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가고만 싶다.
처음엔 11월, 그다음엔 10월, 결국 8월로 비행기표를 바꿨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과 생각을 달고 산다. 정확히는 애인이 있는 곳에 가고 싶은 거지만.
비행기표를 바꾼다는 것은 생각보다 돈이 드는 일이어서 지금까지 2번의 비행기 일정 변경 수수료로만 30만 원 정도 지불한 것 같다. 그것도 생각보다 인기 없는 시즌의 저렴한 일정으로 바꿔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일정 변경 비용이 비행기 값만큼 들뻔했다.
이렇게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결국 한국에 빨리 돌아가고 싶어서 일 것이다. 장담컨대, 캐나다에 온 뒤로부터 단 하루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그런 마음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정말 매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캐나다에 오고 난 처음에는 어떻게든 이 나라에 정을 붙여보려고 애를 좀 썼던 것 같기도 하다. 여러 가게와 여러 카페를 찾아가 보기도 하고, 지역 명소까지 발품을 팔아보기도 하고, 괜히 가게 점원과 스몰톡을 해보기도 하고. 그러나 그럴수록 내가 얼마나 이곳을 모르는지, 이곳과 괴리가 있는지를 알 뿐이어서 조금 절망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언젠가 이 나라를 떠날 사람이다. 그것도 1년도 안 되는 꽤 짧은 시간만 머물고 떠날 사람이다. 그러니 캐나다에 있는 시간은 내게 견뎌야 하고 버텨야 할 시간이지, 내가 적응하고 변화할 시간은 아니다. 그냥 아주 긴 여행을 하는 느낌. 밴쿠버에 있는 숙소에 머물면서 아주 긴 여행을 하는 느낌.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매일 한다. 내가 이 나라에서 보내는 시간을 아무도 견디라고 하지 않았지만, 왜인지 견뎌야 할 것 같은 기분에 견디고만 있다. 나조차도 나의 캐나다 생활에 회의감이 든다. 집에 가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