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덕합덕] 당신을 긴급체포합니다

긴급한 체포면 긴급체포 아냐?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장면이다.

비서: 이러시면 안 돼요! 저기요!

형사: (막무가내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나쁜 놈: 괜찮아 나가 봐.

비서: 네 대표님...

나쁜 놈: (긴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형사님들이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어떻게?

형사: (종이 한 장을 들고 보여주며)

"나쁜놈씨, 당신을 긴급체포합니다."

출처: tvN 드라마 <메모리스트> 중 한 장면

자연스러웠다.

한두 번 본 장면이 아니라서 물 흐르듯이 그려진다. 그런데 뭔가 좀 어딘가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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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사전에 판사로부터 받은 체포영장이 있어야 한다. 체포영장은 경찰이 검사에게 신청을 하고, 검사가 판사에게 청구하며,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너무 급박해서 사전에 영장을 받을 여유가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 예외적으로 영장 없이 할 수 있는 체포가 바로 현행범 체포와 긴급체포다.

현행범 체포

범죄를 저지르고 있거나 저지른 직후인 사람을 '현행범'이라고 하는데, 형사소송법은 범인으로 추적되고 있는 사람, 장물이나 범행도구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 몸이나 옷에 혈흔 등 현저한 흔적이 있는 사람, 누구냐고 묻는데 도망가려고 하는 사람을 현행범인으로 간주한다. 현행범인은 누구나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긴급체포

검사나 경찰은 ⓐ피의자가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중대성),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가거나, 도망갈 우려가 있고(필요성),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긴급성)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판례에 따르면 '필요성'은 현행범 체포의 경우에도 요구된다.)

즉, 오늘의 주인공인 긴급체포는 '영장에 의한 체포'의 예외로, 영장 없이 체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출처: tvN 드라마 <방법> 중 한 장면

출처: tvN 드라마 <메모리스트> 중 한 장면

출처: tvN 드라마 <메모리스트> 중 한 장면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영장을 들이밀고 있으면서도 "당신을 긴급체포합니다."라는 말을 하며 체포를 하기도 하고, 아예 '긴급체포영장'이라는 문서를 가지고 체포를 하러 가기도 한다.

물론 나쁜 놈은 1분 1초라도 빨리 긴급하게 잡아야 하니까 긴급한 체포이기는 한데, 위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긴급체포는 영장 없이 하는 체포다.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은 바로 여기서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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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추가한 설정일 것이다. 예능 볼 때는 맞춤법 틀린 자막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데, 드라마 볼 때는 또 이런 장면들이 캡처를 부른다.

티빙에 웨이브에 넷플릭스까지 정기결제를 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글감을 찾아내기 위해서라고, 절대 한낱 유흥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합리화를 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가능하다면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에 관한 이야기를 더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