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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4. 2019
[어덕합덕]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R.I.P.
거의 매일 누군가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대체로 언론을 통해서 소식을 접하게 되나, 그런 언론보도를 실어 나른 편집 사이트나 SNS를 통해 접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살해한 경우도 있고,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사망사고 중에서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사고가 있다. 바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다.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현상인 베르테르 효과(출처: 두산백과) 때문이라도 유명인의 사고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사건을 잘못 보도할 경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방법이나 도구, 장소,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하거나 사진을 사용한다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을 부추길 수 있으며, 모방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는 자살보도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언론과 개인이 자살예방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자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마련하였다. 기자협회에서 만들기는 했지만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와 경찰, 소방 등 국가기관, 그리고 개인의 SNS,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를 참고하여 해당 사고에 관한 글을 작성할 때 유의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위 권고기준이 말하는 다섯 가지 대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②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는다.
③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한다.
④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한다.
⑤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한다.
그리고 특히 유명인인 경우 보도를 할 때 이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러한 자살보도 권고기준뿐만 아니라 한국자살예방협회와 공동으로 자살보도 윤리강령을 제정하기도 했다. 전문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http://www.journalist.or.kr/news/section4.html?p_num=12
[자살보도 윤리강령]
http://www.journalist.or.kr/news/section4.html?p_num=5
협회에서는 나름대로 스스로 기준을 잡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협회에 따르면 권고기준 2.0 발표 이후 언론의 보도방식이 변화하면서 자살률이 꾸준히 감소하는 등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해당 사고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기사 말단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또는 지인이 있을 경우 이러이러한 곳에 전화하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라는 문장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보인다. 오늘도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는데, 확실해지기 전에는 단정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기사도 보이고, 먼저 업로드하기에 급급하여 1보, 2보를 달고 소식만 전할 뿐 예방 정보를 누락한 경우도 많았다. 시간이 한참 지나 지금 올라오는 기사에도 예방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법이 아니라 단순히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정도의 권고기준일 뿐이지만, 누군가의 사익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기준이다. 많은 기자분들이 협회 차원에서 기준을 만들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이런 기준의 의미와 그 목적이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개인의 차원에서도 권고기준을 지키며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사고 소식은 항상 안타깝다. 특히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사연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또 아프다. 하지만 그 사고가 다른 사고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하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한국기자협회의 권고기준 3.0에 포함되어 있는 '자살예방 정보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출처: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권고기준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