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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리얼중독자 Jun 14. 2024

먼지

오랜만에 글을 쓸 기분이 듭니다. 기분에 따라 글을 쓰고말고 할 수 있다니, 작가들이 들으면 화를 냈을 겁니다. 저는 글로 벌어먹고 사는 입장이 아니니 제 기분에 따라 쓰다 말다 할 수 있습니다.


한동안은 멜랑꼴리 했습니다. 공익요원 복무를 마치면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해서, 새로운 만남이 다가와서, 새로운 시간이 생겨서 그랬습니다. 때로는 막막하지만 때로는 평화롭고 때로는 지루하지만 때로는 느긋했습니다. 한동안은 멜랑꼴리 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낄낄거리고, 가장 더운 시간에 한강을 뛰고, 푹 빠진 브랜드의 위스키를 마시고, 선풍기 아래에서 조금 길게 낮잠을 잡니다.


7월에는 짧은 여행이, 9월에는 긴 여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7월에는 칭따오에, 9월에는 텍사스에 갑니다. 7월에는 차와 맥주를 즐기고, 9월에는 재즈와 버번을 즐길 겁니다. 물론 7월과 9월 모두 면세점을 즐길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쓸 기분이 들었지만, 오랜만에 쓴 글인 만큼 지저분합니다. 치우지 않은 시간만큼 먼지가 쌓였고, 갈고닦지 않은 시간만큼 뭉툭해졌고, 기름 치지 않은 시간만큼 녹이 슬었습니다.


지저분한 글 안에 누워 숨을 들이마십니다. 떠다니던 먼지들이 폐부 깊숙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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