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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큰 이야기

by pahadi


윤덕원 님의 첫 책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의 북토크는 작가이자 가수인 요조 님이 사회를 보았다. 음악과 글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중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에 대해 적어보겠다.

윤덕원 님이 자신이 좋아하는 식빵 먹는 방법에 대해 말했다. 냉동실에 식빵을 에어프라이기에 10분 돌리고, 사각형 포션 버터를 얇고 넓게 두 쪽으로 갈라 조금 바삭해진 식빵의 절반에 올리고 식빵을 반으로 접는다. 버터의 차가움이 가시지 않을 때 한입 크게 베어 먹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이때 식빵은 생크림이 잔뜩 들어간, 지나치게 고급 식빵 말고 식빵 하면 떠오르는 평범한 식빵이 좋다고 덧붙였다. 흔해 빠진 식빵과 어울리지 않는 꽤 디테일하고 사뭇 진지하고 무척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기 때문에 객석 여기저기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말을 들은 요조 님이 제빵업계의 운명을 논하는 대토론회인 것처럼 열과 성을 다해 응수했다. 자신은 토스터기에 두 번 돌려 빠-삭해진 식빵의 반에 딸기잼을 발라 먹고 남은 반에 버터를 발라 먹는 걸 좋아한다고. 두 분의 대화를 듣는 내 입가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식빵 하나에도 진심인 그들이 귀여웠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취향이 있는 그들이 멋져 보였다. 그만큼 스스로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자세히 다정히 바라보았다는 말 아닌가.

나는 식빵을 어떻게 먹는 걸 좋아할까? 부드럽게? 바삭하게? 크림치즈를 곁들여? 딸기잼을 곁들여? ‘다 맛있지’라는 애매모호한 결론에 도달한다. 사실 내 취향을 말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 취향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자신의 취향을 모를 뿐이지. 나도 내가 좋아하는 식빵 먹는 방법에 대해 5분은 거뜬히 떠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동네 빵집 어디의 식빵이 맛있는지. 어느 브랜드의 크림치즈를 가장 선호하는지, 딸기잼, 살구잼, 오렌지 마멀레이드잼 중에서 내 입맛에 식빵과 가장 잘 어울리는 빵이 무엇인지. 그렇게 자신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야기가 풍부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짧은 인생을 깊이 있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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