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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암사자 Oct 19. 2020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암사자


#퇴사 19차


되게 오래된 것 같은데 생각보다 얼마 안 됐네요. 경쟁에 익숙하고 늘 바쁘게 살다가 갑자기 아무 일도 안 하니 생산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저도 모르게 드는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오래 쉬면 안 되는데' '열심히 살면서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저는 지금 제 모습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암사자 같아요.



사자는 #고양이과 동물들 중 유일하게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예요. #숫사자 한 두 마리와 여러 암사자들이 무리를 짓고 살아가죠. #새끼 사자들이 태어나면 여러 암사자들이 젖을 나누어 먹이며 #공동 양육을 하기도 해요. 무리 생활을 할 때는 사냥도 #함께 하니까 아무래도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생계 걱정을 덜 해요. 홀로 살아가는 #떠돌이 숫사자는 사냥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굶어죽기도 하고요.


저도 퇴사를 하면서 조직이라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잖아요. 더이상 제게는 무리에서 나눠주는 '월급'이라는 먹이가 없어요. #홀로 사냥을 하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떠돌이 암사자'가 된 거죠. 사실 오늘 퇴직금이 나왔어요. 꽤 많은 액수였지만 '이걸 다 쓰면 아르바이트든 뭐든 해야 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어떻게든 되겠죠.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떠도는 암사자가 됐어도 사자인 건 바뀌지 않잖아요. 동물들 중 가장 힘이 센 사자요. 저는 제 자신을 믿어요. 힘든 시기를 겪을 수는 있어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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