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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늘이 Mar 27. 2024

꼴방쥐는 길을 알고 있다.

<옛이야기 에세이> 꿈으로 얻은 황금


꿈으로 얻은 황금


 

옛날 어느 곳에 나이 든 부부가 살았어.

비가 똠방똠방 떨어지는 날, 할아버지는 낮잠을 달게 자고 있었어.

어디선가 “호록.” 하는 소리가 나네. 꼴방쥐가 할아버지 콧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였지.

뽈뽈뽈 나온 꼴방쥐는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그 앞에서 뱅뱅뱅 돌더래. 바느질하던 할머니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 자를 대주었어.

쥐는 자를 타고 쪼로록 나왔는데 이번에는 물웅덩이 앞에서 건너지를 못하고 뱅뱅뱅 도네.

할머니가 자를 대주자 이번에도 쪼로록 건너가더래.

할머니는 더 도와줄 게 있나 하고 꼴방쥐를 따라갔어. 똘방쥐는 뽈뽈뽈 가더니 소똥을 먹는 거야.

다 먹고 또 어디를 가는 거지. 어디 만치 정신없이 거더니 어느 담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더래.

할머니가 한참을 기다리니 방쥐가 쪼로록 나와서 왔던 곳을 지나 다시 할아버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더라는 거야.

“호록.”

할아버지가 잠에서 깼어.

“아함, 잘 잤다.”

그러면서

“거참, 이상한 꿈도 다 봤지.”

“무슨 꿈인데 그래요?”

할머니가 물었어.

“내가 꿈에 어디를 가는데 높은 언덕이 있는 거야. 올라가지 못하고 쩔쩔 매는데 어떤 선녀가 다리를 놔줬어. 그래서 어디를 가는데 이번에는 큰 강을 만났지. 쩔쩔 매고 있는데 그 선녀가 나타나 또 다리를 놔주는 거야. 배가 고픈데 어디만치 가니까 수수팥떡이 있지 뭐야.”

“수수팥떡이요?”

할머니가 웃으면서 물었어.

“응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떡이었어. 그걸 배부르게 먹고 가다가 밭두렁 같은 곳에 굴이 있어서 들어갔지. 그런데...”

“왜요? 거기 뭐가 있었수?”

“금이 든 항아리가 있었어.”

그 소리를 듣고 할머니가 깜짝 놀라서 물었어.

“그게 정말이유? 그럼 당장 거기로 가봅시다.”

할머니가 앞장을 서자 할아버지는 따라갔어. 방쥐가 들어간 담 앞까지 오자 할어버지는 담구멍을 팠지. 그랬더니 진짜 황금이 있더래. 그래서 그 황금을 가지고 와서 잘 먹고 잘 살았다지.

“호록.”

 

 


방쥐는 길을 알고 있다.

 

할아버지 콧속에서 나온 방쥐. 쥐는 어딘가로 향한다. 마치 자신이 갈 곳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큰 산과 큰 강 같은 문지방과 물 웅덩이를 만나지만 괜찮다. 마침 깨어 있던 할머니가 도와줘서 쥐는 황금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할아버지는 꿈속에서 갔던 곳을 찾아가게 되고 황금을 얻게 된다.

 

할아버지는 꿈을 통해 황금을 얻을 수 있었다.

꿈은 매일 밤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메시지는 꿈 이미지로 보내지는데 꿈은 우리를 황금이 묻혀 있는 무의식 세계로 인도한다. 그곳은 낯선 것 투성이다. 의식세계에서 낯선 것은 두려운 것이기에 무의식의 언저리인 문지방 앞에서 뱅뱅뱅 돌다 꿈에서 깨어나는 것을 반복 할 수 있다.


그때 도와주는 것이 할아버지의 또 다른 인격인 할머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여성성인 아니마로  깨어서 바느질하듯 섬세하고 세심하게 방쥐를 살피고 필요할 때 도움을 준다. 할아버지는 아니마의 도움으로 깊은 무의식까지 들어가 황금을 찾을 수 있었다. 옛이야기에서 황금은 변하지 않는 가장 귀한 것을 상징한다.


이 이야기는 무의식에 맡겨 꿈이 이끄는 곳으로 갔을 때 황금을 얻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옛이야기는 우리를 무의식 세계를 보게 하고 믿으라 한다.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곳과 연결되기를 바라며 그곳에 가장 고귀한 것이 있음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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