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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리얼중독자 Feb 22. 2024

월화수목

이번 주를 보내며

하늘에서 어떻게 저런게 내리지.[1]
드디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경은 커피를 타서 뜨거워진 종이컵을 손에 쥐고 사무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전날 밤부터 떨어지던 빗방울이 월요일이 되었을 때엔 줄창 비가 되어 내렸다. 경이 출근을 하던 아침부터 일기예보는 하루종일 비가 내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비는 검게 펼쳐진 우산을 들고 있는 경의 손을 쳐댔다.


화요일 아침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경은 사무실에서 휴대폰으로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의자 속으로 몸을 묻었다.
저녁에는 만나야할 친구들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 다같이 책을 읽기 위해 모이곤 하는 사람들. 경이 도착할 때까지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경은 우산을 좌우로 털며 오늘 날씨 참 이상하지않냐고 말을 건넸다.
누군가를 만나는게 지금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 날 혼자 있으면 외롭기만 하지. 단순히 모여서 책을 읽을 뿐이었지만 경에게는 사람들이, 가득찬 곁이 도움이 되었다.


수요일 오후가 되었을 때 비는 이제 진눈깨비로 바뀌어 있었다. 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비도, 눈도 되지 못한 그 애매함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경은 한껏 밝아진 풍경 때문에 문을 나서다 말고 잠깐 멈추어야 했다. 눈이 쌓여있었다. 아침부터 타이어 자국이 얼룩처럼 남아 군데군데 거무죽죽해진, 그러나 여전히 많은 부분이 흰쌀밥 같이 포근하게 쌓인 눈이었다. 경은 차가워진 손을 움켜쥐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사무실에 막 도착했을 때에도, 점심을 먹고 돌아왔을 때에도, 퇴근을 기다리며 마지막 커피를 타는 때에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흩날리며 꾸준하게. 경은 아침에 자신의 발 밑에서 뭉게지던 눈더미를 생각했고, 배부른 자신의 머리카락을 적시는 눈송이를 생각했으며, 눈 내리는 집을 배경으로 한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을 생각했다.
하늘에서 어떻게 저런 게 내리지.
경은 자신이 매번 그렇게 궁금해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한강(2021), 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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