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에 대하여
탈코르셋은 가부장제에 대항하여 내 몸으로 하는 최선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탈코르셋을 실천하며 그들처럼 능력으로 평가받고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다가올 미래에 그 성별이 누리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태를 쟁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목적과 일치한다. 더불어 여성신체의 자유를 반환받으며 대상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정에서 핍박과 힐난, 두려움, 흔들림 또한 있을 수 있으나 가부장제 전복의 핵심이며 지름길, 나는 그게 탈코르셋이라고 생각한다.
해봐서 알고 있다. 꾸밈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로 끝이 아니다. 손끝 발끝 피부 털 유두 성기까지 여성 신체의 모든 부분이 오랜 시간 대상화가 되어왔다. 그렇게 많은 산업들이 여성의 몸을 조각조각 분리하여 돈벌이를 한다. 여성들이 거울 앞에서 부족함을 좌절할 때 그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진다.
탈코르셋을 한 지 일 년이 되었는데 처음으로 여덟 자리를 보았다. 기분 좋으면 좋은 대로 우울하면 우울한대로 로드샵에서 립스틱 한 두개 사는 게 낙이었던 과거엔 멀게 느껴지던 여덟 자리를 말이다. 이젠 화장품을 사모으는 대신 차곡차곡 모아지는 돈을 보며 기분을 푼다. 남는 건 돈과 나 자신이다.
각설하고, 길에서 한 여자아이가 날 가리키며 엄마한테 "남자같이 생겼어!"라고 했다. 엄마되시는 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싱긋 웃고 그냥 지나갔다. 그렇게 말하는 건 실례야, 머리가 짧은 여자도 있어.라고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마음이 쓰렸다. '네가 기분 나빠할 이유 없잖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엄마 보고 싶었다. 근데 엄마한테 말하면 백 프로 그러게 누가 머리 그렇게 자르랬니? 소리 듣는다.
탈코르셋을 하기 싫은 게 아니라면 할 수 있는(또는 없는) 각자의 사정이 있고 자기 위치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득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탈코 얘기했다가 멋지다, 대단하다, 응원해 소리 듣는 것도 지겹다. 내 얘길 꺼내면서 설득하고 싶지도 않다. 코르셋 차는 이유, 벗을 생각 못하는 이유는 다 비슷하니까... 나도 안다. 그래도 다들 탈코 했으면 하지. 많은 게 변하니까.
꾸밈을 숭배하거나 전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됐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나아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수십 년 꾸밈에 절여져 있던 여성이 어떻게 몇 년 만에 그걸 버릴까. 살아서 버티는 것도 기적인 여성들, 뭘 자꾸 하라고 바라고 싶지 않다.
2020. 6. 27. 15:49에 작성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