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꼭 지켜야 할까?
맞춤법에 민감한 편이다.
물론 필자도 모든 맞춤법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쓰는 용법 정도는 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글을 쓰다가도 문득 이게 옳은 표현인가 헷갈릴 때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곤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맞춤법을 틀린 표현은 눈에 쏙쏙 들어온다. 재미있게 글을 읽다가도,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도 그런 부분이 보이면 갑자기 뭔가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면서 멈춰버린다.
맞춤법, 꼭 지켜야 할까?
평소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불편한 자막들을 캡처해두었다. 오늘은 예능 프로그램 자막을 통해 자주 틀리는 맞춤법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 데/대
잃는데도 → 잃는대도
말하는 데로 → 말하는 대로
■ 되/돼
되서 → 돼서
되야 → 돼야
되요 → 돼요
돼죠 → 되죠
돼고 → 되고
■ ㄹ으다
깔은 → 깐
덜은 → 던
들은 → 든
틀으시지 → 트시지
말은 → 만
풀으면 → 풀면
물은 → 문
불으면 → 불면
■ 그 외
부시고 → 부수고
튀며 → 튀기며
왠 → 웬
어떻게 → 어떡해
맞추는 → 맞히는
들려 → 들러
매우 자주 쓰이지만 너무 자주 틀리는 표현들만 사례로 들어봤다. 이 외에도 flea market(플리마켓)을 프리마켓으로 쓴다거나 placard(플래카드)를 플랜카드로 쓰는 경우처럼 외래어표기법을 지키지 못한 표현도 자주 보인다. 너무 말도 안 되는 '동해번쩍 서해번쩍', '법 접촉 여부', '1루 2틀 3흘', '맛잇엇어', '않되나요' 등은 과감히 생략...
물론 모든 맞춤법을 다 알고 다 지키며 글을 쓸 수는 없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띄어쓰기는 나름대로 공부를 해도 너무 어려워서 매번 헷갈린다. 전문가가 이 글을 읽으면 틀린 부분을 보면서 코웃음을 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소통만 되면 그만이지 무슨 법 타령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글을 내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방송 프로그램 자막을 쓰는 사람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도 모두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이다. 조금 더 넓게는 법문서를 작성하는 변호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직장인, 상품 설명 이미지를 만드는 디자이너, 광고 문구를 만드는 카피라이터, 현수막을 만드는 인쇄소 직원 등 업무상 글을 쓰는 모두가 그 순간만큼은 작가가 되어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이 내 이미지,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자. 한 단어 한 단어 쓸 때마다 일일이 찾아보고 공부하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보는 정도의 노력은 하자. 최소한의 노력이니까. 그리고 그게 글 쓰는 사람의 의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