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공유와 저작권법
고독방이라는 것이 있다.
사실 처음엔 고독한 채팅방이라길래 본격적인 친목 없이 혼자 덕질하는 이들을 위한 채팅방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말을 하지 않는 채팅방이라는 의미였다. 방마다 규칙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고독방이다보니 대부분 사담을 허용하지 않는다. 텍스트를 안 쓸 뿐이지 시끄럽긴 매한가지라서 이게 무슨 고독인가 싶기도 한데, 하나하나 따지지 말자. 사담이 가능한 방은 안고독방으로 불리기도 한다.
말을 하면 안 되는 오픈채팅방은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바로 사진이다. 고독방은 가수, 아이돌, 배우, 스포츠 스타 등의 팬들이 만드는데, "ㅇㅇ 남친짤 있나요", "배경화면으로 쓸만한 ㅇㅇ 짤 부탁드려요", "후드 입은 ㅇㅇ 짤 구합니다" 하면 적절한 사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올려주는 식이다.
고독방에서 공유되는 사진은 아주 다양하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의 콘텐츠에서 아주 짧은 장면들을 캡처한 사진, 기자들이 기사에 첨부한 보도 사진, 화보 사진, 연예인들이 SNS에 직접 올린 사진, 홈마들이 촬영한 사진이 대부분이고, 움짤도 많이 올라온다.
그런데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사진도 저작권이 있다. 다만 아무 사진이나 다 저작권을 인정해주면 먼저 찍는 사람이 모든 권리를 취득하기 때문에, 사진이 저작물로 인정되어 보호받기 위해서는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일단 저작권이 인정되는 사진이라면 그 사진저작물의 저작권은 촬영자에게 있다.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의 장면을 캡처한 사진이나 움짤도 마찬가지다. 영상 콘텐츠는 관련된 당사자가 많아서 누가 저작권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저작권이 있다.
저작권자 동의 없이 저작물을 다운로드하면 저작권자의 저작권 중 복제권을 침해하게 되고, 허락 없이 저작물을 업로드하면 복제권뿐만 아니라 공중송신권까지 침해하게 되는데, 온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 저작권법은 몇 가지 예외를 두고 있다.
나 혼자 두고두고 보려고 저장하는 것처럼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 목적 없이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복제하더라도 침해로 보지 않는다거나(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이용 목적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했을 때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으면 침해로 보지 않는 등(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저작재산권을 지나치게 행사할 수는 없게 해서 조금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고독방에서 가볍게 사진이나 움짤을 공유하는 것 자체는 예외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기는 한데, 공유되는 사진이나 움짤들이 생성되는 과정을 보면 쉽게 판단할 일은 아니다. 저작권자가 직접 업로드하는 경우보다는 허락 없이 스캔하거나 다운로드 한 사람들이 편집해서 업로드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법 다운로드가 문제 될 수도 있고, 허락 없이 수정하는 것이 저작인격권을 침해하게 될 수도 있다.
바로 철컹철컹 수갑을 차거나 손해배상을 하게 된다는 말은 아니다.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권리자들이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콘텐츠가 홍보되는 효과를 위해서일 수도 있고,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예 처음부터 자유롭게 이용되기를 바라는 권리자들도 있다. 출처 표시 등을 조건으로 사진 사용을 허락한다고 공지해 두는 홈마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유롭게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최애의 사진을 혼자 보기는 너무 아깝고, 만천하에 알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 번쯤은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