는 완벽한 차이가 있고(스트레스 강도가 훨씬 적음) 베이스캠프로 회귀하기 전에 다른 나라들도 둘러보다 올 수 있으니 정말 추천한다.



인생 첫 최장기 배낭여행
Coimbra, Portugal, 2012

캐나다 밴쿠버에서의 긴 여행자 생활을 접고 2달에 가까운 장기여행을 했다. 이 여행도 밴쿠버에서 운 좋게 일을 구할 수 있었고,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 주는 교통사고 보험금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두 달가량 몬트리올 지역과, 나이아가라 폭포, 뉴욕을 거쳐 파리, 바르셀로나, 포르투갈의 여러 도시들, 그리고 이탈리아 밀라노, 로마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 스스로에게 엄지 척!

어떤 때는 친구와 함께, 어떤 때는 혼자, 어떤 때는 낯선 사람과 함께 이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냈고 그걸 다 겪고 나서야 나에게 맞는 여행의 취향을 알았다. 여행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같이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내가 기혼자였으면 그 반대로 느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리고 이 여행에서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나 혼자 읽어봐도 좋을 소설로 남겨놓을 만큼 다양한 스토리로 남아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내 인생 최고 다이내믹했던 순간들이었기에 그런 이야기들도 아마 브런치에 살포시 남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꿈을 이루기 위한 여행
Warsaw, Poland, 2017

캐나다 어학연수와 긴 여행 후에는 콧바람이 단단히 들어서 외항사 승무원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다른 준비생들처럼 열심히 그 준비과정을 밟았고, 머리털 나서 영어공부 아니 '공부' 자체를 그렇게 열심히 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꽤나 진지하게 준비했다. 나름 합격 확률을 높여보겠다고 홍콩, 대만, 폴란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등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인터뷰에 참석해 기회를 노렸다. 그렇지만 쉽지 않았고 가망성이 없게 느껴질 만큼 계속 초기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결국엔 투자금 회수가 안되었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인터뷰 후 남은 체류시간에 했던 여행. 인생의 씁쓸함을 중화시키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고 기억할만한 여행 경험치를 추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담으로 스스로에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세계여행의 열망을 가지고 노력했던 시간들은 나쁜 남자와 연애하면서 나 자신도 못 믿는 지경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게 만들었고 황금기에 꿈을 접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운운하는 '아홉수'를 겪었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그때 포기 안 했다면 나는 승무원이 되어서 하늘을 날고 있었을까? 글쎄...)



가족과의 여행
Cebu, Philippine, 2017
Zakynthos, Greece, 2019

이제 1~2년간 최근의 나의 여행 경향을 말해보자면 요 근래에는 혼자 다닌 여행은 거의 없었고 다 누군가와 함께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동남아 여행을 가고, 내 인생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싶었던 '결혼'을 하게 되어 생애 최초 신혼여행을 가는 그런 시절을 보내고 있다. (매년 가고 싶다...)

그 여행의 모든 순간이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여행하면 싸우기도 하고 하기 싫은걸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걸 포기해야 하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함께 함으로써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부분이 너무 긍정적이고 크다. 그룹 투어보다 몇 백배 나은 게 나 홀로 여행이지만, 나는 이제 혼자 여행하는 건 정말이지 싫다. 



내가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

이런 다양한 여행의 형태를 접하면서 나에게는 이제 화려하고 유명하고 시끄럽고 복잡한 곳보다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경관을 둘러보는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래서 유명하고 현대화된 도시 여행이 아닌 조용하고 한국사람 그리고 중국사람이 많이 없는 그런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로 여행을 가고 싶다. 요즘은 느긋하게 여행할 수 있는 발리에 있는 에어비엔비나 이탈리아 남부지방 와인투어 또는 섬 투어 또는 유럽+아랍문화가 공존하는 신비한 나라 터키 그리고 아담하고 오래된 느낌의 도시인 프라하 이런 곳에 구미가 당긴다. (아직도 맘속에 살아생전 6개 대륙을 찍어보고자 하는 야욕의 불씨는 남아있지만...)

@unsplash

그리고 같은 곳을 종종 방문할 기회가 있지 않다면 적어도 일주일은 머물러야 그 나라를 이해하고 정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누가 떠밀어서 '이거 보러 빨리 가야 돼'라고 말하는 급체 할 것만 같은 여행은 하고 싶지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여행지에 나를 놓아두면 스스로 가만 놔두지 않는 성격이긴 하다. 그래서 많은 곳을 가려고 하진 않지만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여행 계획을 좀 철저하게 세우려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영어를 못하는 거 아니면 웬만한 도시는 혼자 가던, 연인/부부끼리 가던, 부모님을 모시고 가든 간에 패키지여행은 지양한다. 원래 패키지는 성격과 전혀 안 맞는 데다가 지인에게서 패키지여행에서 남는 건 버스 탄 기억, 사진 찍는 것, 현지 한식당, 기념품... 그 정도? 본인이 갔던 데가 어떤 곳이었는지 잘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편이다. 내 태국 졸업여행 이 딱 그 꼴이다. 예외라면 교사였다가 퇴직하신 큰어머니가 전부...



글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20여 년의 여행 기록을 써보니 내 인생에 여행이 없었던 적은 없던 것 같다. 대체적으로 치열한 편이고 열정도 많고 사랑도 많아서 여행을 할 때도 그 성격이 늘 반영된 여행을 했다. 그러면서 몰라서 경험치 못했던 아쉬운 부분을 보충하고 점점 진보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에게 여행은 과거이며 현재이며 미래이다. 여행이라는 비타민이 결핍되면 그 누적된 결핍이 언젠가 나쁜 에너지로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되기 전에 머리를 식히고 견문을 넓히려 그리고 추억을 쌓으려 여행을 한다.

이 세상 사람 대부분 여행의 고수라 여행 경험을 통해 책을 내고, 유튜브로 동영상을 만들고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해주니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행의 모습도 앞서 말한 대로 더 이상 급하게 찍고 턴 하면서 많이 다녀오는 인생 단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여행은, 즐기는 거야!'라는 콘셉트로 변모했고 심지어 '어차피 일할 거라면'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외국에서 한 달간 일하고 오는 콘텐츠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그게 좀 고생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나도 그렇게 경험했던 나의 여행 이야기를 네이버 블로그에서 다루었던 단순 기록성, 정보성 글이 아닌 다른 느낌으로 여기 브런치에 집필해보자 한다. 뭔가에 이렇게 기대감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쏟을 준비가 된 마음가짐을 갖었던 게 언제 적인지 멀게 느껴질 정도로 짜릿한 기분이다. 어서 빨리 글을 쓰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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