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03 #일일일그림
작업실에서 열린 피아노 모임 첫 시간에 참여했다. 클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즐겨 듣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클래식이 신경을 긁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고 대답했다. 재즈 연주곡과는 달리 클래식은 묘하게 듣고 있기 힘들 때가 있는 게 사실이고, 평소에도 남편이 재생시켜 놓은 곡들을 열심히 끄고 다니거나 음량을 줄이기 일쑤였으니까. 선생님은 내게 ‘소리에 예민하신 분’이라고 하셨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듣고보니 꽤 많은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지하철 옆자리 아주머니가 흥얼거리던 노래에 인상 찌푸렸던 일, 고등학교 때 복도에서 들리던 농구공 튕기는 소리에 뒷문 열어젖히고 운동장으로 나가라며 버럭 화를 냈던 일, 후진 주차할 때 센서 소리가 묘하게 어긋나 있다고 느꼈던 일, 제발 입 좀 다물고 씹으라고 가족에게 잔소리 했던 일 등.
피아노 모임은 재미있었다. 좋아하는 익숙한 장소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였고, 맛있는 비빔국수 먹으며 가장 오랜 친구와 요즘 내게 빛과 소금같은 언니들을 서로 소개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한 시간 웨이트와 유산소도 했고, 지금 이 그림도 그렸으니 오늘도 다행히 음미체(음악-미술-체육)가 어우러진 하루를 보낸 셈이다. 못 한 것도 잔뜩 있다. 자버리고 싶다. 아, 내일 출근하기 싫다.
#1일1그림
#바쁘다바빠현대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