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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태경 Jan 27. 2024

오버홀(Overhaul)을 하시겠어요?(1)

기계식 시계의 오버홀은 필수적인 과정이다(The Naked Watchmaker)


오버홀(Overhaul)을 하시겠어요?(1)




1월 26일, 지난번 신촌 론진 해시계 매장에서 연락이 왔다. 드디어 모든 시계의 수리가 끝난 것이다. 론진의 콘퀘스트가 내 품으로 돌아오면, 작년 11월 24일에 시작된 여정이 올해 1월 26일, 63일 만에 드디어 막을 내린다. 약 4년 간의 시계 생활을 해오며 수리, 즉 오버홀(Overhaul)을 맡겨본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3개의 시계를 동시에 맡기게 되었으니, 이 여정에서 내가 체험한 일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내가 맡긴 시계, 장소, 소요시간을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세이코, 수공사, 소요시간 1시간(11월 24일 당일, 세운상가)
(2) 오리스, 미림 본사, 소요시간 22일(12월 16일 우편수령, 종각역)
(3) 론진, 신촌 해시계 매장, 소요시간 63일(1월 26일 방문수령, 신촌역 현대백화점)


(1) 세이코
내가 당근에서 저렴하게 얻은 세이코 5(Seiko5) 7s26-01V0는 무브먼트가 망가져있었다. 자연스럽게 무브먼트를 바꿀 필요가 있어서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에서 NH35 무브먼트를 구매하였다. 내가 선택한 업체는 종로 세운상가의 수공사(세운상가, 2층)였다.


이미 며칠 전부터 연락을 해왔기 때문에 내가 방문했을 때부터 진행은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무브먼트 스왑(Swap)을 요청하였기 때문에 시간 자체는 크게 걸리지 않았다. 시계 백케이스를 열고, 무브먼트를 빼고, 시분침을 분리하는 과정을 인상 깊게 지켜보았다. 장인이 내 눈앞에서 직접 자신의 솜씨를 펼치는 것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새로운 무브먼트를 끼워 넣고, 시분침을 조립하고, 방수액을 도포하여 백케이스를 닫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요청드린 사항을 완벽하게 수행하여서 내 손에 넘겨주셨다. 수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던 터였고, 그 솜씨를 직접 볼 수 있어서 또한 영광이었다.


(2) 오리스
내가 사랑하는 오리스(Oris)의 덱스터 고든 에디션(01 733 7721 4083)은 이미 낡은 상태에서 주문한 중고 물품이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오버홀이 필요한 시기였고, 보증서와 시계를 들고 미림 본사에 방문하였다.


접수와 진행은 빨랐다. 시계를 건네고 약 5분 만에 시계의 견적이 나왔다. 무브먼트 내에 먼지가 끼어 있었고 케이스 내에 흠집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10분도 안되어 접수증을 받고 수리금을 결제하였다. 완성된 시계를 이후 택배로 보내준다는 말을 들었다. 30분도 안되어 미림 본사를 나왔다.


12월 15일, 시계를 맡긴 지 약 3주가 안되었을 때 문자를 받았다. 수리가 완료되었으니 수리의 추가금을 지불한다면 오늘 내로 발송이 될 거라는 문자. 내가 대금을 지불하자 12월 16일, 시계를 집에서 수령하였다. 견적서, 시계 오차를 측정한 용지, 시계 본품이 깔끔하게 포장되어 도착하였다. 인상적이었다. 시계 오차는 오버홀 이전보다 더 뛰어나게 맞추어져 있었다. 오리스의 시계가 더 많이 생겨도 좋을 것 같았다.


(3) 론진
나의 론진(Longines) 콘퀘스트(Conquest) 모델 또한 중고물품이었고, 처음 수령했을 때부터 수많은 흠집이 함께 하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매장은 신촌 현대백화점에 위치한 해시계 매장이었다. 시계를 맡기기 전에 연락을 드렸을 때 친절하게 안내를 받았기에 다른 두 시계의 경우만큼이나 잘 수리를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당일 방문했을 때부터 매니저님은 약 6주 간의 시간이 걸릴 거라 얘기하였다. 신촌 해시계에서 론진 브랜드가 속해있는 스와치 코리아(Swatch Korea)에 시계를 보내 수리를 맡기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과정이 길다고 느꼈지만 괜찮았다. 시계가 잘 고쳐진다면야 시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해시계 매장에서는 추후 시계가 다시 도착했을 때 매장으로 방문하여 시계를 수령해 달라고 말하였다. 여기는 택배 서비스가 없나 보다 생각하며 나는 수리 의뢰서를 받고, 좋은 기분으로 매장을 나섰다.




그러나 며칠 뒤에 연락을 받았고, 이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점점 시계가 무사히 수리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적어졌다. 역시나, 벌어지는 상황도 내 믿음에서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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