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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늘이 Mar 20. 2024

단순한 사람을 어찌 이길까

옛이야기 에세이 <이 떡은 내 떡일세>

 


옛이야기 다시 쓰기.

옛이야기를 내 입말로 다시 쓰고 있다. 이야기는 나의 결들이 입혀져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옛이야기에서는 '내기' 화소가 많다. 목숨을 걸고 내기하는 '팥죽할멈과 호랑이'가 있고

아내를 걸고 내기하는 '우렁각시'가 있다. 특히 먹을 것을 두고 내기 하는 이야기는 많다. 

'이 떡은 내 떡일세' 이야기는 송편 하나를 두고 내기하는 노부부 이야기이다.


남은 송편 한 개를 먹기 위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노부부. 누가 더 오래 참느냐가 관건이다. 어떠한 상황에도 꾹 참고 있는 사람이 이긴다. 마침 도둑이 들었는데 노부부는 송편 하나 때문에 당달봉사 취급을 받는다. 할머니가 눈을 깜박여도 할아버지는 눈길을 회피하거나 아예 눈을 꾹 감아 버린다. 입은 꾹 다물었지만 눈으로 말을 하고 있는 할머니와 그것을 모른 체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재밌다. 할머니는 말은 안 했지만 눈빛으로 할아버지에게 잔소리 깨나 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오직 하나 남은 송편 먹을 생각밖에 없다. 하나밖에 없는 송편이, 말랑말랑 해 보이는 송편이 얼마나 맛있어 보였을까. 단순하게 하나에 꽂혀 있는 할아버지를 어찌 복잡한 할머니가 이길 수 있을까?

다 도둑 맞고도 한 개 남은 송편을 입에 넣고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나에게는 큰 웃음을 준다.


*당달봉사:겉으로는 멀쩡하게 눈을 뜨고 있지만 실제로는 앞을 볼 수 없는 눈






<오늘이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이 떡은 내 떡일세'


옛날 옛날에 어느 부부가 살았어. 하루는 밤에 이웃에 사는 사람이 제사를 지냈다고 음식을 가져왔어. 큰 대접에다 밥하고 나물하고 송편을 담아 왔지 뭐야.

"아이구 고맙다구, 잘먹겠다."구

영감이 그 대접에 음식을 보고 말했어.

"할멈, 반을 딱 갈라 먹세."

"그러세."

금세 다 먹어 버렸어. 아 근데 송편이 딱 하나 남았네. 아이고 요만한 송편이 입에 딱 넣으면 맛있을 송편이 딱 하나가 남았어. 말랑말랑한 송편이 하나 남으니까 서로를 이렇게 쳐다보는 거지. 이렇게 쳐다보고 있다가 영감이 말했어.

"할멈, 내기를 하자."

"무슨 내기?"

"말을 안 하는 거다. 말을 오랫동안 말을 안 하는 사람이 이 송편 먹는 거다. 어떠냐?"

"아 좋다."

그래 인자 입을 딱! 다물었어. 꾹! 다물었지. 그러고 있는데 한참을 지났어. 

송편 하나 먹겠다고 그러고 있는데 한 삼시경 되었나 도둑이 들어와. 뭐 훔쳐갈 거 있나 하고 들어왔네. 도둑놈이 살금살금 왔는데 서로를 쳐다볼 뿐 말을 안 해. 할멈이 눈을 끔벅끔벅하니까 영감이 눈을 피해. 도둑이 안방에 뭐가 있나 들어왔는데 영감과 할멈이 있는데 눈뜨고 입을 봉하고 가만히 있네 그려.

"햐 내가 참 이 집 잘 들어왔다. 당달봉사라 눈 뜨고도 못 보는구나."

그래 도둑놈이 그냥 그 집에 있는 거, 돈 되는 거 다 싸서 나가는 거지. 할멈이 빠르게 눈을 꿈뻑꿈뻑 하니 영감이 눈을 질끈 감아버려.

"으이구ㅡ 영감아 도둑 다 맞아도 말을 안 하냐. 아이구 속 터져라."

"햐, 할멈이 졌네 그려. 이 떡은 내 떡일세."

염감은 떡을 입에 넣고 좋아하더래. 도둑 다 맞고, 도둑에게 다 뺏겨 놓고, 떡 먹었다고 좋아하더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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