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처음부터 뭔가를 그리긴 어려워요
그림을 선뜻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건 컬러링북이 아닐까. 컬러링북은 기본적인 라인이 형태와 구도에 맞춰 잡혀 있어서 색만 잘 골라서 칠하면, 괜찮은 결과물을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뿌듯함은 덤이다.
어린 시절에 고사리 손으로 색을 골라 공주님들을 색칠했던 색칠공부의 추억도 뿜뿜 돋아나고, 좋아하는 여행지, 캐릭터에 빠져 그 어떤 생각도 멈추고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서점에 가보면 정말 다양한 컬러링북이 나와있다. 색연필 말고 과슈나 오일파스텔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아이들 말고 민속화에 기반한 어른들을 위한 것까지 다채롭다. 언젠가 전시로 만난 곽수연 작가의 컬러링북 ‘반려견 풍속화첩’은 한국화 속 반려견들에 색을 더 해 볼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제주에 살 때, 제주올레가 만든 ‘색칠하는 엽서’에 컬러링을 해본 일이 있다. 이 엽서책은 다양한 제주의 풍광을 담고 있었다.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를 시작으로, 오름 풍경, 곶자왈, 제주올레의 상징인 간세까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제주올레는 컬러링 공모에 참여한 작품들로 2018년 달력을 제작했는데, 이 달력은 당시 많은 인기를 얻고 이른 품절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내가 채색한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는 한국에 수많은 걷는 길을 내도록 걷기 여행의 트렌드를 만들어낸 제주올레가 직접 운영하는 숙소이자 식당, 카페, 정보가 가득한 제주 도보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다.
컬러링 공모를 통해 참여했던 이들의 작품들은 현재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건물 2층과 3층 사이 계단 벽에 걸려있다.
특히, 여행자센터를 그린 내 작품은 현재 올레스테이 인스타그램의 프로필로, 1층 카페나 홀 대관 등 각종 안내용 이미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엽서 사이즈 종이에 컬러링을 했을 뿐인데, 이보다 더 이상 실용적으로 사용될 수 없을 만큼 활용성이 높아, 종종 이곳에 들를 때면 무척이나 반갑고 기분이 좋다.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도 손그림이 주는 매력을 전하고, 내게도 좋은 추억이 되고 있으니까.
뭔가 그리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취향에 맞는 컬러링북을 골라 보자. 이쁘게 그려진 그림에 색을 칠하다 보면 어느새 뭔가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움틀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