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콘텐츠를 보호하는 방법
창작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나만의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고, 이를 자유롭게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 활용도가 높지 못했던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덕분에 UCC(User created content)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음악을 만들어 공유하고, 동영상을 제작해 공개하는 것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이쯤 되면 User Created가 아닌 콘텐츠를 찾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인정하고 보호한다.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막연히 아이디어만 생각해봤거나 머릿속으로 혼자 그려본 것은 저작물이 아니다. '아! 저거 내가 몇 년 전에 문득 떠올라서 생각했던 건데!'라고 생각해봤자 이미 늦었다는 거다.
스스로 창작한 것을 글로 쓰거나 녹음, 촬영 등의 방법으로 표현했다고 치자. 그래도 저작권인가 하는 그런 거창한 권리를 가지려면 어떤 절차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저작권법은 특별한 신청이나 등록 등의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저작자에게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정한다.
일단 창작물을 표현해내는 순간 저작권자가 되기는 한다. 그런데 '와, 그럼 나 이제 저작권자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낯선 사람으로부터 DM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제가 쓴 곡이랑 너무 비슷하네요. 혹시 제 곡 베끼셨나요?"
싸늘하다. 분명 베끼지 않았다. 눈을 뜨자마자 지난밤 꿈에서 흥얼거린 멜로디를 악보에 옮겼고, 그 멜로디에 맞춰 리듬을 구성하고 악기를 쌓아나갔다. 그런데 들어보니 정말 비슷하긴 하다. 뭐지, 나는 저 사람 곡을 베낀 건가?
사람들 생각이 다 비슷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비슷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듣기 좋은 화음의 진행이 있으니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멜로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여기는 정말 포토스팟이다 싶은 장소가 있으니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슷하다고 해서 반드시 A가 B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다.
침해인지 아닌지 판단할 때는 우선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물이 맞는지 확인하고, 그다음 둘이 정말 비슷한지(실질적유사성), 보고 참고한 것이 맞는지(의거성)를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의거성은 너무 주관적인 요건이다. 자백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다양한 사실들을 가지고 추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 베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거나(유사성), 충분히 봤을 수 있겠다 싶은 사정이 있으면(접근가능성) 의거성이 추정될 수 있다.
결국 결과물이 유사하게 나왔기 때문에 유사성은 충분한 비교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A가 5월 1일에 곡을 발표했고 B는 4월 1일에 곡을 발표했다면? B가 A의 곡을 보고 참고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어렵다. 즉, 표현 시점의 입증 정도는 창작 과정에서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완성된 결과물을 공개한 날짜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지만, 저작권 침해가 문제 되는 것은 결과물 전체가 아니라 그 일부일 수도 있다. 꼼꼼하게 대비하려면 작업할 때마다 로그를 남기면 좋고, 작업할 때마다 덮어쓰지 않고 새로운 파일을 만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최종, 진짜최종, 진짜최종확정...)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저작권 등록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따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저작권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내가 저작권자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면 저작권을 등록해보자. 출판 계약이나 저작물 이용허락 계약 등을 체결할 때 상대방이 저작권 등록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분쟁이 생겼을 때 창작, 공표 시점 등을 주장하기도 훨씬 수월해진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는 저작권인지 자작권인지 관심도 없다. 하지만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누가 더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가지고 다투게 되고, 내 권리가 무엇인지,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지 걱정하게 된다.
실제로 다툼이 발생하게 되면 창작성이 인정되는지, 얼마나 유사한지, 접근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다양한 기준을 들어 판단하게 되겠지만, 창작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미리 해둔다면 그만큼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